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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문우춘 솔빛미디어 사장
[사람들]문우춘 솔빛미디어 사장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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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하자면 한없이 쉽고 어렵게 하자면 한없이 어려운 게 비즈니스입니다.
중요한 것은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무슨 공자님 같은 말씀인가 하겠지만, 서른살부터 13년 동안 맡은 부실기업마다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킨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이가 한 말이라면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솔빛미디어 문우춘(43) 사장은 1998년 이 회사 창립 이래 매년 거의 100%에 이른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다.
솔빛미디어의 주력사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사업이다.
아직은 작은 시장인 이곳에서 매년 100% 가까이 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창립 4년째인 기업치고는 재무구조도 좋다.
지난해엔 218억원 매출에 13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 400억원에 3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릴 계획이다.
부채비율은 53%, 경상이익률은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사업 부문을 제외한 기존 사업 부문의 경상이익률은 15% 정도 된다.
“실은 정책적으로 7%의 경상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 정책적으로 경상이익률을 유지한다? 바로 여기에 그가 말하는 ‘선순환’의 비결이 숨어 있다.


“비즈니스의 선순환은 일단 이익을 내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업이 첫사업에서 이익을 내야 다음 사업에 무리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어요. 투자를 해야 기업이 성장하고요.” 반대로 사업의 악순환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로 무리하게 성장을 꾀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은 빚을 내서 투자하게 되고, 무리한 투자는 사업구조를 더 부실하게 만든다.


솔빛미디어는 처음엔 초등학교 등 공교육 시장에서 컴퓨터 교육사업을 벌여 돈을 벌어들였다.
민간업체 최초로 정부의 공교육 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99년 매출은 60억여원.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의 반을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투자했다.
2000년 매출은 130억원으로 늘었다.
또 번 돈의 반을 컴퓨터 가정방문 사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은 218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이 돈으로 솔빛미디어는 올해 에듀랜드 등 인터넷 사업과 함께 일본 등 해외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입시학원 체인망을 둔 한 일본 기업과 손을 잡았다.
또 4월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성인 대상의 정보기술(IT) 학원 ‘솔빛아카데미’ 1호점을 열었다.
내년까지 전국 10개 주요도시에 직영점을 내는 것이 목표다.
투자지역, 고객연령면에서 투자범위가 꽤 넓어졌다.


하지만 문 사장은 실패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신규사업에서 다 성공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합니다.
개중엔 망하는 사업도 나오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수익의 반만 신규사업에 투자하면 기존 사업구조에는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이런 경영철학은 어쩌면 그가 망해가는 기업에서 처음 사장 생활을 시작했기에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그는 삼보컴퓨터 부장 시절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RDI라는 회사에 사장으로 파견됐다.


당시 삼보는 휴대형 워크스테이션 개발 소식을 듣고 이 회사에 투자했는데, 나중에서야 이 회사가 기술력이 전무한 회사인 것이 밝혀졌다.
이미 투자한 것을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문 사장은 이 회사에 사후처리반으로 투입됐다.
91년에 그는 보름치 회사 운영자금 5만달러만 달랑 들고 미국인 직원 150여명이 바글거리는 낯선 회사에 들어섰다.
아시아인이라곤 사장인 그 한명뿐이었다.
그러나 1년 뒤 이 회사는 실제로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거듭나, 미국 군대에 휴대용 워크스테이션 장비를 납품하게 됐다.


6년 만에 돌아온 그가 다시 맡은 기업은 솔빛미디어의 전신인 ‘솔빛’이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솔빛 IMF 구제금융기에 문을 닫게 되자, 그는 자본금 5천만원을 지원받아 이 회사를 컴퓨터 교육업체로 재탄생시켰다.
“솔빛의 자산이 아까웠어요. 대주주는 사업을 포기한 상황이었지만 교육쪽에 시장이 보였죠.” 다 죽어가던 기업은 4년 만에 매출 400억원 규모의 흑자기업이 됐다.


이 정도 이력이면 ‘전문경영인’을 자칭할 수도 있으련만 그는 자신을 ‘용병’이라고 부른다.
사지에 투입되는 직업군인 같은 처지라는 것이다.
‘용병’으로서 그는 계약과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
‘용병 사장’의 주요 임무는 투자자들의 투자목표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약속한 기간에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 CEO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닷컴 붐 때 많은 벤처가 실패한 이유는 경영인이 사적인 명예욕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투자자와 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있다고 본다.


초심과 약속을 지키는 것, 이것이 비즈니스를 한없이 쉽게 하는 선순환의 비결이란 점을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실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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