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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웹페이지 무단 링킹은 불법”
[덴마크]“웹페이지 무단 링킹은 불법”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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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검색 서비스에 대해 신문사나 방송국이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한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와 같은 무단 링크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가 갈수록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작권 문제에 대한 법적 해석을 가늠할 판결이 덴마크에서 나와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작권 침해 혐의로 피소된 사이트는 전세계 4480여개 뉴스를 하이퍼링크로 모아 제공하는 뉴스부스터 www.newsbooster.com. 이번 재판은 덴마크신문발행인협회(DNPA)가 뉴스부스터의 무단 하이퍼링크 서비스를 문제삼으면서, “오직 신문사 웹사이트의 초기 화면에서만 링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열렸다.


법원은 일단 DNPA의 손을 들어주었다.
코펜하겐 법정은 지난 7월5일 뉴스부스터가 출판업체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특정 웹페이지를 링크한 데 대해 이를 금지하는 ‘딥 링킹(deep linking) 금지’ 판결을 내렸다.
이 자리에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 대표자들과 덴마크 및 세계 언론 관계자 3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워, 판결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DNPA가 소유하고 있는 28개 사이트에 대해서만 하이퍼링크를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것도 ‘긴급명령’을 통해 DNPA의 손을 들어준 데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이 판결이 인터넷에 무수히 걸려 있는 무단 링크에 대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주요 언론들은 ‘비슷한 서비스가 많음에도 유독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뉴스부스터의 독특한 유료화 서비스 때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스부스터는 다른 뉴스모음 사이트와 달리 이용자들이 검색한 뉴스를 자동으로 e메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유료로 실시해왔다.
이 때문에 DNPA 소속 신문 발행인들이 ‘뉴스부스터에 이용료를 받거나 링크를 제거하도록 협상하라’고 협회에 재촉함으로써 재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뉴스부스터는 판결이 나자 즉시 자사 사이트에 링크된 20여개의 DNPA 소속 뉴스들을 지웠다.
하지만 뉴스부스터는 여전히 480개 이상의 덴마크 뉴스 자료와 4500개 이상의 세계 뉴스 자료를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당장 하이퍼링크를 이용한 웹서비스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정보를 훔치는 게 아니라 좀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고 뉴스부스터는 주장하고 있다.


뉴스부스터는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이번 판결은 스칸디나비아 시장의 성장과 검색엔진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판결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뒤 “이번 결과는 전체 기사가 수록된 덴마크 뉴스만으로 뉴스 시장을 독점하려는 발행인들의 작은 승리일 뿐”이라고 재판부의 결정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미디어 ZD넷은 “대부분의 업체가 불법 링크에 대해 법적 대응을 못하는 건 인적·금전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호전되면 좀더 많은 업체들이 딥 링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고, 이는 링크에 기반하고 있는 웹 자체를 위협할 위험이 크다”는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파운데이션(EFF)이란 단체의 수석변호사 프레드 본 로흐만의 말을 인용하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딥 링킹을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뉴스부스터를 간접적으로 응원했다.



아직까지 ‘딥 링킹’으로 불리는 하이퍼링크 서비스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판결 또한 뉴스부스터의 일부 링크 서비스에 차질을 줄 수는 있지만, 이를 전면 금지할 수 있을지 여부 또한 불확실하다.
문제는 IT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온·오프라인간 저작권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터질 각종 저작권 관련 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엔 법의 걸음이 너무 느리다.
이번 판결에 대해 DNPA쪽은 공식적 논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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