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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황금알 이권 줄께, 대가 다오
[초점] 황금알 이권 줄께, 대가 다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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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최규선 사건’ 진실들… 제2의 체육복표 사업 의혹 집중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신규사업. 사업권을 노린 기업들이 뛰어들고, 권력의 실세를 향한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진다.
대통령의 아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업권을 배정한다.
” 지금 시중에는 문민정부 말기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사건에서 익히 보아온 그 ‘드라마’가 리메이크돼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이번 버전의 주연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아들 김홍걸씨다.
정치권력을 활용해 손쉽게 한몫 잡으려는 빗나간 기업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체육복표 사업이 있었다.
최규선씨의 운전기사 겸 비서였던 천호영씨가 ‘최규선 사건’을 처음 폭로하면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최규선씨에게 주식 수만주와 10억원을 제공했다.
체육복표 사업은 한국전자복권에 밀려 고전하던 타이거풀스쪽이 막판 뒤집기로 지난해 1월 사업자로 선정됐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천씨는 최규선씨가 이때 받은 돈을 김홍걸씨와 나누어 가졌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최규선씨가 김홍걸씨를 매개로 각종 이권에 개입해 이런 식으로 챙긴 돈이 지난 한해 동안 1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검찰 조사 결과 지난해 강관 제조업체인 ㄷ사는 계열 건설업체의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도지사를 통해 인허가 업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최규선씨에게 10억640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으며, 2000년에는 ㅅ건설이 관급공사를 수주해주는 대가로 현금 3천만원과 계열사 법인카드(3400만원)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체육복표 사업을 비롯해 의외의 큰 ‘건’이 새롭게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심은 이 과정에서 김홍걸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모아진다.
수사 결과 최규선씨가 김홍걸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름을 판 단순 ‘사기’사건으로 판명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으로 미뤄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규선씨는 검찰에 출두하기 전인 지난 4월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홍걸씨에게 집과 자동차 구입 등에 쓰라고 7만달러를 줬다”고 밝혔다.
또한 최규선씨는 타이거풀스의 주식 수만주를 자신의 회사인 미래도시환경 직원 문모씨 등 5명의 명의로 보관해왔는데, 차명인 가운데 김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 2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거풀스로부터 받은 주식과 돈을 나누어 가졌다는 천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미국 LA에서 생활하는 김홍걸씨가 “한달에 한번 정도 귀국해 최규선씨에게 돈을 받아왔으며, 업체를 만나는 데 동행하기도 했다”는 증언을 검찰에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최규선씨는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을 포함한 다채로운 인맥을 자랑해왔다.
전남 나주 출신인 최씨는 미국 버클리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유학시절 김홍걸씨를 처음 만나 가깝게 지내왔다.
1997년 김홍걸씨의 추천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국제담당 특보를 맡아 두각을 나타냈으나, 현 정권 출범 후에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최규선씨가 이러한 정치적 ‘불운’ 속에서 특보시절 쌓은 권력 핵심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김홍걸씨와 함께 또는 김홍걸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사업에 적극 개입해왔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그동안 현정부 들어 제기되어온 김홍일·홍업씨 관련 의혹들과 묶어 ‘3홍 비리’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TV 생중계 청문회 등을 벌이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홍일씨는 대학선배로 가깝게 지내온 정학모 전 LG스포츠단 단장을 통해 이용호 게이트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홍업씨는 절친한 친구인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의 거액 차명계좌를 매개로 이용호·진승현·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형제에 대한 각종 소문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았지만 완벽하게 해명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이제 막 베일을 벗기 시작한 최규선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전개돼 나갈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현정권 말기의 정치지형과 대선정국을 좌우할 최대변수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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