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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기업구조조정 전문의 CRC 뜬다
관련기사1. 기업구조조정 전문의 CRC 뜬다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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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곳 추가 설립, 총 99개사 활동... 결성 조합 62개 9천억원 규모 육박 에프킬라 모기약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삼성제약공업. 이제 삼성제약은 에프킬라를 만들지 않는다.
1997년 말 부도를 맞아 화의에 들어간 삼성제약은 98년 에프킬라 사업부문을 한국존슨에 매각했다.
인원정리도 대대적으로 단행해 임직원 450여명 중 190명이 회사를 떠났다.
비용을 절감했고 부채를 줄였다.
실적은 2000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들로부터 투자제의가 들어왔다.
삼성제약은 지난해 10월 KTB네트워크와 손을 잡았다.
KTB네트워크는 채권 금융회사를 돌며, 삼성제약이 부채 70억원을 탕감받도록 지원했다.
이어 삼성제약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인수해, 지분율 69%의 대주주가 됐다.
삼성제약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부채를 갚았다.
부채비율이 870%에서 147%로 뚝 떨어졌다.
또한 KTB네트워크로부터 제약업계 전문경영인을 추천받아 영입했다.
일양약품 부사장을 지낸 이은화 대표는 지난 1월 취임해 경영정상화를 지휘하고 있다.
삼성제약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 330억원보다 51% 많은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자비용을 대폭 줄인 덕분에 손익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KTB네트워크와 같은 CRC가 기업회생 전문의로 뜨고 있다.
‘연봉’도 만만치 않다.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20∼30%의 수익을 올렸다.
성공 스토리가 돌면서 신규 진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CRC는 올해 7개가 추가돼 99개로 늘어났다.
조흥은행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오는 8월 CRC를 설립하기로 했다.
CRC가 ‘집도’하는 회사는 법정관리나 화의기업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자본금 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거나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보다 높은 기업도 대상으로 삼는다.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은, 그 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치면 과거의 시장점유율을 되찾아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상 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경영진을 파견하고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가치 제고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상 기업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그 기업의 주식이나 자산을 국내외에 매각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인수 후 5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조합은 자본금이 적은 CRC라도 대규모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사모 방식으로 1천억원까지 모집할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조합에는 투자 대상 기업을 먼저 선정하고 조합을 결성해 해당기업에만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와, 먼저 조합을 결성해 조합의 존속기간 동안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로 나뉜다.
기업구조조정조합은 4월까지 62개, 8876억원 규모가 조성됐다.
산업자원부는 CRC를 통한 구조조정 투자액이 올해말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말 현재 누적 투자규모는 2조7400여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약 1조6600억원 증가했다.
투자유형 별로는 경영권 인수가 70건에 3900여억원, 부실채권 매입은 598건에 1조5900억원, 기타 투자는 253건에 75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자원부 김경식 산업정책과장은 “제도를 도입한 지 4년째인 올해 CRC의 구조조정 관련 투자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 과장은 “CRC 등록이 2000년 31건에서 지난해엔 44건으로 늘었다”며 “이 가운데 상당수 CRC는 투자대상 기업 탐색에서 채무조정안 협의 등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비해 벤처캐피털 쪽은 시들해 대조적이다.
벤처캐피털 수는 2000년말 147개를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어 현재 138개가 중소기업청에 등록돼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인베스텍창투, 아이비벤처캐피탈, 씨티코프캐피탈코리아 등 8개사가 등록 면허를 반납했다.
알파인기술투자, 대양창업투자, 유티씨벤처 등 15개사는 CRC를 겸업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수익률이 낮아지고 등록도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산은캐피탈과 무한투자 등 주요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올해 벤처투자액을 목표치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CRC의 실적은 다른 구조조정 기구에 비해서도 돋보인다.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채권을 모아 관리하는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는 신우, 다이너스카드, 오리온전기 등 3개사에 적용되는 데 그쳤다.
시장 관계자들은 “CRV는 시행한 이후에도 여러 채권자와의 이해관계를 계속 조정해 나가야 해 워크아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투자자금을 모아 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CR리츠는 설립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현재 교보-메리츠CR리츠와 코크랩CR리츠만 상장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98년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25개 금융회사가 출자한 한강, 아리랑, 서울, 무궁화 등 구조조정기금(CRF)은 취지와 달리 벤처투자에 편승했다.
“CRC는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통해 모든 이해 관계자의 경제적인 가치를 증진시킴으로써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한국CRC협회 이영탁 회장은 말한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의 프론티어: 구조조정시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한 국가 구조조정시장의 효율성 정도는 그 나라 경제시스템 전체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고 기업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부실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효율적인 구조조정시장이 존재하면 사전적으로 위험이 높은 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경기 상승국면이 계속되면 구조조정 시장의 활기는 아무래도 그동안보다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는다.
상처는 발생하는 즉시 치료해야 환부가 확대되지 않는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인터뷰 | 우병익/KDB 론스타 대표이사 KDB론스타는 은행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채권회수율을 높이는 자산관리회사(AMC) 기능을 주로 한다.
산업은행 부실채권을 2000년 7월에 1조2천억원어치, 지난해 9월에는 2조5천억원어치를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KDB론스타는 산업은행과 미국의 부실채권투자 전문펀드인 론스타가 각각 25억원을 출자해 2000년 2월에 설립했다.
론스타의 선진 자산관리 기법을 도입해 부실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 처분함으로써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 회사 우병익 대표는 말한다.
수입원은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수수료와 매각됐을 때 받는 성공보수 등이다.
최근 들어서는 CRC 부문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우 대표는 “이달 이내에 구조조정조합 1호 펀드를 300억원 규모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털어내는 구조조정 작업이 자리잡으면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CRC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기업회생 프로그램에서 CRC가 법정관리인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호사 업무 가운데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이 함께 필요한 부분을 처리하기 위해 로펌이 생겨난 데 예를 들었다.
우 대표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일하다 2000년에 론스타에 스카웃됐다.
론스타코리아가 구조조정 전문기업을 설립을 추진하자 최고경영자(CEO)로 나섰다.

인터뷰 | 구본용/ KTB네트워크 구조조정사업본부장 KTB네트워크는 일찌감치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산업발전법이 1999년 2월 시행에 들어가고 4개월 뒤인 6월에 CRC로 등록했다.
지난 4월말까지 10개 기업구조조정조합으로 3900여억원을 결성해 이 가운데 3200여억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회사는 모두 25개사. 투자회사 가운데 동신제약에서는 확보했던 지분을 전부 매각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KTB네트워크는 올해엔 구조조정조합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많은 1700억원 이상 결성할 계획이다.
지난 1월 KTB10호 조합을 통해 550억원은 이미 결성했다.
구본용 구조조정사업본부장은 99년 발족 당시부터 구조조정 업무를 줄곧 맡아왔다.
99년 코리아피티지에 이어 2000년에는 동신제약과 와이즈콘트롤, 스타코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엔 금강공업과 큐리텔 등에 투자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현재의 재무상태는 안 봅니다.
과거 시장점유율이 높았는지, 재무적으로 정상화되면 그 점유율을 되찾고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죠.” 동신제약은 자회사에 대한 과다한 자금지원과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98년 부도를 냈지만, 혈액제제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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