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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흥은행 ‘부실의 굴레’를 벗고
[초점] 조흥은행 ‘부실의 굴레’를 벗고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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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주 새 행장, 조직회춘에 박차… 하반기 민영화·카드사 분할 매각 등 숙제 남아 1997년 2월19일. 100살 생일을 맞은 조흥은행 기념식장 분위기는 우울했다.
며칠 전 우찬목 행장이 한보 정태수 회장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것이다.
105살 생일이던 지난 2월, 조흥은행 기념행사장에선 안도의 미소가 교차했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에 소환됐던 위성복 행장은 무사히 돌아와 기념사를 낭독했다.
그리고 두달이 지난 4월, 조흥은행에는 활력이 감돈다.
단지 53년생 젊은 행장이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업계 2위의 1인당 생산성을 기반으로 공적 자금을 받은 부실은행이라는 굴레를 거의 다 벗어던지고 있는 덕분이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카드사 분할 등 자금 확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자본구조는 더욱 개선된다.
브릿지증권 원관희 연구원은 “조흥은행이 수익성면에서 보면 수위”라면서 “대손충당금 부담도 해결되고 나면 하반기엔 지분 매각 등 호재성 이슈만 남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동원증권 강성모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높은 순이익증가율을 유지할 은행종목으로 조흥은행을 꼽는다.
홍석주 행장 취임 이후 조흥은행은 조직 회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주말을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에서 보낸 홍 행장은 그 이후에도 계속 삼성전자, SK 등 서울 근교 기업과 부산, 대구의 기업을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로세스혁신(PI:Process Innovation)팀을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흥은행은 지난 4월16일 영업을 중심으로 모든 조직을 재구성하겠다면서 PI팀을 발족했다.
기업영업기획실 성우기 실장은 “기획, 심사, 금리운영 등 본부 조직을 영업 조직 위주로 바꿀 것”이라고 취지를 밝힌다.
이런 움직임은 중소기업 대출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가계 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 가계 여신에선 더 키울 만한 시장이 남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여신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기며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홍 행장의 행보를 지켜본 내외 평가자들이 내린 평가는 좋은 편이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시험은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6월엔 해외DR 발행, 하반기엔 카드사 분할, 내년엔 민영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모두 해외투자자들이 주요 접촉대상이다.
이 대목에서 조흥은행은 자신감을 비춘다.
해외IR이야말로 홍 행장이 뛰어난 실력과 네트워크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펜실베니아 MBA와 런던지점 대리를 지낸 그는 90년대 후반 기획부장과 기획재무본부장을 거치면서 실무자로서 수많은 해외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났다.
하이닉스 처리가 마무리되는 6월 중순쯤 해외DR을 발행하기로 한 결정에도 그의 IR, 마케팅 감각이 한몫했단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재탄생한 금융그룹들의 빠른 행보 속에 고즈넉히 앉아 있던 조흥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금융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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