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초점] 끝없는 출자총액제한 공방
[초점] 끝없는 출자총액제한 공방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을 위반한 9개 기업집단에 8월말부터 의결권 정지 등 시정조처를 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에서 또다시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2002년 4월 현재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12개 민간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은 31조4천억원이며, 그 가운데 SK, LG 등 9개 기업집단이 3조4500억원의 법위반 출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을 제외한 12개 민간 기업집단의 출자비율은 30.6%로, 지난해 17개 기업집단의 출자비율 36.9%보다 6.3%포인트가 낮아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에서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신규출자가 억제되는 등 출자 행태가 많이 개선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법위반 출자액을 기업집단별로 보면 SK가 2조1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LG가 4300억원, 금호가 3400억원, 현대가 2300억원 등이다.
SK의 출자초과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0%를 넘는 게 눈에 띈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과액 중 많은 부분이 옛 한국이동통신 인수과정에서 생긴 SK(주)와 SK글로벌의 SK텔레콤에 대한 출자분이며, 그중 8300억원을 해외시장에서 이미 매각했기 때문에 실제 한도초과액은 1조2천억~1조3천억원”이라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LG도 지난 4월 이후 초과액 중 상당부분을 처분해 현재 약 1600억원이 남았으며 그중 1300억원이 LG상사에 집중되어 있다.


공정위는 8월 하순 열리는 9인 전원회의에서 의결을 거쳐 사안별로 시정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2001년 4월 이전에 출자해 올해 3월까지 해소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2001년 4월 이후에 신규 출자된 부분은 처분을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시행된 2000년 이후 줄곧 이 제도를 없애거나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결국 지난해 말에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출자제한 대상을 30대 기업집단에서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으로 축소하고, 출자액에서 제외·예외 투자범위를 넓혔으며, 출자초과분에 대해 의결권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큰 폭으로 제도를 완화한 바 있다.
때문에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을 통한 과도한 계열확대를 억제하려는 본래의 취지가 무용지물로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기업의 투자와 업종선택은 정부가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채권금융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므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라고 다시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전경련 규제조사본부 양금승 팀장은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규제 대상 출자에 포함되지 않는 ‘동종·관련 업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더이상 이 제도가 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주순식 독점국장은 “지난해 재벌정책의 틀을 일부 변경하고 법령을 개정한 만큼 아직은 개정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내년 이후에나 새 제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반기업적 제도’라는 재계의 주장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한 제도’라는 공정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양자의 공세와 방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용어설명]출자한도액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의 자본총액과 납입자본금 둘 중 큰 금액에서 계열사의 출자분을 뺀 금액이 순자산액이며, 그 순자산액의 25%가 출자한도액이다.
자본금이 아무리 많아도 계열사 지분이 많은 회사는 그만큼 출자한도액이 적어진다.
출자한도액을 넘어선 출자는 해소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위반 출자로 의결권 제한 등 시정조처를 받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