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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소로스는 노스트라다무스?
[초점] 소로스는 노스트라다무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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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0% 추가 가치 하락” 경고… 일각 “3분기 이후 미 경제회복, 상승세 전환”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3분의 1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 국제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말에 금융가가 다시 한번 술렁였다.
런던을 방문하고 있는 소로스는 6월28일 ‘강한 달러’ 추세가 역전되고 있으며, 최근 몇년 동안 주요 통화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정도의 가치 하락은 놀랄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엔론 파산, 월드컴의 사기 혐의 피소 등 최고경영자의 탐욕과 회계 스캔들 탓에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이나 달러화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비난했다.
그는 또 “시장은 균형을 찾기보다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율 조정을 전제로 한 부시 행정부의 시장원리주의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화 가치 급락이 세계경제 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난한 나라가 외환보유액을 늘리도록 특별인출권을 제공하는 등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로스의 비관적 전망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미국은 재정수지 적자가 2001년 국내총생산(GDP)의 5%, 경상수지 적자가 2001년 국내총생산의 4.2%에 이르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 경제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타이코, IBM, GE, 월드컴 등 초대형 회사들의 회계불신 문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애초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타나면서 시장참여자들은 경기회복 속도에 따르지 못하는 미국 기업의 실적 회복세에 불안을 느끼게 됐다.
이와 함께 일본과 유럽이 미국 경제와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해외자금이 유럽과 일본 증시로 유입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 대미 자본 유입세 둔화, 달러화 가치 급락, 미국 주식시장 약세’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화가 완전한 어둠 속에 빠진 것은 아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의 추이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는 경험적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유입 속도는 당분간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 경제성장률이 증가하면서 다시 완만한 증가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은 미국의 2분기 이후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3.8%, 3분기 4.1%, 4분기 4.2%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 증권시장에선 요즘 주식의 투자매력도가 감소하자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전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금이 일단은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채권시장으로 옮겨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문 실적 집계기관인 퍼스트콜은 미국 기업 실적이 3분기부터는 기술주, 금융주, 소재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회사는 S&P500의 앞으로 1년간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18.3배인 데 반해 현재 S&P500의 적정 PER가 20.8배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지금 주가 수준은 앞으로의 실적을 기준으로 본다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저평가론이 설득력을 얻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3분기 이후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달러화는 소로스의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둔화되거나 아예 하락을 멈출 수도 있다.
조지 소로스는 지나친 비관론에 빠진 것일까, 다가올 재앙을 경고하는 선견지명을 내보인 것일까.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992년 영국 파운드의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10억달러를 유럽 환시장에 투입해 엄청난 투자차익을 챙긴 바 있다.
그러나 98년 3월엔 파운드화의 급격한 하락을 점치고 60억~80억달러의 환투기 거래를 했다가 예상과 달리 파운드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2002년 7월, 국제금융 시장은 다시 한번 소로스의 예측력을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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