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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르는 경기, 하반기엔 ‘순항’
[초점] 고르는 경기, 하반기엔 ‘순항’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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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하락, 국제 금융시장 불안 불구 수출 중심 성장세 이어갈 듯 가파른 오르막길을 타던 경기가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1분기에 국내 경기는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려는 듯 큰 폭 뛰어올랐다.
기업의 수익성도 향상됐다.
기업이 장사를 해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분기에 9.2%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8.8%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힘차게 뻗어오르던 경기가 다소 멈칫거리고 있다.
6월로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 상승세가 둔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5월 143.0에서 6월 121.8로 하락했다.
BSI 전망치는 응답 가운데 경기가 전보다 좋아진다는 예상이 많으면 100을 넘고, 반대로 악화 전망이 우세하면 100 아래로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BSI 전망치도 같은 추세를 그렸다.
상의가 전국 1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SI 전망치는 2분기 133에서 3분기는 125로 집계됐다.
상장기업, 2분기 실적은 감소 주요 상장기업의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못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수익은 1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반도체 가격과 환율 하락으로 상장사들의 채산성이 다소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현대, 대신, 굿모닝, 동원, SK 등 5개 증권사의 전망을 평균하면, 주요 상장업체들의 매출은 0.7%가량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11.5%, 순이익은 9.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증시 관계자들은 “2분기 수익이 사상 최고였던 1분기 실적보다 낮아진다고 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반기에도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부문과 국제금융 시장 동향은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IT 부문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 값은 3월 중순에 비해 절반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며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리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조정의 폭이 깊어지자 시장 관계자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6월5일 올해 반도체 매출증가율이 3.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은 2분기에 매출이 애초 전망한 64억~70억달러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금융 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연초 2000을 웃돌던 나스닥지수는 1500대를 힘없이 맴돌고 있다.
달러화는 계속 밀려, 엔/달러 환율이 연초 135엔에서 최근엔 120엔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엔론의 분식회계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데다, 기술주 거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투자가 부진해 수익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테러 위협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중동 등의 지역분쟁도 주식 매수를 주저케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불안 경고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IMF는 12일 '세계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달러 약세로, 달러 약세가 다시 투자자금의 미국 탈출로 악순환하면서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IMF는 “미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분기에 신흥시장으로 순유입된 자금은 353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50억달러 줄었다.
그러나 해외 불안요인이 증폭되면서 국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엔론 사태는 대우와 같은 분식회계 몇건이 한꺼번에 터진 것과 같은 심리적 충격을 줬다”고 말한다.
신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조금만 안 좋은 소문만 들어도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 수출증가율 두자릿수 전망 우리 경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항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진단이다.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7%로 집계됐다.
감소세를 이어오던 설비투자와 수출도 각각 3.2%와 2.1%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일본 경제도 나란히 회복의 보폭을 넓혔다.
미국은 1분기에 전분기보다 연율로 5.6% 성장했고, 일본은 4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LG투자증권 이덕청 금융시장팀장은 “6월 조업일수가 줄어들지만,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소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증권의 신 연구위원은 “2분기 성장률은 7%대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그는 “세계경제 회복 기조가 분명해졌기 때문에 하반기 우리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은 물론 일본의 경기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반도체를 비롯해 하반기 수출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는 하반기 반도체 생산이 PC 교체수요 등을 타고 90% 가까이 급증하리라고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수출증가율이 4월 9.2%, 5월 7.8%에서 더 높아져 7월부터는 두자릿수가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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