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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서울銀 몸값, 부르는 게 값
[비즈니스]서울銀 몸값, 부르는 게 값
  • 박준식/ <한국금융신문> 기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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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의 향후 진로가 하나은행, 론스타컨소시엄, JP모건 등 3곳 중 한곳에 매각 내지 합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서울은행 처리는 IMF 구제금융기 이후 진행된 은행권 구조조정의 실질적 마무리 작업인 동시에 금융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어, 금융권은 물론 국내외 투자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은행 문제는 은행법 개정 이후 국내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르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한때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컨소시엄과 동원그룹 등 국내 산업자본이 서울은행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함에 따라, 이 역시 국내 은행과 합병이라는 정해진 순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 매각 내지 합병 자체가 이번 정권에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는 회의론까지 대두돼 서울은행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 청문회 여지도 배제 못해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서울은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되든 어떠한 결과를 도출하든 현 정부로서는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강정원 행장을 위시한 이른바 ‘과도 집행부 시스템’을 3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구조조정 마무리 시기를 늦춰왔다.
그런데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매듭을 지으려 애쓰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금융가에선 다음 정권에서 금융구조조정 관련 청문회가 분명히 열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털에 헐값으로 매각한 데 대한 시비, 100조원의 공적자금 중 상당 부분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은 이미 ‘금융 청문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은행이 현 정부가 끝나기 전에 매각된다면 이 문제도 분명 청문회 소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단 동원그룹과 동부그룹이 서울은행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결론은 사실상 하나은행과의 합병이냐, 아니면 론스타컨소시엄이나 JP모건에 매각하느냐 등 두가지로 압축됐다.
동부그룹 등 10여개 대기업을 비롯해 380여개 기업들이 참여했던 동부컨소시엄은 우량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동원그룹 역시 은행권이 서울은행 인수전에 참여함에 따라 우선순위가 은행으로 넘어가게 될 것 같다며 서울은행 인수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내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국내 은행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관치금융이었고, 이에 따른 폐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 많지만 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 금감원,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당국의 눈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노조가 “합병을 하느니 차라리 국내외를 망라한 자본을 대상으로 매각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의 공식적 처리 원칙은 인수합병(M&A)이다.
합병과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며 처리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나중에 나올 수 있는 ‘뒷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개정으로 동원과 동부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지만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문제가 될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3년을 넘게 끌어온 서울은행 처리를 특정 은행과 합병을 통해 처리할 수도, 그렇다고 검증을 받지 않은 국내 산업자본에 무작정 넘기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외국계 투자 펀드에 넘기는 것 또한 ‘제2의 제일은행’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터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차라리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투자의향서를 발송해 합병이든 매각이든 일괄처리하도록 하고 뒤로 물러서면 추후에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후보들, 인수가 목표


최근 가장 큰 관심거리는 서울은행 매각가격과 매각조건이다.
금융가에선 제일은행의 후유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인수조건에 풋백조항을 담음으로써 서울은행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을 또다시 투입하는 사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불과 5천억원에 넘기면서도 사후손실보전(풋백옵션)이란 조건을 허용해 이를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에 무려 5조원을 추가 지원한 바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데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늘리기 위해 철저히 ‘상업적 판단’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지분을 100% 모두 사들이겠다는 제안도 있는 상태라서 정부는 이 대목에서 심각히 고민할 만하다.


외국계 인수후보들은 인수라는 목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 가격경쟁시 하나은행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외국계 펀드 관계자는 “돈은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말로 인수전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필요하다면 가격을 다소 높게 제시해서라도 서울은행을 인수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은행이 누적결손 때문에 일정기간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서울은행의 영업력이 바닥을 지나 회복단계에 접어든 점 등을 높이 평가해 적극적 공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나은행도 대형화를 위해 서울은행 합병이 꼭 필요한 만큼 인수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렇게 3개 인수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그동안 1조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돼왔던 서울은행의 시장가치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은행 매각일정


5월10일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 선정

6월11일 정부 40여곳에 매각 인수제안서 발송

6월27일 국내 10여곳 인수의향서 제출

7월2일 하나은행, 론스타, JP모건 등 예비 인수후보 선정

7월말 최종 인수제안서 제출(예정)

8월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 MOU 체결(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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