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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동북아 허브 코리아의 꿈
[커버] 동북아 허브 코리아의 꿈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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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국가 이미지·자신감 활용... 물류·금융 중심지로 변신 ‘킥 오프’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믿는 사람은 소수였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다만 간절한 염원일 뿐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약속대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내로라하는 축구 강호들을 줄줄이 쓰러뜨리며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새로운 중심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그들의 거침없는 질주에 놀란 것은 세계 이전에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었다.
그처럼 짧은 기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버린 한국축구는 깊은 곳에 처박아두었던 우리 민족의 자신감을 일깨웠다.
그 환희가 거리의 응원 열기로 흘러넘쳤다.
이제 월드컵도 막을 내렸다.
‘포스트 월드컵’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한차원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단단하게 여문 자신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북아 허브(Hub·중심)’라는 장기 비전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월드컵 열풍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한달 동안 이어지던 축구 이야기 대신 포스트 월드컵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2002 한일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팀의 활약으로 높아진 국가 브랜드 가치가 수십조원에 이른다거나, 그 효과가 한국상품 선호도에 영향을 미쳐 수출이 몇배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논리적 근거를 결여한 주장이 상당수다.
경제 전문가들은 “월드컵 효과를 곧바로 수량화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현실성 있는 활용방안을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6월26일 민관합동 한국경제 투자홍보(IR) 추진, 한중일 프로축구 리그 창설 등 다양한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핵심은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장기 비전으로 이어간다는 데 있다.
정부는 월드컵 기간에도 지난 4월 확정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의 기본 청사진을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주요 기업 CEO 51명을 초청해 ‘서울 투자포럼’과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기도 했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가 프로젝트의 성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지역은 앞으로 5~10년 안에 북미·유럽과 함께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칫하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침체의 수렁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재정립해 예상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총체적 국가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를 물류와 금융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는 인천 국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을 키워, 이들을 2006년 세계 물동량의 30.1%에 이를 동북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영종도·송도·김포 매립지 등 수도권 서부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외국인 투자와 다국적기업 지역본부를 유치해, 동북아시아의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외국인 투자가 좀처럼 활성화하지 않고 있는 게 걱정거리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액 비율은 2000년 현재 2%를 약간 넘는다.
싱가포르(6.9%), 말레이시아(4.2%), 태국(2.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한 <포천> 100대 글로벌기업 중 한국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곳이 포드자동차의 부품부문 본부 한곳에 지나지 않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계기로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의 선전과,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있는 거리응원 모습이 세계인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 기간에 방한한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돌아갔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게리 덕스 부사장은 “기술인력이 풍부하고, 그동안 투자환경도 많이 개선됐다”며 “앞으로 한국에 투자를 늘려 중국과 러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재활동을 벌인 수많은 언론인들도 자신들의 나라에 돌아가 오피니언 리더로서 달라진 한국의 모습을 널리 전파할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단순히 이미지 개선만으로 투자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기업회계의 불투명성,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영어 의사소통의 어려움,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문화의 결여 등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다”고 말했다.
개인소득세가 아직 너무 높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 CEO들은 우리 기준에서 보면 연봉 수준이 엄청나게 높은 편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제도개혁에는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일부 쟁점에서는 첨예한 입장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경제특구를 만들 것인지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정부는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12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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