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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3. 황영기 / 삼성증권 사장
관련기사3. 황영기 / 삼성증권 사장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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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52년 10월29일 경북 영덕 출생 서울고, 서울대 상과대학 무역학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75∼1977년 삼성물산 1977∼198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 유학 1981∼1982년 파리바은행 차장 1982∼1989년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부장, 도쿄지점 지배인 1989∼1993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1993∼19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1994∼1997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1997∼1999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투자사업본부장 1998∼2001년 삼성투신운용 사장 2001년 6월∼ 삼성증권 사장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지난해 6월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자기신고서를 제출받았다.
“임의매매, 불법 일임매매, 거래처로부터의 골프접대 등 지금까지 법규나 사규를 위반한 사항을 모두 기재하시오.” 과거 과실을 적발해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정도영업을 다짐하고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취임하자마자 정도영업과 정도경영을 내걸고 나선 황영기 사장은 “지난 일은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향후 발생하는 모든 위반은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도영업은 고객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투자자는 증권사를 한마디로 ‘하우스’(사설 도박장)로 여겨왔습니다.
고객이 돈을 벌건 잃건 무조건 판을 키우고 돈도 대준다는 거죠. 더군다나 고객 모르게 판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때문에 손실을 입은 고객은 ‘물어내라’고 나옵니다.
” 황 사장은 제도 준수여부를 임직원의 의지에만 맡겨두지는 않았다.
감사 기능을 강화해 지점장도 이상징후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어떤 고객의 예탁금보다 약정이 커질 경우 지점장은 담당 영업직원에게 경위를 묻는다.
자체 감시기능은 지점-지역본부-본사에 걸쳐 3중으로 작동되고 있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마련했다.
성과급 지급기준을 주식거래 위탁약정 중심에서 고객 계좌의 수익률로 바꾸었다.
이후 주가조작과 일임매매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삼성증권은 이런 시비에 단 한건도 연루되지 않았다.
황 사장의 정도영업과 관련해 한 증시 관계자는 “고객이 수익을 내는지와 무관하게 거래를 많이 일으키는 관행에서 패러다임을 교체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수수료에 편중된 증권사의 기존 수익구조를 ‘천수답 경영’이라고 진단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거래가 활발한 시기에는 수익이 증가하지만 약세장이 오면 이내 수익원이 고갈된다.
황 사장은 주식 약정의 비중을 기존 80%에서 30%로 낮춰나가고 나머지는 종합자산관리(Wealth Managemnet)와 투자은행에서 비슷한 비율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삼성증권이 은행이 선점하고 있던 종합자산관리 분야에 뛰어든 건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UBS는 “종합자산관리 분야는 전세계 금융권에 남아있는 유일한 황금시장”이라며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급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종합자산관리는 일정 규모의 금융자산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구조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종합자산관리는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예탁 자산의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의 관리비를 받는다.
따라서 주가 등락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삼성증권은 “800조원이 넘는 개인 금융자산의 8분의 1을 관리하면 100조원이고, 이로부터 수익은 1조원이 된다”고 설명한다.
삼성증권의 종합자산관리 수탁고는 지난 3월 기준으로 22조원을 넘어섰다.
황 사장이 몰고온 변화의 다른 한 축은 품질경영이다.
그는 “고객이 여의도행이라면 아무 버스나 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노선버스보다는 좌석버스, 또는 택시나 리무진을 타고 오려는 고객의 수요를 겨냥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수료를 높게 받더라도 좋은 품질의 투자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투자정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으며, 경영수업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에 대해 금융분야 자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이 이 회장의 눈에 든 것은 1990년대 초였다.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에서 자금조달 업무를 처리하는 한편 이 회장의 해외출장을 수행하거나 외국 금융관계자가 방한했을 때 통역을 했다.
내로라 하는 삼성의 많은 인재들 가운데서도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93년 발탁됐다.
참신성과 국제감각이 이 회장에게 높이 평가됐다.
신경영추진팀장을 거쳐 그해 10월에는 인사팀장으로 기용됐다.
이어 삼성전자 자금팀장을 지내고 97년 1월엔 삼성생명으로 옮겼다.
삼성생명에서는 금융소그룹 전략기획실장으로 삼성증권 구조개혁과 삼성투신 기반 구축, 동양투신 인수 등을 주도했다.
대우사태 이후에는 삼성투신운용이 안고 있던 2조원 이상의 대우 회사채를 처리하면서 삼성투신운용의 수탁고를 4위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이재용씨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차세대 선두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과 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을 대표주자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과 함께 금융부문 주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황 사장은 93년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뒤 도쿄에 머물던 때 이 상무보와 처음 대면했다.
이 상무보는 그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전망이나 외국인 투자동향 등 금융 분야의 관심사를 물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기엔 인재가 돋보이기 마련이다.
3세대 경영시대를 앞둔 삼성에서 황영기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능스포츠맨이자 학구파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대학원에서 전공한 재무관리 분야 지식. 파리바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 도쿄지점에서 익힌 선진 금융감각. 탁월한 영어 실력. 게다가 그는 삼성그룹의 금융관련 계열사를 두루 섭렵했다.
업무도 외모 만큼이나 깔끔하게 처리한다.
추가할 조건이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다.
LSE 경영대학원 유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내린 결정이었다.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의 직원들에 비해 모자라는 금융지식을 보충하고 영어실력을 키워야겠다고 느꼈습니다.
” 유학을 마친 후 9년간 파리바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 등에서 선진 금융기법을 익혔다.
그리고 89년 삼성으로 돌아왔다.
“엄청난 연봉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 금융업계의 역동적인 변화가 더 매력적이었죠.” 재입사해서는 이학수 당시 재무담당 전무 밑에서 국제증권 인수를 도왔다.
91년 이사대우를 달았다.
삼성에서 30대 임원을 한 손이면 다 꼽을 때였다.
이후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두루 돌며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옥의 티라면? 2000년을 정점으로 한 ‘인터넷 혁명’의 신봉자였다는 것? 그는 “인터넷 버블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라고 단언했다.
그땐 많이들 그랬고, 그의 판단은 실책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서울 상대 무역학과 71학번 동기로는 이계안 현대카드 회장, 이진순 숭실대 교수 등이 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특히 골프와 테니스를 즐긴다.
삼성증권 사장을 맡으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어져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학구적이다.
종종 직원들을 사무실로 초대해 ‘한마음 런치타임’을 갖는다.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취임 초기엔 과장이나 팀장에게 불쑥 전화해 직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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