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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차 특소세 환원 할까 말까
[초점] 차 특소세 환원 할까 말까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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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 인하조치 연장 요구에 고민… 관련 세제개편도 불가피할 듯 ‘환원할 수도 없고 유지할 수도 없고.’ 한시적으로 인하된 승용차 특별소비세율을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인하 이전으로 환원할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열린 한미통상관계회의 실무자협의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쪽에 승용차 특소세율 인하조처를 연장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쪽의 요구가 나온 직후에는 경제부처 관계자들이 대체로 “특소세율 문제는 미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차츰 “통상관계상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
전윤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지난 5월8일 “미국의 요구에는 특소세율 인하뿐 아니라 세금체계 문제까지 포함돼 있다”며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한 것에서도 문제가 단순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요구는 1998년에 체결된 한미자동차 양해각서(MOU)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MOU는 “한국 정부는 외국자동차의 한국 시장 접근에 적대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직·간접적인 조처도 선택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특소세율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외국차의 국내시장 접근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쪽은 “현행 승용차 특소세제는 배기량에 따라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세율이 올라가면 외국자동차에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소세가 환원될 경우 배기량 2000cc 이상 14%, 1500~2000cc 10.5%, 1500cc 이하 7%로 돼 있는 현행 특소세율이 각각 20%, 15%, 10%의 기본세율로 바뀌게 된다.
이 MOU에는 배기량에 따라 차등화돼 있는 자동차 관련 세제를 단순화하고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관련 세제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언론은 정부가 곧 세제개편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은 “자동차 관련 세제의 단순화는 2005년 7월까지 하기로 돼 있다”며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중장기 검토사항일 뿐 단기간내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재경부는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세제 개편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해, 그 결과가 나온 뒤에 개편 여부와 내용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회의에서 한국의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8%에서 미국 수준인 2.5%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특별소비세법을 개정해 골프용품, 에어컨, 귀금속, 레저용품 등의 특소세를 평균 30% 인하하고 자동차의 경우 오는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특소세를 인하하기로 한 것은 내수진작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7월1일부터 승용차 특소세를 환원하느냐의 여부는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경기가 활성화됐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재경부는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완연한 회복기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압력과는 무관하게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특소세율 환원을 미룰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더구나 산자부는 이번 기회에 승용차 특소세율을 내리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관련기업들의 요구도 거세다.
기업들은 “7월부터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가 종료되고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된다”며 “특소세율이 환원되면 3가지 악재가 겹치게 돼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경수 실장은 “특소세율을 환원하는 문제는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는 만큼 소비와 투자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6월초에 연장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경제상황에 대한 자율적인 판단으로 세율환원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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