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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도 ‘복고 열풍’
[글로벌] 자동차도 ‘복고 열풍’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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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모델 다시 거래 활발… 전설속 명가 벤틀리 등 신상품 곧 출시

세계 자동차 시장에 복고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자동차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당시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디자인이 눈에 띄는가 하면, 아예 전설로만 남아 있던 ‘클래식 모델’ 업체들이 재기의 몸짓을 보이며 틈새시장을 파고들 기세를 보이기도 한다.


전설적인 클래식 모델의 명가 영국의 벤틀리는 올해 하반기에 새 모델을 출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벤틀리가 새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50년 만의 일이다.
올해 가을쯤 12기통, 최고 500마력의 2인승 쿠페형 모델을 선보이게 될 벤틀리는 클래식풍 스포츠카의 맥을 잇는 한편, 까다로운 소수 소비자들의 기호를 겨냥할 계획이다.
현재 영국 북서부 크루지역에 자리잡은 디자인연구소에서는 40여명의 디자인팀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만의 것’ 소비성향이 시장 키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불고 있는 복고바람의 위세는 세계적인 자동차업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내년 초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올드타이머(클래식모델) 센터’를 세울 계획을 최근 밝힌 데서도 잘 드러난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자리잡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클래식 센터’를 모방한 올드타이머 센터는 오래 전에 전설 속으로 사라진 클래식 모델 자동차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 현재 거래되고 있는 ‘구형’ 클래식 모델 자동차를 수리하고 부품을 판매한다.
또 새로 출시될 각종 ‘신규’ 클래식 모델 제품의 미국 판매본부 기능까지 떠안을 전망이다.
첨단기술 경쟁이 한창인 자동차 시장의 한구석에서 이처럼 복고바람이 새롭게 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그만큼 다양해졌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새 모델을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언가 남과 다른 자신만의 모델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 또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여유를 갖춘 소비계층을 중심으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는 ‘공장형’ 최고급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소비경향이 발견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성능과 품격, 자유로움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명품'에 이들 특권소비계층의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복고풍의 클래식 모델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자연스레 틈새시장이 커질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영국의 대표적인 경매업체 본함 앤 브룩사가 올드타이머 모델의 시장규모가 수십 억 달러를 너끈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미국 시장이 클래식 모델 선풍을 이끌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우선 구형 클래식 모델 자동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현재 미국에는 생산이 중단된 지 20년이 지난 구형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이 45만대 가량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유럽 전역에 남아 있는 ‘올드타이머’ 벤츠 모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클래식 모델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80년대 이후 또 한차례 구형 클래식 모델 제품에 대한 붐이 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때 극소수 마니아들 손에 넘어간 제품들이 최근 들어 시장에 다시 등장하면서 업계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중이다.
완성차업체들 전통명가 인수경쟁 ‘구형’ 클래식 모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을 배경으로, 전설 속의 명가들이 새 제품 출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흥미를 끈다.
이제 신규 제품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복고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폴크스바겐, BMW 등 세계적인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부가티,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전설적인 클래식 명가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만큼 이들 메이저 업체들이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벤틀리와 한묶음으로 독일의 폴크스바겐 계열사였던 롤스로이스는 내년부터 BMW 수중으로 넘어간다.
대신 폴크스바겐은 올해 가을 새 모델을 출시하는 벤틀리에 역량을 집중해 소규모 클래식풍 스포츠카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할 태세다.
폴크스바겐은 소형 최고급 스포츠카 시장에서 벤틀리의 클래식 이미지가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계산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폴크스바겐이 벤틀리의 새 사령탑에 일찌감치 자사 출신의 유명한 경영자 프란츠 요셉 패프겐을 임명한 것도 벤틀리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거친 패프겐은 클래식풍의 스포츠카에 대한 열렬한 팬이면서, 동시에 이들 명품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서 일찌감치 눈을 뜬 경영자로 꼽힌다.
자동차의 역사에서 이미 전설로 자리잡은 1928년형 스피드6 모델이나 1932년형 콘티넨털 모델의 영광을 되살릴 꿈에 사로잡힌 벤틀리는 신규 모델에 대해 대당 15만유로(약 2억원) 정도의 가격을 책정해 연간 4천대 내외를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다시 불붙기 시작한 클래식 모델 붐을 타고 전설적인 명가들이 ‘신규’ 클래식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움에 따라, 이들 틈새시장은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여기에다 자사의 고품격, 최첨단 제품 이미지를 강화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전설적인 명품들의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깨닫기 시작한 주요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의 인수경쟁이 더해질 경우,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복고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여느 공업제품보다도 오랜 역사가 뒷받침된 품격과 신뢰가 시장경쟁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자동차 산업의 속성상, 전설적인 명품들은 그 자체가 이미 매우 효과적인 광고전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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