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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5T에 기름칠, 성장엔진을 돌려라
관련기사1. 5T에 기름칠, 성장엔진을 돌려라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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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을 개척하라.” 21세기 한국 경제를 끌고 나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한창이다.
이런 노력 자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기업들의 태도가 예전과 다르다.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수익성을 중시한다.
한 대기업 간부는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일단 투자하고 보자는 태도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연구개발 투자는 무조건 늘려두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핵심기술 개발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철저하게 적용된다.
확실한 아이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만이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산업 전문가들은 5T를 가장 유망한 미래 신기술로 꼽는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이 그것이다.
요즘엔 우주항공기술(ST)까지 들먹인다.
정부도 이들 분야를 핵심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43%가 5T분야에 집중 투입되기도 했다.
IT는 1997년 이후 한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8.6%에서 2000년에는 12.9%로 커졌다.
2000년 말 미국 경제 침체와 함께 IT부문이 핵심을 이루는 ‘신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IT에 대한 국가 전략기조를 계속 유지·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이며 이동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다.
IT분야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21세기 첨단 산업 중 가장 빠른 발전이 예상되는 분야는 BT다.
20005년까지 연평균 22.1%의 고속성장이 기대된다.
인간 게놈연구가 조기 완성된 이후 시장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BT분야 경쟁력은 중국보다 낮은 세계 14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고 기초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NT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세계에서 원자·분자를 조작해 새로운 극미세 소자, 신소재 등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본격적인 산업화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소재공학, 환경, 에너지, 우주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될 전망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도 세계 수준에 도전할 수 있다.
세계적인 환경규제의 강화와 함께 ET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시장은 연 20~30%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환경시장의 규모가 작고, 관련 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아직은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형편이다.
CT는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세계경제가 자본과 노동 집약형에서 지식기반형으로 급격이 변화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군수산업에 이어 2대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을 넘볼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도 5T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각 분야별 투자 비중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정부의 연구개발예산 투자 중 IT가 27.4%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BT(8.3%), ET(4.8%), NT(1.85), CT(0.7%)순이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은 BT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5T 가운데에서도 우리에게 적합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5T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들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관계자는 “자세한 연구결과는 8월말에 발표하겠지만, 신산업 분야인 5T의 평균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66%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생명공학과 환경설비의 기술수준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고, 매출액 대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예상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연구개발 투자의 양적 확대와 함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신산업 찾기는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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