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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히딩크 효과’ 를 바라는 헤인 데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
[사람들] ‘히딩크 효과’ 를 바라는 헤인 데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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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놀라운 유대감을 불러온 두나라 모두의 영웅입니다.
그가 발휘한 어마어마한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 한국이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다음날인 6월26일 서울 세종로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만난 헤인 데 브리스(52)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누구 못지않은 축구광이라고 한다.
한국-독일전도 상암경기장에서 관람했으며 대부분의 한국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요즘 우리 국민들의 희망사항인 히딩크의 귀화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자 그는 정색을 하고 답했다.
“두나라는 국적에 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요. 한국인은 ‘우리’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반면 역사적으로 개방정책을 펴온 네덜란드에서는 어디에 사느냐, 어디서 일하느냐, 어느 나라 국적을 갖느냐를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습니다.


히딩크의 네덜란드 구단 복귀설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며 “히딩크 감독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축구감독은 한나라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여러 곳에서 일해야 한다.
누가 알겠느냐. 그는 항상 움직이는 사람이다”라고 속내를 비쳤다.


한일 관계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와 독일간에도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재미있는 지적이다.
상대국에 점령당했었다는 역사적 사실 등에서 둘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라며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전후 20~30년간 네덜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유럽의 오랜 경제적, 사회적 결속력 때문에 크게 개선됐지만 한일간에는 아직 그런 공감대가 약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독일전에서 이겨 일본 요코하마에서 결승전을 벌이고 일본인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월드컵 공동개최의 경험만으로도 앞으로 큰 관계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스 대사는 대화 내내 한국민의 폭발적 응원문화와 공동체의식을 놀라워하면서도 다소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듯했다.
한국인과 네덜란드 국민을 비교하기도 했다.
“두나라 국민은 열심히 일하며 솔직하고 성격이 직선적인 것 등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역사적으로 개방사회였느냐, 폐쇄사회였느냐 하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네덜란드는 식민지배 경험이 있어 북아프리카, 터키 등과 통합하며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이뤘습니다.
한국도 좀더 대외적으로 문을 열고 외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기대합니다.


이쯤에서 양국간의 통상교류 문제를 물었다.
네덜란드의 한국내 투자액이 미·일에 이어 세번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는 거의 1위에 접근했다고 한다.
양국간 통상 현황의 특징을 지적해달라고 했다.
“우리 같은 소국은 개방해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지난 400년간 세계 자유무역을 선도했습니다.
덕분에 필립스, 로열더치셸, 유니레버, ABN암로은행, ING 등 수많은 다국적기업이 있죠. 그러나 양국의 무역수지는 아직도 한국이 흑자인 불균형 상태인 점이 아쉽습니다.
그 격차가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브릭스 대사는 이어 “한국이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좋은 결실을 이뤘듯이 다른 분야에서도 네덜란드를 많이 이용하길 바란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중심축으로 성장하려면 역사적으로 유럽의 통로 역할을 해온 네덜란드의 물류 운송, 유통, 배분 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9년 한국에 부임한 그는 그동안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이 그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내년은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한 지 350년 되는 해여서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과 암스테르담에서 현대예술 전시회를 열 계획이며 로테르담 시민의 서울 방문도 예정돼 있다”고 말한다.
하멜의 다큐멘터리 제작과 기념책자 발간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에서 치솟은 네덜란드에 대한 관심과 유대감이 내년에 그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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