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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만리장성 넘어 중소투자 붐
[특집] 만리장성 넘어 중소투자 붐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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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4일이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역사적 수교를 체결한 지 꼭 10돌이 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각종 소득수준(GDP 및 1인당 GDP, 1인당 가처분소득)이 모두 3배 이상 증가했고 세계 6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액(FDI)과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외환보유고는 10년 전에 비해 각각 11배 이상 증가했다.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하면서 중국은 벌써 우리나라 최대의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했다.
1992년 2억600만달러(271건)였던 투자실적이 지난해 말 현재 54억500만달러(6054건)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투자건수로는 단연 첫번째(41.8%)지만 중소규모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금액기준으로는 15.9%에 머물고 있다.



엥겔계수 낮아지고 소비품목 다양


투자대상 업종별로 보면 92년 93.4%에 이르던 제조업의 압도적 비중이 지난해 87%로 낮아지는 추세인 반면 무역, 도소매, 요식, 숙박 등 서비스 업종의 투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서비스 업종의 투자액이 10%대에 불과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지역의 3차산업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서비스 분야가 집중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외국인 창업을 허용하는 등 개방업종이 늘어나는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비스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해 중소자본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현준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도시 소비수준은 먹고 입는 문제가 해결된 ‘온포’(溫飽) 단계를 지나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소강’(小康) 상태에 진입하면서 정신적·심리적 만족을 원하는 소비가 날로 중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엥겔계수가 낮아지면서 비식품 소비비중이 높아지고 소비품목이 빠른 속도로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기 때문에 식품소매 분야의 규모 또한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소매식품의 유형은 고품질 가공식품과 스낵, 즉석식품 위주로 바뀌고 있다.
100대 도시 소비자의 식품소매 지출이 95년 60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1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3억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 추세’,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중국은 중소 투자자에게 충분한 매력이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박한진 중국담당과장은 “중국에 처음 중소자본 창업을 준비할 때는 중국 정부가 허용하고 있는 투자방식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길을 열어놓은 창업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유한공사(有限公司)와 개체호(個體戶)가 그것이다.


유한공사는 우리나라의 주식회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상행정관리국에 정식 등록절차를 거쳐야 한다.
등록자본금이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지역과 업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적극적으로 외국자본 유치에 나선 몇몇 지역은 10만달러 이상으로 기준을 낮춰 운영하기도 한다.
자본금 규모 부족,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정식 등록을 못한 업체는 부득이 중국인, 조선족 등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 영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경우 법적 보장을 전혀 받지 못하므로 가게를 빼앗기고 투자금을 날리는 등 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개체호는 유한공사에 못미치는 소규모 업체인데 올해 중국 정부의 정책변경에 따라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개체호는 공상소라는 곳에 등록해야 하며 등록자본금이 5천홍콩달러(약 645달러) 이상이면 된다.
이 개체호는 지금까지 중국인 명의로만 등록이 가능해 외국인은 전혀 창업할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중국내의 소자본 창업은 아직 형식화, 규범화되지 않은 채로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홍콩지역의 경기침체로 북쪽으로 이주하는 개인 창업자가 급증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광둥성 선전 중심가인 루어후(羅湖) 일대에서 홍콩인에 한해 개체호 영업을 허용했다.
여기에서 홍콩인은 홍콩에 7년 이상 거주해 영주권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어 지난 6월에는 광둥성 광저우의 인허(銀河)와 상하이 루자추이(陸家嘴)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로 홍콩인에게 영업을 허용했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홍콩인에게만 부분적으로 문을 여는 조처가 WTO의 회원국간 차별대우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각국의 반발을 사자 “단지 시범 조처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개체호에 대해 외국인 영업허가의 범위를 차차 넓혀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요식업이 절반 차지


우리나라의 대중국 건당 평균 투자금액이 89만달러에 이르며 10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기타(소규모 개인투자)로 분류된 1266건의 평균 투자금액은 14만달러에 채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돼 이들의 경우 유한공사로 등록하기 위한 자본금 조건(20만달러 또는 10만달러)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중소규모 창업 아이템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식당 등 요식업을 비롯해 의류·액세서리점, 무역업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유망 사업분야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KOTRA 박한진 과장은 “중국이 WTO에 가입함에 따라 2004년 말 이전에 외국업체에 대한 프랜차이즈(특허경영점) 방식의 영업을 전면 허용하도록 일정이 정해져 있다”며 “이에 따라 커피 전문점, 음식점 등 프랜차이즈 창업이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망한 사업분야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며 쉽게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계명대 중국학과 백권호 교수는 “중국 정부가 중소규모 민생업종을 중국인의 몫으로 남겨두려는 입장이어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망 분야만을 찾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이해한 뒤 중국인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상대로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또 “인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는 ‘관계를 통해 많은 혜택을 본다’(拉關係 点便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법에 비해 인간관계의 비중이 높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거의 파산상태에 직면했다가도 중국내 유명인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아직 제도화, 규범화의 정도가 낮은 중소 자본 투자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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