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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로화 도입 6개월 성적표
[유럽] 유로화 도입 6개월 성적표
  • 베를린=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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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하락, 기업 매출증가 등 긍정적… 경제성장률은 국가별 편차 커 독일 화폐금융론 분야의 권위자인 본대학의 만프레드 노이만 교수는 1998년 2월 150여명의 교수들과 함께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적 청사진이 부족한데도 정치가들의 과욕 탓에 유로화 도입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게 성명서의 요지였다.
당시는 기업이나 은행들이 앞다퉈 유로화 도입을 크게 환영하는데다가 유럽연합(EU)내 각국 정부가 “가격투명성 확보와 각국의 기업유치 경쟁을 통해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구대륙의 풍요를 다시 가져다준다”며 유로화 도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때라 이 성명서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4년여의 세월이 흘러 유로화가 통용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유로화 도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유로화 도입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도 서서히 사그라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로는 우선 화폐가치가 안정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유로화를 도입한 나라들의 지난 1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같은 분기에 비해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5월 한달에는 물가상승률이 1.1%로 더 낮아졌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물가수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에 물가는 소폭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럽중앙은행이 중장기 목표로 잡은 인플레이션율 ‘2% 미만’도 무난히 달성하리라는 게 대체적 분위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긍정적 성과가 예견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긴축정책 기조를 유지하던 남부유럽의 국가들과 고용창출을 위해 통화팽창 정책을 펴는 프랑스가 동일한 통화정책 아래 묶이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각국이 독자적 통화정책을 펼 유혹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자주 거론되곤 했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재정적자가 GDP의 60%를 넘어서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정부부채 규모도 GDP의 3%를 넘어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덕택에 많은 나라들의 재정적자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핀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의 성적이 두드러졌다.
유로화 도입으로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기업들이다.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위험이 없어짐에 따라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데다 단일통화 도입 이후 넉넉해진 자금시장 덕에 금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경제성장률만을 놓고 본다면 유로화 도입의 효과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2000년 반짝 호황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99년부터 2001년까지 유로화 도입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쳤다.
아일랜드(9.6%), 핀란드(3.5%), 스페인(3.7%) 등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데 반해, 덩치가 큰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8%에 머물렀다.
독일 경제는 과거 낮은 이자율 덕에 우위를 누려왔지만, 이제는 유로권내 전역에서 단일한 이자율이 적용되게 되어 그 혜택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생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제조업체가 늘어날 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경제구조를 개혁하라는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뿌리깊은 관료제도, 복잡한 세제, 높은 인건비는 독일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 주범으로 연일 비난받고 있다.
유로화가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애초 유로화 도입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시선은 많이 누그러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유로화 도입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지난 6개월간의 성공스토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유로화의 성공은 모든 경제여건이 매우 좋았던 데 힘입은 바가 크다며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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