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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라인스케이트 판매 ‘불티’
[비즈니스] 인라인스케이트 판매 ‘불티’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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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근처 R사가 직장인 김용수(34) 팀장은 3개월 전부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한다.
여의도 집에서 한강 자전거도로를 타고 종합운동장 옆 탄천주차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회사는 탄천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
회사에 도착한 김 팀장은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운동복을 근무복장으로 갈아입고 인라인스케이트, 헬멧 등 장비를 따로 챙겨둔다.
그는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비슷한 시간대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출근시간이 빨라졌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평일에도 저녁이 되면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보라매공원, 올림픽공원, 월드컵파크 등 서울시내 공원들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굳이 공원에 가지 않더라도 도심 거리 곳곳에서도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연간 판매량 100만족 넘을 듯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인라인스케이트는 그저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기구 정도의 취급만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성인 레포츠로 자리잡았다.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맞아 동네에서 가족 단위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직장에서도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가 활발하게 결성되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이 불자, 눈치 빠른 기업들은 올 가을 추석 선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인라인스케이트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가격의 50%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있다.


현재 활동하는 있는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는 15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바(Aba), 웁스(Oops), 게으른 거북이 등 대형 동호회는 회원 수가 각각 3천~4천명이나 되고, 자체 강습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바의 주유진 회장은 “동호회 회원의 연령대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40~50대 분들도 우리 동호회에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라인스케이트가 성인 레포츠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인라인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판매실적을 근거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인구가 대략 200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 인라인스케이트 수입업체들의 판매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K2, 로체스, 살로몬, 휠라 등 유명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보다 3배 정도 많은 물량을 팔았다.
값이 20만원대 이상인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판매량은 지난해 연간 전체로 5만여족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15만족을 넘어섰다.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3만~15만원대의 저가 제품은 유명 브랜드 제품의 3배가 넘는 50만족 정도가 상반기에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체스를 수입하는 신본통상 김용우 사장은 “올해 연간 인라인스케이트 판매 규모는 100만족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수입업체들은 지난해보다 3배가 넘는 물량을 들여왔음에도, 워낙 불티나게 팔리는 통에 남은 물건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살로몬을 수입하는 스타콕 관계자는 “4월부터 올해 수입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한달 만에 바닥이 났다”고 밝혔다.
휠라, 하이프노 등을 수입하는 파워슬라이드코리아 조태호 과장도 “요즘은 두달치 물량이 2주 만에 소진되는 바람에 물량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며 “다른 수입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하지 못해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일산에서 인라인스케이트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이익형(34)씨는 “자기 발에 맞는 치수의 제품을 사기 위해 일주일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선호하는 모델을 사기 위해 한달이나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구매력을 갖춘 직장인과 주부들이 운동 삼아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10만원대 이하 저가 제품보다는 20만~30만원대의 유명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소비자들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사려면 브랜드와 디자인을 따질 겨를도 없이 발에 맞기만 하면 산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발품을 팔기도 한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아무리 사기 힘들어도 자기 발에 맞는 것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자칫 발목을 다칠 수도 있다.
중국산 저가 상품은 대부분 부츠 부분이 딱딱하고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지 않아 운동용으로 적당하지 않다.
알팩 www.Rpack.com 김경환 실장은 “인라인스케이트는 피트니스용과 레이싱용, 하키용, X-게임에 쓰이는 어그레시브 등 7~8종류가 있다”며 “일주일 1~2번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려고 한다면 20만원대 피트니스용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알팩은 지난 7월 마니아들이 모여 설립한 기업으로 제품 정보, 강습, 정비 등 인라인스케이트와 관련한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규모 1천억원대 추정


수입 브랜드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K2와 로체스다.
K2는 소프트 부츠를 가장 먼저 개발한 업체로, 편안한 착용감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로체스는 같은 가격에서 프레임, 바퀴, 베어링 등 부품 사양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로몬은 올해 피트니스용과 어그레시브의 중간 정도 제품인 도시형 인라인스케이트 ‘크로맥스’를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나이키도 올해 인라인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라인스케이트 전문 숍, 인라인스케이트 대회, 강습 프로그램, 정보제공 사이트 등 관련 사업도 성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 판매시장 규모만 연간 1천억원대로 보고 있다.
한편 동호인들은 마음놓고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알팩 김경환 실장은 “서울에는 공원이 부족하고 골목골목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며 “안심하고 탈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도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질주하는 아찔한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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