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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5. 가질 수 없다면 체험이라도…
관련기사5. 가질 수 없다면 체험이라도…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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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따분하고 지루해질 때면 아무도 없는 외딴 섬에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무인도 표류기를 그린 책을 꺼내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다.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는 유명한 택배회사의 직원인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가던 도중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한다.
가진 것이라곤 사랑하는 애인의 사진 한장과 각지로 배달돼야 할 물건들뿐이다.
그는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지피고 작살을 던져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끈질기게 무인도 탈출을 시도한다.
무인도라는 막막한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제 ‘간접체험’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누구든지 직접 무인도로 갈 수 있는 체험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BS의 실제상황 프로그램 <서바이버>(Survivor)는 외부와 격리된 외딴 섬에서 지원자들이 최소한의 도구와 음식만으로 생존하는 과정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MBC가 <2002 생존 프로젝트 - 섬>이라는 제목으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서해안의 한 무인도에서 한달간 생활하면서 각종 게임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논란’이 야기돼 현재 방송제작은 무기 연기된 상태이지만, 지원자 모집공고가 나간 뒤 수천명이 몰려들어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도 인기


좀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무인도 체험상품도 있다.
섬 전문 여행사인 ‘마린토피아’는 맨몸으로 무인도에 상륙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되는 생존체험 프로그램을 내놨다.
얼마 전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7~8명이 인천시 옹진군에 있는 먹도에 다녀왔다.
덕적도 부근에 자리한 이 섬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다.
랜턴과 구급담요, 초콜릿 등이 준비물의 전부였다.
해변으로 밀려온 빈 병을 이용해 바위 사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썼고, 갯벌에서 조개나 굴을 캐먹었다.
숲속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해오기도 했다.
1박2일의 짧은 코스였지만 참가자들에겐 난생 처음 겪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부산YMCA의 무인도 탐험캠프는 1983년부터 실시한 것으로 역사가 깊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에 있는 선착장에서 뗏목을 타고 80명의 아이들이 사슴섬으로 들어가 4박5일 동안 야영을 한다.
올해는 7월26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할 계획인데, 일찌감치 신청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지역에선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부산YMCA 건강체육부 담당자는 “시설캠프를 지양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하고 있다”며 “화장실도 구덩이를 파서 만들고 자연에서 생활도구를 직접 만들어내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이 학생들이다 보니 조개잡이나 별자리 탐사, 해변올림픽 등 비교적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간다.


이처럼 문명의 이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혹독한’ 체험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은 아직까지는 편안하게 무인도라는 격리된 공간 자체를 즐기는 여행상품이 더 많은 편이다.
트레킹 전문회사인 ‘트렉코리아‘는 사승봉도에서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천 연안여객선을 타고 승봉도로 가서 어선을 빌려타고 가야 한다.
개인 소유의 이 무인도에는 관리를 맡고 있는 한 가구만이 정착해 여행객들의 숙식을 도와주고 있다.


마린토피아는 생존 체험상품 외에 전남 신안군 섬여행과 무인도 탐사를 이벤트 상품으로 마련했다.
유명섬을 관광하는 것을 주로 하면서 인근에 있는 무인도에 상륙해 하루나 이틀 정도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숙식 준비를 충분히 해서 가기 때문에 생존체험 상품과는 다르다.
역시 섬과 바다를 전문으로 하는 ‘감동이 있는 여행’의 경우도 다도해해상공원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무인도에 내려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레포츠투어나 허니문에 무인도를 접목한 경우도 눈에 띈다.
발리와 롬복을 전문으로 하는 비제이씨여행사는 숙식은 호텔에서 해결하고, 인근 무인도로 모터보트나 바나나보트를 타고 가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투어상품을 연중 내내 운영하고 있다.
피지 국왕이 소유하고 있는 보모섬 부근의 부속 섬은 신혼부부들이 즐기기에 좋은 낭만적인 곳이다.
피지 전문 여행사 피지닥은 이 작은 무인도에 신혼부부를 데려다주고 단 둘만의 아늑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다시 보모섬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고 싶을 때는 호출을 하면 직원이 데리러 온다.


최근 들어 여행사들은 무인도 상품에 부쩍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섬과 바다, 해양스포츠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의 경우 무인도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마린토피아 이종택 사장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란 점에서 무인도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며 “또 번잡한 유명 휴양지에 지친 사람들이 좀더 독특한 휴가를 즐기려는 욕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트렉코리아 이승건 사장은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것이 바로 무인도 여행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무인도에 대한 관심은 비단 ‘여행’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컴퓨터게임 등 무인도를 소재로 해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인도 이야기’는 불의의 사고로 도착한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서 돌아갈 것인가를 테마로 한 서바이벌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악몽의 연속인 무인도에서 250가지 아이템을 동원해 탈출에 성공해야 한다.
시리즈로 계속 출시되는 무인도 이야기에 게이머들은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무인도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커뮤니티를 개설해 서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만 무인도 관련 카페가 40여개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무인도에 가게 됐을 경우 불을 어떻게 피울 것인지, 물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건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있기도 하다.
오염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 무인도에 대한 호기심은 이렇게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여행상품은 아직까지 호응 적어


여기에 비하면 오히려 무인도 여행은 개발이 미미한 수준에 있다.
파랑새투어는 올해 봄 무인도 상품을 선보였지만 호응이 없어 한팀도 출발하지 못했다.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여행사로서는 교통편이나 숙식해결 등이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보니 배편을 따로 예약하려면 가격이 뛰는데, 비싼 돈 주고 무인도에 가서 고생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무인도라는 험난한 상황을 직접 헤쳐나가는 체험상품의 사정은 더하다.
아직까지 무인도 마니아들에서 일반인들로까지 관심층이 확산되지 않은데다, 프로그램 개발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수년간 ‘무인도 생존훈련’을 운영해온 ‘자연과 사람 코스피아’ 하수민 실장은 “좀더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극한 상황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생존체험에서부터 기업체 연수까지 참가자들의 성향에 따라 프로그램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종택 사장은 “국내에 3천개 이상의 섬이 있는데, 상당수가 무인도로 방치돼 있다”며 “제대로만 개발하면 인기있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업체들의 집단연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수민 실장은 “외국의 경우 무인도 생존훈련 과정을 수료하면 기업체 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도 있다”며 “무인도에서 자연과 맞닥뜨리면서 체득한 교훈을 사회에서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교육프로그램 효과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도에 가져갈 필수품들


당신이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구나 한번쯤 받아본 질문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네티즌들은 남자 혹은 여자, 인터넷, 물, 휴대전화, TV, 담배, 커피 등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무인도 체험여행을 즐기려면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까? 너무 많이 챙겨가면 무인도 체험의 취지를 살릴 수 없고, 그렇다고 무방비로 몸을 던지는 것도 위험하다.
다음은 마린토피아 이종택 사장이 권하는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것 다섯가지다.

1.모기약. 대개 여름철에 무인도를 찾기 때문에 몸에 바르는 모기약은 필수다.
없으면 잠을 자기 힘들 정도다.

2.초경량 구급담요. 텐트를 가져가지 않는 대신 필요한 물품이다.
담배갑 크기만한 것을 펼치면 몸 전체를 덮을 정도의 크기로 펴진다.
외국에서 서바이벌 용품으로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3.비상식량.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고칼로리 식품이 좋다.
미숫가루도 괜찮지만 물에 타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그냥 질겅질겅 씹을 수 있는 육포도 비상식량으로 좋다.
또 현지 사정이 어떨지 모르니 식수를 조금 준비해가는 것도 필요하다.

4.랜턴 혹은 양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무인도에서 밤을 맞게 되면 랜턴이나 양초는 필수적이다.
문명의 이기를 좀더 멀리 하려면 랜턴보다는 양초가 좋을 듯.
5.다용도 칼. 해산물을 따서 먹거나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등 그야말로 다목적으로 쓰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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