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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알토란 같은 가치주 49선
[커버] 알토란 같은 가치주 49선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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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를 먹고 자란다.
” 약세장은 투자자 대부분이 ‘항복’할 때 임종을 맞이한다.
미국 증시는 상당 기간 오르기 힘들 전망이다.
분식회계 의구심이 걷히지 않으면서 부실이 더 드러나, 해당 업체의 파산과 해고, 그리고 은행 부실채권 증가와 신용경색이라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약세장에 휘말려 다시 꺾인다는 ‘더블 딥’이 현실화한다고 하더라도, 아시아 증시는 독자적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내수와 수출이 균형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증시는 뉴욕 증시보다 먼저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3분기 국내증시 전망 ‘우울’


급반등했던 주가가 이틀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국내 증시가 미국과 동조를 벗어난다는 이른바 ‘디커플링’ 기대는 일단 물거품이 됐다.
7월24일 종합주가지수는 721.41로 거래를 마감해, 이틀 전의 720.90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날 도쿄 증시도 수출주 중심으로 곤두박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0000선을 깨며 267.91포인트 하락해 9947.72를 기록했다.


두 나라 증시 하락의 진앙지는 뉴욕이다.
미국 증시 약세가 경기회복을 지연시켜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에 타격을 주며 세계 증시를 동반 약세로 몰고간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올해 들어 뉴욕 주가는 7월23일까지 30% 이상 떨어졌다.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지난해 말 1148.08에서 797.70으로 31% 정도 급락했고, 나스닥지수는 1987.26에서 1129.05로 43% 넘게 폭락했다.
뉴욕 증시는 지난해 9월 테러사태로 나락에 빠졌다가 소비가 유지되는 가운데 재고가 소진됐다는 인식에 따라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나 분식회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3월 이후 다시 급강하했다.


일각에서는 뉴욕 증시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기준으로 89.2% 떨어진 1929~32년 대공황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기록한 사상최고치 5048.62에 비해 77.6% 미끄러졌다.
대공황기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1차 오일쇼크 파장이 덮친 73~74년 나스닥지수의 낙폭은 59.9%로, 요즘처럼 크지 않았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을 연달아 몸을 낮췄다.
리먼브러더스의 투자전략가 제프리 에플리게이트는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 1200에서 1075로 낮춰잡았다.
애초에 11500으로 봤던 다우존스지수는 10750으로 하향조정했다.
우리증권 이철순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주가 급락으로 국내 주가는 3분기에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3분기 주가는 640~820 범위에 갇힌 상태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 증시와 차별화 계속된다


대공황을 운운하는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소신껏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있을까?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싸게 살 기회”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다른 투자자와 반대로 가라”고 조언한다.
삼성증권은 “현 상황이 대공황 직전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시에 비해 미국 금융부문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증시 관계자들은 아시아 경기가 본격 상승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미국 실물경제가 위축되더라도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정도의 충격만 받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나경제연구소는 “아시아 경제에 미국 경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면서도 “경기 저점을 통과한 일본을 중심축으로 아시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우리 경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부실을 걷어냈으며, 정보기술(IT) 부문 과잉투자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아시아 증시는 미국과 기초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말 693.7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S&P500지수가 3분의 1 넘게 날아간 데 비추어 선방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아시아는 달러 약세로 수혜를 보는 중국과 침체터널을 지난 일본을 축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대미 무역의존도를 줄이는 반면 아시아에 대한 무역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자금 아시아행 공산 커


“과거 미국 주가가 급락하면 외국인들은 반사적으로 국내 증시에 넣어뒀던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이제는 한국을 미국의 대체시장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 수급 측면에서는 이같은 반사효과가 거론된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마저 겹쳐 투자 유인을 잃은 미국 증시에 대한 대안으로, 기초여건이 양호한 아시아로 국제투자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우리 증시는 대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우선 대선을 앞두고 브레이크가 풀린 채 급락하는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미국에 비해 주가가 싸다.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8~10배 수준으로, 이 비율이 35배인 미국보다 저렴하다”고 분석한다.
국내 주가는 과거와 비교해서도 가격 메리트가 있다.
동양종금증권 장창수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의 PER는 약세장이었던 92년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당시에 비해 자본조달비용이 낮아져 주식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격 메리트는 더 커진다고 그는 덧붙인다.


아울러 우리 기업이 엔론과 같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개연성도 적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국내에서는 미국 엔론과 월드컴처럼 도산 위기에 몰릴 만큼의 대규모 분식회계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우그룹이 감춘 22조원의 부실이 드러난 이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를 강화한 덕분이다.


마침 해외 언론에서도 맞장구를 쳤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7월23일자에서 “미국이 감기에 걸렸는데, 아시아는 재채기조차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증시는 미국 주가 하락의 충격을 흡수하며 디커플링하리라고 기대하는 거래자와 펀드매니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치주 어떻게 골라야 하나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고를까? 그에 앞서 가치주는 어떤 종목을 말하나? 가치투자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샀다가 적정 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것을 말한다.
가치투자자는 일정 시점에서 싼 주식을 골라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대신 주인정신을 갖고 지속적으로 보유한다.


가치주는 성장주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경기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 실적을 내는 종목이다.
대개 PER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지를 기준으로 선별한다.
현대증권 박문광 팀장은 “3년 이상 꾸준히 매출과 이익률을 유지하는 기업을 찾으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부국증권 신성운 부장은 “매출이 납입자본금의 20배 이상이고, 최근 3년 연속 5천원 이상 주당순이익(EPS)을 거둔 기업을 찾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갖고 있는지, 기술수준이 높은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투자전략가들은 조언했다.


서울증권 박승원 팀장은 99년에 태평양을 추천한 사례를 들어 가치투자의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태평양은 거침없는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가 외국인의 관심을 받아 뒤늦게야 상승했다.
박 팀장은 “가치투자는 따라서 몇년 동안 은행에 예금해둔다는 요량으로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언제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부분 바닥을 지났다고 얘기하는 때는 수확이 이미 끝난 뒤다.
증시 관계자들은 남보다 먼저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조심스럽다면 분할매수에 들어가면 된다.
매수는 물론 매도 시점도 각자의 몫이다.
또한 가치주 투자라고 해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처럼 오래 들고 있어야만 한다고 권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장세에 휩쓸릴 게 아니라, 기업을 인수한다는 관점에서 투자하는 방법은 분명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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