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비즈니스] 카드전표 담보대출 시장 혹한
[비즈니스] 카드전표 담보대출 시장 혹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8.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카드사들이 가맹점 대금지급 주기를 경쟁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용카드 가맹점을 타깃으로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해온 캐피털사 등 금융사와 관련 시스템 운영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매출대금을 지급하는 데는 통상 3~7일 정도 걸렸다.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이 기간 동안 매출채권(매출전표)을 담보로 즉시 현금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로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가맹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카드사들간 가맹점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민카드가 7월1일부터 대금지급 주기를 2영업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고, 삼성카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7월16일부터 ‘하루 결제 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LG카드도 7월24일부터 2영업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들이 굳이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받을 필요가 줄어든다.
일부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의 급팽창과 함께 ‘황금시장’으로 각광받던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 시장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련업체들은 시장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부가서비스 개발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항금어장에 날벼락… 캐피털사 울상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3~7일간의 단기 대출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금융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지난해 조흥은행과 삼성캐피탈, 롯데캐피탈이 관련 상품을 처음 내놓았고, 올들어서는 현대캐피탈이 2월에, 동양종합금융증권이 3월에, 연합캐피탈이 5월에, 그리고 상호저축은행으로서는 최초로 푸른상호저축은행이 7월에 각각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승홍 조흥은행 상품운영부 차장은 “신용카드시장 자체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카드매출 승인 후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리스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설사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현재는 시스템 운영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어 있다.
금융사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장규모가 작은 편이라 조흥은행을 제외하고는 은행권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할부금융시장을 카드사에게 내주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리스영업마저 위축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캐피털사들이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 시장에 대거 진출해 있다.
강동욱 연합캐피탈 전략기획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의 결제기간 단축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모든 카드사들이 많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루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금지급 주기를 줄인다고 카드사의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가맹점 대금지급 주기를 단축하고 있는 것은 카드 가맹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정부가 전체 신용카드 사용금액 중 현금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한 탓에 물품판매 확대로 경쟁이 옮겨 붙은 것이다.
물품판매 등으로 카드이용 실적을 늘리기 위해선 가맹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발맞춰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서비스 등 각종 가맹점 우대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대금지급 주기 단축조처는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금지급 기간 단축을 발표한 카드사들도 실제로는 애초 내세운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이 7월 중순부터 ‘신용카드 즉시결제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상호저축은행들의 신규진입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동원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해 2~3개 업체가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성기철 푸른상호저축은행 팀장은 “즉시 결제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묶어 가맹점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카드사들이 결제기간을 단축해도 틈새시장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체들 “시장 유지” 변화 모색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곳은 시스템 운영업체인 바로닷컴이다.
바로닷컴은 지난해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1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바로닷컴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와 제휴해 신용카드결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고, 이를 근거로 금융사가 해당 가맹점에 즉시 대출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처리된다.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대출금액의 1%)는 바로닷컴과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일정한 비율로 나눈다.
VAN 사업자에겐 따로 수수료를 주지 않는다.
카드사로부터 결제 건당 200원의 수수료를 이미 받고 있으며, 제휴관계를 통해 가맹점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업체들이 바로닷컴의 뒤를 이어 이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지금은 굿이에프, 피투라인 등 3~4개 업체만 남아 있다.
부실채권 방지 등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없을 경우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번에 수십억원씩 챙겨 달아나는 불법 다단계 판매 조직이라도 걸리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그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전국 200만개 신용카드가맹점 중 현재 2만개 정도가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바로닷컴은 카드사들의 대금지급 주기를 단축해도 전체 시장규모는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광제 바로닷컴 전략기획팀 과장은 “카드사들이 1일 이내에 결제해준다고 말하지만, 이는 매출전표 접수 후 1일 이내라는 것이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는 2일 이상 걸리는 셈”이라며 “그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제 과장은 현재 서비스가 대출뿐만 아니라 매출액 일일정산 등 가맹점에 유용한 정보서비스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바로닷컴은 앞으로 정보서비스를 더 강화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일본은 카드사들의 가맹점 대금지급 주기가 평균 30일 이상으로 우리보다 길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후발업체들의 시장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한 중소 시스템운영 업체 대표는 “카드사들의 대금지급 주기 단축으로 대출 가능 대상이 줄어든 만큼 시장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완전히 다른 분야로 사업영역을 옮기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에 맞서 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는 독특한 틈새시장이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