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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리처드 펄드 / 리먼브러더스 회장
[사람들] 리처드 펄드 / 리먼브러더스 회장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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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어느날 오전 9시께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벨소리가 띵동 하고 울린다.
“세종증권, HSBC에 매각 추진. 투신도 모건스탠리에 지분매각 논의.” 한시간 뒤 세종증권에서 e메일이 날아든다.
“HSBC에 지분매각 추진설과 관련하여 당사는 물론 세종금융지주회사측에서도 HSBC와 지분매각에 대해 추진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5100원에서 시작해 한때 5300원까지 올랐던 세종증권 주가는 5150원에서 안정을 되찾는다.
그 사이 다시 띵동 하고 메신저가 울린다.
“혹시 우리 증권에 대해선 들으신 말 없으세요?” 매각설이 나도는 다른 증권사 직원이다.


국내 증권사의 인수 주체로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이름이 하루에도 몇번씩 증권가 메신저를 오가고 있다.
이 와중에 자산 규모로 미국 3위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서울 지점을 열었다.
한보철강 매각 추진, 한국전력 부채구조조정 등 기업금융에 치중했던 리먼은 앞으로 증권 인수, 자문, 리서치 등 주식관련 업무영역도 강화한단다.
최근 리먼은 윤용철 전 골드만삭스 리서치센터장, 구본준 모건스탠리딘위터 반도체 담당 이사 등 유명 애널리스트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150억원의 자산에 38명의 임직원. 리먼 서울지점의 겉모양새는 한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대단하달 것 없는 규모다.
서울에는 이미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17개 외국계 대형 증권사가 진출해 있는데다 규모도 평균 50여명 이상에 달한다.
메릴린치 서울지점 인력은 100여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리먼의 서울지점 강화에 증권가의 이목이 쏠리는 데엔 이유가 있다.
리먼이 요즘 증권가를 휩쓸고 있는 증권사 인수합병 루머에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리먼은 우리금융과 함께 자산관리회사를 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한빛증권 인수 뒤 계열증권사 강화에 나선 우리금융과 서울 거점의 증권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리먼이 손을 잡았으니, 증권사 인수합병과 관련한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리먼’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릴 만도 하다.
거론되고 있는 모증권사는 규모나 조직면에서 리서치센터가 강한 곳이다.


4월16일 서울지점 개설기념 기자회견에서 리먼의 글로벌 CEO 리처드 펄드(55) 회장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노련하게 눙치고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전략적 파트너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인수는 기회가 닿는다면 추진할 수도 있죠.”

지점 확장이나 투자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단은 서울 지점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현재 한국 포지션에 만족합니다.
추가 상황이 발생하면 역량을 확대할 것입니다.
일단은 현재 지점 강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해외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다른 한편으로 리먼의 아시아 지역 리서치 기능을 자랑한다.
메릴린치 등 미국에 중심을 둔 다른 외국계들의 조사자료보다 낫다는 것이다.
아직 서울지점 리서치 조직 구성을 완료하지 않은 리먼의 다음 움직임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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