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재테크]‘약한 달러’ 잘쓰면 돈
[재테크]‘약한 달러’ 잘쓰면 돈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換)테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4월초만 해도 1달러에 1326.4원 하던 것이 7월15일에는 1183.3원으로 3개월새 143.1원(10.8%)이나 떨어졌다.
4월초 미국서 유학중인 자녀에게 보낸 생활비 5천달러(당시 기준 663만2천원)를 3개월만 늦게 보냈더라면 71만5500원을 절약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변동으로 얻을 수 있는 손해나 이득이 일반 개인들마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현재의 환율 흐름은 IMF 구제금융기에 환율이 1달러에 1900원대까지 치솟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 4월부터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는 오르는 ‘원화 절상’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환율변동에서 오는 손해는 최소화하고 이득을 늘리는 환테크에서도 환율상승기와는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외환 송금이나 환전을 최대한 늦추고, 해외여행 땐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써야 한다.
외화예금을 갖고 있다면 해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제일에 환율 더 떨어지면 이익


여행이나 출장으로 외국에 나갈 경우에는 환율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특히 올해 여름 휴가철에는 해외여행객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행경비 등으로 달러가 필요한 경우 최대한 환전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
무리하게 일정까지 바꿀 필요는 없지만 미리 환전해 손해를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환전시 적용하는 대고객 매매율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에서 매일 고시하는 매매기준율(일반적으로 말하는 ‘환율’)에 일정한 환전수수료를 덧붙인 대고객 매매율에 따라 돈을 바꾸어준다.
은행마다 환전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3~4곳 정도 비교해본 다음 환전할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름 휴가철 등 외화 수요가 몰릴 때는 고객들을 끌기 위해 환전수수료를 깎아주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환전수수료를 30~80%까지 줄일 수 있다.
(표 참조) 공항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공항에 나와 있는 각 은행 환전소는 대부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휴일 등에는 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위험 부담이 커 환전수수료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물건을 산 후 현금, 여행자수표, 신용카드 중 어떤 것으로 계산을 할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환율 하락기에는 신용카드가 가장 유리하고 그 다음 여행자수표, 현금순이다.
현금은 사용하기 편한 장점이 있지만 가장 높은 환전수수료가 적용된다.
외환은행의 경우 7월15일 매매기준율이 1183.3원인 데 비해 달러 현금을 살 때 대고객매매율은 1204원, 여행자수표를 살 때 대고객매매율은 1188.36원이었다.
현금을 쓰느냐 여행자수표를 쓰느냐에 따라 1달러당 15.64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현금의 환전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외국에서 달러를 들여와 보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경남 외환은행 외환사업부 차장은 “현금은 분실 우려가 높고, 환전수수료도 비싸 외국에서는 여행자수표를 쓰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한다.
여행자수표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폭넓게 남아 있는 현금선호 의식이다.
최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여행자수표 사용이 증가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행자수표는 1천달러, 500달러, 100달러, 50달러, 20달러 등 정액권으로 발행되며 받는 즉시 서명을 해두어야 한다.
잃어버렸을 경우 2천달러 이하는 현지에서 즉시 환급받을 수 있다.
외환은행이 아멕스, 토마스쿡과 함께 세계 3대 여행자수표 업체인 비자의 여행자수표 발행을 대행하고 있다.
비자 여행자수표를 쓰면 분실시 외환은행 해외지점에서 한국어로 환급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표 번호를 알고 있으면 환급에 드는 시간은 더 단축된다.


환전수수료만 따지면 신용카드는 그다지 매력적인 결제수단은 아니다.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현금이나 여행자수표보다 더 낮은 전신환매매율이 적용되지만, 여기에 실제 자금화까지 걸리는 기간에 해당하는 금리(환가료)가 더해지고, 거래금액의 1~1.1%가 비자카드, 마스타카드 등 브랜드 수수료로 부가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수료가 현금이나 여행자수표보다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질 때는 계산이 달라진다.
물건을 살 때보다 카드결제일에 환율이 더 낮아지면 고율의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카드회사가 외국상점에 달러로 먼저 물건값을 치른 뒤 카드회원에게는 15~40일이 지난 카드 결제일에 원화로 이를 환산해 대금을 청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15~40일 동안의 환율 하락폭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소 과장된 것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카드 결제일이 아니라 외국가맹점으로부터 매입요청이 오는 시점의 환율이 적용된다”며 “물건 구매에서 매입요청까지는 보통 3~7일 걸린다”고 말한다.
환율변동에 따라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간이 15~40일이 아니라 3~7일인 것이다.
카드결제일의 환율을 적용하면 지금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지만, 반대로 환율상승기엔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몇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는 자신의 카드에 적용되는 통합한도액까지 쓸 수 있다.
통합한도 내에서는 국내에서 원화로 쓰든 해외에서 달러로 쓰든 관계없다.
다만 해외에서 연간 사용금액이 2만달러를 초과하면 국세청에 통보된다.
해외에서는 할부 구매가 불가능하지만 삼성카드와 국민카드는 귀국 후 할부로 전환받을 수 있다.
카드로 결제할 대는 반드시 본인 앞에서 매출전표를 작성하게 해야 하며 서명하기 전에 전표상의 물품명, 합계금액, 통화종류가 정확하게 기재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용을 취소할 경우에는 반드시 취소전표를 작성받아 보관해야 한다.
또한 매출전표상의 서명은 한글, 영문에 상관없이 카드 뒷면의 서명란에 기재된 서명과 동일한 서명을 해야 한다.
매출전표 상에 ‘노 캔슬레이션’(no cancellation)이나 ‘노 리펀드’(no refund)라고 표시되어 있는 경우 반품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현금이 필요한 경우엔 비자(VISA), 마스타(MASTER), 제이씨비(JCB) 등이 표시된 ATM이나 은행창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귀국 후 이용대금명세서가 카드회사에서 도착하면 여행중 챙겨두었던 매출전표와 대조해 내용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이의를 신청해야 한다.
마스타카드는 120일, 비자카드는 120~180일 동안만 이의 신청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연말정산시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



외화예금 가입은 위험


해외에서 공부중인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유학경비를 송금해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고 있을 때는 송금을 가능한 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우선 찾아봐야 한다.
송금을 미룰 수 없을 때에는 은행들이 제시하는 수수료 할인율을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외환은행 www.fxkeb.com은 10~40%까지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송금클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송금 예정 날짜를 정해 사이트상에 클럽을 개설하면 가입인원과 신청금액에 따라 수수료 할인혜택을 준다.
가입인원이 20명 이상이고 신청금액이 10만달러를 넘으면 수수료를 40% 할인해준다.
같은 방식으로 가입자 수와 신청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환전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터넷 뱅킹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송금클럽과 환전클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출입업체가 아닌 일반인도 외화예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민경남 외환은행 차장은 “IMF 직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예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갖고 있던 외화예금도 해지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송금 등 정기적으로 달러가 필요하거나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할 계획이라면 외화예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빨리 원화예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현재 6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인 데 비해 6개월짜리 외화정기예금 금리는 1.76%에 불과하다.
더구나 환율이 떨어질수록 앉아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외화예금 보유가 불가피하다면 환율이 급락할 때의 손해를 일부 보전해주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외환은행은 환율이 50원 이상 떨어지면 1달러당 15원씩 보상해주는 환율안심외화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1개월짜리 단기 상품이며 5천달러 이상 예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할 경우 환차익을 노린 외화예금 가입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환율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외환은행은 7월11일 고객이 장래의 환율을 예약해 외환을 매매할 수 있는 ‘주문형 환율예약 서비스’를 개설했다.
물론 전문적인 선물환 매매와는 다른 개념이다.
고객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이용 매입 희망금액과 예약기한, 1달러당 기대수익을 설정하면, 예약기한내에 실제환율이 고객이 설정한 조건과 일치하면 외환매매를 자동으로 체결해주는 것이다.
실제환율이 설정 조건만큼 움직이지 않으면 매매는 일어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