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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투자칼럼] 미국 경제지표와 증시 ‘따로국밥’
[김영익의 투자칼럼] 미국 경제지표와 증시 ‘따로국밥’
  •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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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도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6%나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기업은 생산을,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6월7일까지 다우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4.3%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21.3%나 폭락했다.
거시경제 변수와 주가가 이처럼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투자심리에 있을 것이다.
전설적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는 심리게임'이라는 저서에서 주가의 90% 정도가 심리에 의해 변동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투자심리 위축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즉 돈을 벌 수 있다는 ‘탐욕’보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주식시장을 지배하면서, 거시경제가 호전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게 된 것이란 얘기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이유는 네가지 정도로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지난해 9·11 테러 사건 이후 주식시장에서 투자위험이 커졌다.
여기다 중동과 인도-파키스탄간 분쟁 심화는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1980년대 말에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평화배당금을 받으면서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대로 주식투자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회계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기업회계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엔론의 붕괴에 이어 타이코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물러나는 등 회계문제가 되풀이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주가는 기업수익, 시간 할인율과 더불어 위험 프리미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본여건이 좋더라도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주가는 그만큼 오르지 못한다.
또한 거시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는데도 기업수익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기업수익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나 아직도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기술혁명 뒤에는 이익을 기업보다는 소비자가 더 많이 가져갔다.
해외 투자자들도 미국 증권시장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주식이나 채권을 사기 위한 자금이 미국으로 월 평균 435억달러가 들어왔으나, 올해 1~2월에는 134억달러로 줄었다.
만약 미국내 투자자들마저 미국 시장을 떠난다면 주가 하락과 더불어 달러 약세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는데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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