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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강원 / 신임 외환은행장
[사람들] 이강원 / 신임 외환은행장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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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기질 발휘 이익경영 편다”

외환은행장으로 선임된 이강원(52) 전 LG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국제금융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연구원 출신 경영자다.
하지만 이 은행장은 기자에게 “학자 같다는 말은 질색이고 오히려 장사꾼 같다는 평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는 경제의 원동력이고 ‘꾼’이라는 말은 프로 정신과 통한다”며 “장사꾼 기질을 발휘해 외환은행을 ‘좋은 은행’에서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은행장이 말하는 ‘위대한 은행’이란 돈 버는 조직,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이다.
그는 “우선 주가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투자홍보(IR) 활동을 적극 강화할 계획”이며 “ROE(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흔히 경영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포기와 집중’이라는 말이 맞다”며 “돈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돈이 되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외환은행이 예전부터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외환부문은 그대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내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특히 앞으로는 소매금융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외환은행은 전체 대출실적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로 최근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려왔던 시중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은행이 단순히 예금을 받고 대출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수익증권, 보험, 대출상품 등 고객에게 가장 맞는 금융상품을 유통하는 금융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은행의 금융 서비스 기법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아 외환은행을 개혁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웰스파고은행의 슬로건은 ‘금융 서비스 기업’(Financial Service Company)이다.



종합 금융 서비스 기업으로 쇄신

현재 외환은행은 외환카드를 비롯해 투신운용, 리스, 선물 등 부문에 금융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 은행장은 앞으로 증권·보험 부문과 제휴와 협력을 추진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질문에는 “‘정도와 원칙’에 맞게 해결하겠다”는 대답말고는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와 환율에 대한 발언을 조심하듯 자신도 하이닉스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 처리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문제는 은행 인수합병과 관련된 외환은행의 행보다.
외환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내린 시정조치(경영개선 권고)가 풀림에 따라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설립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54조원인 자산을 더 불려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자산규모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100조원 이상은 돼야 톱클래스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장은 4월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행장에 공식 취임한다.
그는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신증권 상무와 아시아개발은행(ADB) 금융전문위원, LG투자증권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국제업무에 밝은 증권 전문가다.
은행 출신이 아닌데다 외환은행 정도의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증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떠올리며 기대를 거는 쪽도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젊고 개혁성 강한 인물인만큼 외환은행에 쇄신의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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