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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광촉매
[테크놀로지] 광촉매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2.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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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친구와 부부 동반으로 양평 근처에 간 일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하루종일 비가 와서 자동차를 모느 데 애를 먹었다.
자동차 앞유리야 윈도 브러시가 닦아주지만, 사이드 미러는 온통 빗방울이 퍼져 잘 보이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를 위해 나는 틈틈이 창문을 열고 사이드 미러를 휴지로 닦아줬다.


비 오는 날에도 깨끗한 사이드 미러를 볼 수는 없을까? ‘광(光)촉매’가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해준다.
광촉매는 물과 잘 결합한다.
광촉매로 사이드 미러를 코팅하면 빗물이 넓게 퍼져 방울방울 맺히지 않는다.
따라서 옆이나 뒤에서 오는 차를 사이드 미러로 잘 볼 수 있다.
광촉매의 진짜 힘은 비가 갠 뒤에 나타난다.
햇빛을 받은 광촉매는 사이드 미러에 묻은 때를 제거한다.
청소를 따로 하지 않아도 사이드 미러가 깨끗해진다.


최근 세제 가운데도 광촉매를 사용하는 것이 있다.
세제에 쓰인 광촉매는 ‘프탈로시아닌’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물에서 산화력이 좋은 활성산소를 만들어 빨래에 묻은 색소를 분해한다.
햇빛에 빨래를 말리면 빨래에 묻은 광촉매가 스스로 때를 분해한다.
다만 세제에 들어 있는 광촉매의 양이 적어, 여러 번 빨아야 광촉매가 빨래에 축적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떻게 광촉매가 햇빛을 받으면 때를 뺄까? 광촉매가 빛을 받으면 마이너스 전하를 띠는 전자와 플러스 전하를 띠는 전공, 즉 전자가 빠져나간 구멍이 생긴다.
전자와 전공이 갖고 있는 강력한 산화환원력이 때를 분해하는 것이다.
광촉매는 말 그대로 빛에너지를 이용해 다른 물질을 분해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빛이 다른 물질을 분해하는 광화학 반응을 더 빠르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광촉매의 재료는 이산화티타늄(TiO₂)이다.
산화아연(ZnO), 황화카드뮴(CdS)도 있지만, 이산화티타늄이 빛에 분해되지 않고 활성도 좋아 널리 쓰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몇몇 벤처기업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이산화티타늄을 국산화했다.
광촉매 기업들은 광촉매 국내시장이 2005년에는 연간 1조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광촉매는 물, 공기,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쓰레기나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광촉매는 슬러지 같은 쓰레기를 분해하고 남은 물질이 나오지 않고, 토양 오염과 같은 2차 환경오염의 문제점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일부 분야이기는 하지만 타일이나 소파, 가방,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청소기, 터널 내부 등에 광촉매를 코팅해 오염 물질과 나쁜 세균을 없애고 있다.


석유의 뒤를 이을 미래 에너지인 수소에너지를, 광촉매를 이용해 만드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는 새로운 반도체형 광촉매를 개발해, 자외선을 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1999년 미국의 화학학술지인 <케미컬 & 엔지니어링 뉴스>(C&EN)에 실려 “수소에너지 상용화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가 개발한 광촉매는 햇빛을 받은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각각 2 대 1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빛에너지의 23%가 수소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였다.
당시 5% 이하였던 기존 방법보다 크게 효율을 높인 것이다.
또 이 교수는 광촉매를 이용해 다이옥신이나 페놀 등 기존 방법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유해 물질을 완전 분해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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