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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1200원대 중반까지 ‘우하향’
관련기사1. 1200원대 중반까지 ‘우하향’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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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전문가들은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모두 달러화 급락을 꺼리기 때문에 환율 하락의 기울기는 완만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내 외환당국도 수출이 이제 막 회복된 국면에서 수출에 타격을 줄 정도의 원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달러가 각국이 원하는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급반등을 거쳐 다시 둔화될 경우, 미국내 투자자금의 이탈과 달러화 가치 급락의 악순환이 소용돌이친다는 시나리오다.
“추가 하락” VS “경계 조정”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왔다.
달러화가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강세를 이어온 건 투자자금 유입 덕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미국 시장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
해외투자자들로부터의 증권투자 규모가 급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줄을 잇고 있다.
달러 가치의 급강하가 미국 시장의 투자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투자자금 유출이 일어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세계 자본시장의 바로미터인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달러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또는 달러화가 서서히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공조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달러화 안정에서는 운명공동체다.
경기침체를 타개해나갈 뾰족한 대안이 없는 일본으로서는 엔화 강세만큼 피하고 싶은 악몽도 없다.
따라서 관련 변수를 주시하되, 당분간은 달러화의 ‘연착륙’을 상정해 차분히 대응할 때다.
외환 딜러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모두들 원/달러 환율이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연말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200원대 중반으로 모인다.
아랍은행의 정운갑 지배인은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호조로 돌아섰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비롯한 투자자금도 활발히 유입되면서 달러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속도는 정책당국이 수출과 물가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적인 정책목표로 잡느냐에 달려 있다.
농협의 박운규 과장은 “수출이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실정이고 최근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점을 고려할 때, 외환당국은 6월말까지 환율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두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송화성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배인은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도 “수출 증가는 가격 요인보다는 세계경제 회복에 좌우된다”며 환율 하락이 저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 섰다.
달러/엔 127엔대 떨어져 4월 수출은 예상과 달리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산업자원부는 4월 수출을 지난해 같은달보다 9.7% 증가한 132억9200만달러로 잠정 집계했다.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기는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그러나 실질 수출동향을 나타내는 하루평균 수출액은 5억5800만달러로 전달보다 1.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당분간 물가보다는 수출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증권 박상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가 먼저 오른다면 수출기업의 실적 호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려 수요를 조절하는 가운데 환율이 하락하면, 내수가 억제되고 수출마저 꺾일 위험이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수출업체들은 원화가 엔에 비해 고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조사역은 “엔화가 약세를 보인 96~97년에 우리나라 수출이 4.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엔화 강세기인 91~95년에는 수출이 14.3% 늘었다”고 설명한다.
박상욱 이코노미스트도 “우리나라 수출은 원/달러 환율보다는 원/엔 환율과 더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고 분석한다.
무역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은 적정 원/엔 환율을 10.8원으로 보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10.2원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을 입게 된다고 응답했다.
한편 증시는 원화 강세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느라 분주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 외에 원화 가치가 오른 만큼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다.
국내 증시의 수급과 심리를 좌우하는 외국인을 붙들어두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원화 강세는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분명 우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음식료, 통신, 유틸리티 등 업종의 수익이 개선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원재료를 조달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달러화 차입금이 많은 항공 및 해상운송 업체도 수혜주로 꼽힌다.
항공기나 선박을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대규모 외화표시 부채의 상환부담이 줄어든다.
회계처리상으로도 외화환산이익이 증가한다.
KGI증권 김도형 연구원은 “대한해운, 고려아연, 한진해운, 삼양통상, 대한화섬 등 실적이 좋고 외화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이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달러화 약세를 예상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지난해 8월 “현재 달러화 고평가는 기술부문의 거품 현상과 닮았다”며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화 하락은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국, 수출 우선두고 속도 조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런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금리를 과감하게 끌어내렸다.
달러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계속 미국 시장에 유입된 덕분이었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증권투자 규모는 5300억달러에 달했다.
2000년보다 15.7% 증가한 규모다.
덕분에 달러의 평균 가치는 지난해에도 4.6% 상승했다.
달러 강세는 95년 이후 지속돼, 지난 3월말까지 23.6% 올랐다.
달러 강세 기조는 올해 들어서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누그러졌다.
뉴욕 증시도 휘청거리며 달러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투자자금 유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1월 해외투자자의 미국에 대한 증권투자 규모는 113억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월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유럽의 대미 투자규모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왔다.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417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했다.
그만큼의 자본이 미국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들어오면서 달러화 가치가 유지됐다.
자본유입이 뜸해지면 달러화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HSBC의 외환투자 전략가 데이비드 블룸의 말을 인용해 “강한 달러와 약한 달러에 대한 논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달러 약세에 대한 진짜 경보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 GDP의 6%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달러화는 앞으로 3년 이내에 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야를 외환시장에서 세계경제로 넓혀 볼 필요도 있다.
달러의 등락이라는 현상이 아닌 물밑 흐름을 읽자는 얘기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경제가 다시 정체되고, 세계경제가 이로 인해 상당 기간 부진에 머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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