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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가 불안’ 일단 진정
[글로벌] ‘유가 불안’ 일단 진정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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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유지 결정… 비가맹국 비중 날로 확대, 약효 두고봐야 지난 6월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특별회의에서 11개 가맹국 대표들은 현재의 원유 생산쿼터를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OPEC의 ‘모니터링 위원회’는 현재의 생산량에 변화를 주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로써 하반기 유가동향과 관련한 그간의 논란은 ‘공식적으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OPEC의 이번 결정에는 현재의 유가수준이 세계경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적정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밑받침됐다.
지난해 OPEC은 전세계적 원유 수요 감소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17달러 수준으로 떨어지자 원유 생산량을 20%가량 줄였다.
하지만 유가는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회복돼 현재 배럴당 22~28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25일 현재 국제원유 시장에서 OPEC 가맹국이 공급하는 원유는 대략 22~28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이날 정오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의 거래가격은 25.42달러였다.
현재의 유가는 올해 OPEC이 설정한 목표치와 거의 맞아떨어지는 수치다.
OPEC으로서는 현재의 유가수준에 변화를 줄지도 모를 생산량 증대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달러 약세… 현상유지가 이익 국제시장에서 원유 거래가 달러화로 결제된다는 점에서 최근의 달러화 가치 하락이 석유수출국에 상당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한몫 했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석유 수입국들로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라는 요구가 줄어든 점도 빼놓을 수 없다.
OPEC 가맹국들은 최근의 세계경제 동향에 비추어 당분간 현재의 유가 수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에는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PEC 조직 안에서 불협화음이 사라진 점도 큰 힘이 됐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베네수엘라가 하루 생산량을 40만배럴 늘릴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6월 중순 널리 퍼졌으나, 6월24일 휴고 차베스 대통령이 직접 이를 부인하면서 소문은 사그라졌다.
뿐만 아니라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와 공식적 협력관계가 막을 내렸지만, 이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OPEC은 원유 생산쿼터 조정 등에서 긴밀하게 협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양자 사이의 협조관계가 다분히 상징적 의미만을 지닌다는 점에서, 공조 파기가 당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OPEC의 결정이 별다른 구속력이 없는 요식행위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간 대부분의 OPEC 가맹국들이 암묵적으로 정해진 생산쿼터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해왔다는 점이 그 근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개 OPEC 가맹국 가운데 UN이 원유 생산량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이 지난 5월 중 하루 평균 2310만배럴을 생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OPEC 차원에서 합의한 생산량보다 140만배럴이 많은 규모다.
특히 배네수엘라의 경우, 공식 생산량인 250만배럴보다 25만배럴씩을 더 생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당분간 원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OPEC 공식결정의 권위를 상당히 훼손시키는 대목이다.
전체 석유수출국 가운데 11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OPEC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국제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OPEC의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1999년 42%였던 OPEC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39%로 떨어진 데 이어, 현재 35% 수준을 맴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년 안에 멕시코만이나 카스피해의 카시간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크레이지 호스 필드’라 불리는 비OPEC 프로젝트의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OPEC 시장점유율 감소세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위크' 최근호(7월1일치)는 OPEC이 점점 가격 중심의 단기 전략에 치우치고 있다며, 가격위주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어 흥미를 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OPEC 가맹국들이 세계 원유매장량의 65%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요한 건 단순히 매장량이 아니라 효율적인 시장전략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비OPEC 국가들과의 경쟁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OPEC이 현재의 25달러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경우, 그 파장은 오히려 OPEC 국가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자본이 점차 비OPEC 국가들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킴으로써 원유수요 자체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OPEC 가맹국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쿠웨이트나 이란의 경우 아직껏 해외자본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6개월 동안 25달러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 개도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0.5%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만일 2010년까지 유가가 2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그 효과는 유가가 20달러에 머물렀을 경우에 비해 원유 수요가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OPEC이 가격위주의 단기전략에 치중하는 현실은 외부변수에 따라 급작스럽게 유가가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6월25일 유가가 현재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여름 시즌 미국내 가솔린 수요가 급증하거나 중동위기 등 외부변수에 따라 유가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내다봤다.
OPEC이 가격 위주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는 건 “외부변수에 따라 갑작스런 유가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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