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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색 파고’ 너머 미래가 있다
[중국] ‘4색 파고’ 너머 미래가 있다
  • 베이징=하경미 통신원
  • 승인 200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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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은 일년 내내 들뜬 분위기였다.
올림픽 유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월드컵 본선 진출, 상하이 아펙회의 등이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중국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중국인들에게도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지극히 평온하다.
아니 사상 최악의 사천바오(沙塵暴, 황사)와 부산·다롄에서 연달아 일어난 두번의 민항기 추락사건으로 스산한 기운만 감돌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동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8%에 달하는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폐막된 광저우 수출교역회의에서 168억5천만달러라는 사상 최고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지속시켜주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이 액수는 전년도에 비해 26.7% 성장한 것이다.
또 행사 관람객도 18.9%가 늘어났다고 <양성만보(羊城晩報)>가 보도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 경제가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돌파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앞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이야기되는 네가지 키워드를 검색해본다.
이밖에도 빈부 격차, 소수민족 갈등, 파룬궁 문제 등이 산적해 있지만 이들 문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하자. 장쩌민·주룽지 후계구도 촉각 1949년 10월1일 천안문에서 탄생한 중국은 반세기에 걸쳐 거대한 정치적 격변과 부침을 겪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이루어왔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89년 천안문사태라는 정치적 격변에서 커다란 위기를 경험했고, 이 사건을 고비로 장쩌민과 주룽지의 정치-경제 인맥구도가 형성되면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가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다시 한번 정권 교체기를 맞고 있다.
장쩌민과 주룽지를 잇는 후계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후계구도는 후진타오(胡錦濤)와 원자바오(溫家寶)가 주석과 총리를 계승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세계 언론은 지난 5월4일까지 미국을 순방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후진타오 중국국가 부주석의 행보에서 좀처럼 눈길을 떼지 않았다.
대부분의 홍콩 언론은 현 주룽지 총리의 퇴임 시점인 내년 3월을 기점으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 승계과정이 아무런 잡음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간의 중국 역사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문화혁명을 전후해 린뱌오(林彪)를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오가 지목한 또다른 후계자인 화궈펑도 끝내 마오의 뒤를 잇지 못했다.
덩샤오핑 역시 장쩌민보다는 자오쯔양(趙紫陽)을 선호했지만 천안문사태의 처리과정에서 자오쯔양은 낙마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중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현 주룽지 총리가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는 점은 이채롭다.
그가 두가지 측면에서 현대 중국 경제에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두가지란 그가 중국 정치·경제의 최대 뇌관인 부정문제를 해결했다는 점과 경제성장과 안정을 이룩한 테크노크라트의 표본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유복자로 태어나 10살에 어머니마저 여의고 국민당 간부를 지낸 큰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룽지 총리는 탄생과 성장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실력과 청렴함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국 국민들은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에게서 지난날의 지도자와는 다른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후진타오가 장쩌민의 정치적 카리스마를 계승하고, 원자바오가 주룽지의 경제적 식견을 이어갈 수 있을지 중국 국민들은 아직 완전하게 신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주룽지 총리의 판단이다.
“백개의 관을 준비해 99개는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데 쓰고, 한개에는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던 주룽지의 판단 여하에 따라 중국의 후계구도는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부지역 경제 실크로드 될까 현재 중국의 경제지도는 동부와 남부를 주축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이다.
이는 원래부터 자원환경이 차이 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책기조의 중심이 대양을 통한 대외교역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경제발전의 중심권은 크게 세곳이다.
개방 초기에는 광저우-선전-둥관 등 주장(珠江) 삼각지 지역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었던 데 반해, 90년대부터는 상하이-항저우-우시 등 창장(長江) 하류지역이 주목을 받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베이징-톈진-탕구 지역으로 힘이 쏠리는 형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몇년 전부터 서부지역으로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서부지역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서부의 막대한 자원을 개발하고 지역간 개발의 균형을 이룩하는 한편, 동아시아 일변도에서 벗어나 러시아, 인도, 유럽 등으로 경제구도를 넓히는 발판을 삼으려는 포석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쓰촨성과 충칭, 산시(陝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는 바로 서부개발의 핵심지역이다.
현재 서부대개발계획을 집행하는 주체는 국무원 산하의 서부지역개발영도소조(西部地域領導小組)다.
국무원 총리인 주룽지가 주임으로 있는 이 소조는 서부지역에 관해 거의 대부분의 정책을 조율하는 임무를 띤다.
공항, 철도, 도로교통 등은 물론이고 전력, 통신, 수자원 등 모든 인프라를 조율하는 일을 한다.
주룽지 총리는 올해 3월 제9기 전인대에서 서부대개발 등에 총 1500억위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서부개발에 의욕적 투자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과는 달리, 외국자본의 반응은 아직 차가운 편이다.
무엇보다도 동부지역과 달리 서부지역 개발에는 물류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시장규모도 동부에 비해 작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창장 산샤댐과 고속도로 건설 등을 통한 물류기반 확대, 개발구를 통한 기업 활동 기반 구축, 파격적 세제혜택 등을 내걸며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지만,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속적 경제성장과 국내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서부개발 성공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부개발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핵심사업인 만큼, 앞으로 10년 후 중국 경제성장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데다 환경문제 등 개발계획에 따르는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서부개발계획은 올해 하반기 이후 중국 사회의 가장 커다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금융 분야 기반 미비 중국 정보통신산업의 증가세는 전체산업의 성장속도를 휠씬 능가한다.
이미 1억3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이동통신산업은 롄통(차이나유니콤)의 CDMA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기기 시장의 80% 이상을 여전히 외국기업이 점하고 있는 상황은 중국에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의 기반은 잘 성숙되어 있는 편이다.
베이징통신, 티에통(鐵通) 등 초고속 통신회사들은 한국 기업의 기술자문을 받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의 대외 인터넷 회선망 총용량은 3GB를 초과했는데, 올해에는 9GB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 대도시 신축 주택단지에는 이미 1천MB 용량의 이더넷 망이 설치되어 있다.
톈진의 구(區)단위 고속인터넷 사업자인 난카이유선(南開有線)은 이미 초당 1MB 이상의 초고속통신 시범서비스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광저우, 선전 등지는 물론이고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선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의 반응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중국 정보통신 산업분야의 또다른 문제로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신랑, 소후, 야후차이나, 차이나닷컴 등 포털 중심으로 되어 있는 인터넷 서비스의 대부분이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칠 만큼, 콘텐츠 부족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시장의 불건전성도 한몫 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중국이 20여 년 동안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효율성 없는 국영기업에다 무제한 자금을 융자해왔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부실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부실 투신사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데다 은행의 체질개선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5월10일 발표된 중국내 은행의 1분기 수익구조는 예전보다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외환업무에 특화한 중국은행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외환업무부문에서 1억3300만달러의 이익을 내는 등 모두 5억8900억위안의 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증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1750포인트였던 것이 1월말 1340포인트까지 추락하다가 회복세를 보여 현재는 1640포인트(5월9일)를 오르내리고 있다.
여전히 거품을 안고 있는 중국 금융부문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 산업 전반 융단폭격, 황사 위협 눈앞의 개발논리에 밀렸던 환경문제를 이제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중국에서도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올해 봄 대규모 황사가 베이징, 톈진은 물론이고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창장(양쯔강) 지역까지 커다란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이미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4월6일에는 장쩌민을 비롯해, 주룽지, 리루이환, 후진타오, 웨이젠싱, 리란칭 등 중국 정치 수뇌부들이 모두 자오라이(朝來) 삼림공원에 모여 인근 팡차오디(芳草地) 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나무를 심는 모습을 연출했고, 이튿날 중국의 신문들은 이 내용을 1면 톱으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황사는 발생근원을 치유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중국 정부는 이미 농지를 초원으로 되돌리는 농민들에게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황사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황사현상 외에 낙후한 에너지 구조도 중국 환경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의 오염도시인 타이위안을 성도로 한 산시(山西)성의 경우, 석탄 중심의 에너지 생산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급속한 자동차 수 증가나 에어컨 소비 증가로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기온이 급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봄 맹위를 떨친 황사도 다른 원인보다는 온난화로 인한 따뜻한 겨울 탓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물 가두기를 시작한 산샤댐 건설이 중국 대륙 전체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세계은행은 86년 중국에서 환경오염에 따른 손실을 381억위안으로 잡은 데 이어 93년에는 그 규모를 1085억위안으로 늘려잡은 바 있다.
97년의 경우, 공기와 수질 오염분만 해도 540억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학원 발전전략 수석연구원인 뉴원위안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환경오염과 사막화 대책 비용을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힌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해준다.
환경문제가 중국 경제의 장래에 큰 파장을 지닐 것임을 분명히 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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