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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통화만 하는 이동전화는 가라
[디지털] 통화만 하는 이동전화는 가라
  • 김달훈/ 객원기자
  • 승인 2002.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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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기기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하이브리드’(Hybrid)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결합돼 퓨전 음악이 생겨나고 생소한 문화의 음식이 만나 새로운 느낌의 퓨전 음식이 만들어지듯, 디지털 문화에도 퓨전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나 음식의 퓨전 바람은 사람들의 느낌에 호소하지만, 디지털의 퓨전 바람은 생활과 일과 기술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디지털 시대에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 물결의 선봉에서 약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이제 말 그대로 전화만 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는 고객으로부터 ‘간택’을 받을 수 없다.
비록 쓰는 사람이 오직 통화 기능만을 이용한다 할지라도,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색깔과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
화려함과 다양함으로 언제 어디서든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동전화, 이것이 카멜레온의 형질전환 DNA를 물려받아야 하는 이동전화의 생존법칙이다.



네트워크 연결도 ‘척척’


‘내가 서 있는 곳, 내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장소로 해당 정보를 불러오는 것.’ 이 시대 하이브리드 이동전화의 첫번째 변신 코드다.
모든 정보를 다 불러 모을 수는 없지만,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통화만 하는 이동전화 시대를 마감한 가장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화를 걸 때만 사용해야 했던 휴대전화 단말기는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걸려온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표시해주는 기능으로 활용된다.
친구나 가족 등의 전화번호를 그룹으로 묶어 벨소리를 각각 다르게 지정할 수도 있고, 단말기 한대로 두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단말기 자체에서 지원하는 정보관리 기능조차 몰라서 못 쓰는 게 더 많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요즘 휴대전화의 진짜 능력은 네트워크에 연결해 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휘된다.
문자 메시지나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뉴스나 날씨 같은 정보를 얻는 것은 이젠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하루종일 증권사 객장에서 머무르며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것은 아직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디지털 낙오자의 모습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증권정보를 조회하고, 바로 ‘그때’ 실시간으로 팔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깜찍한 휴대전화 단말기가 주머니속에 늘 들어가 있다.


무료한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로 복권을 사거나 전자책을 다운로드해 읽고, 영화 티켓을 예매하거나 심지어는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 것이 요즘의 휴대전화기다.
때로는 전화기보다 게임기로서 더 사랑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화기에 내장된 기본적인 게임뿐만 아니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N세대의 당연한 문화다.
요즘은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휴대전화에 다운로드해 저장해두고 아무 때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만능 게임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올인원 서비스’를 표방하는 휴대전화의 진가는 휴대전화 시스템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위치정보 서비스에 있다.
휴대전화가 등록되어 있는 기지국 위치를 기반으로 개략적이긴 하지만 위치를 파악해 찾아가는 정보 서비스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웹이나 단말기로 친구나 가족이 어디 있는지 조회하는 것은 물론, 지금 있는 곳에서 어떤 버스를 타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간단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나 교통정보를 조회하거나 자가 운전자에게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기도 한다.
입맛이 없어 늘 고민되는 무더운 여름의 점심시간에 주변에서 가볼 만한 음식점을 찾아내고, 신용카드 대신 음식값을 결제하는 일도 가능한 세상이다.



N세대 중심 급속히 확산


하이브리드 휴대전화의 두번째 코드는 ‘튀어야 산다’는 것이다.
벨소리가 아닌 음악과 깜찍한 목소리로 전화받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때로는 짜증스런 전화도 무덤덤하게 만들어주는 전화기가 요즘의 추세다.
귀여운 문자에 재롱떠는 캐릭터가 화려하게 화면을 채우는 컬러 그래픽 화면,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움직이는 동영상까지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다기능 통신 단말기 역할도 한다.
적어도 N세대에겐 ‘느낌’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가 아니면 관심조차 없다.
똑같은 회사, 같은 모델이라도 누구를 주인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얼굴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고, 이는 곧 사용자의 개성을 말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액세서리가 되기도 하고, 그때그때 기분을 알려주는 대변인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나 PDA폰은 똑똑한 전화기라기보다는 ‘통화 기능이 지원되는 작은 컴퓨터’라는 말이 어울린다.
넓은 화면에 필기인식이나 가상 키보드를 이용한 문자입력 환경, 여기에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휴대전화 진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고 있다.


사람들은 늘 새롭고 신기한 것, 덤으로 얻는 것이 많은 것을 좋아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만능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더 다양하고 화려한 기능으로 돋보이는 휴대전화 시대를 살아가려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구닥다리 전화기로 추락할 수도, 만능 정보도우미로 우뚝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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