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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HSBC스튜어디스 환영?
[비즈니스] HSBC스튜어디스 환영?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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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엔 영 딴판인 두가지 직업, 스튜어디스와 프라이빗뱅커(PB)를 넘나들 수 있다면?

두 직종은 서비스 업종과 금융 업종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지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만큼은 다를 게 없다는 판정을 내린 회사가 있다.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이런 공통점을 활용하는 파격적 채용방식을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금융상품 영업직 사원을 모집하면서 항공사, 호텔 등 서비스 업종의 경험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은행 경력이 있는지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영업능력이 뛰어나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면 전문대 졸업자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HSBC는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신규사원 채용시 이같은 조건을 내걸어 모두 다섯명의 서비스 업종 경험자를 뽑았다.
호텔 판촉업무, 스튜어디스 경력의 소유자 두명이 프라이빗뱅커로 변신해 은행 PB 업무를 맡고 있다.
PB 업무는 고객에게 예금관리부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단순히 고객이 요청하는 사항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고객이 잠재적으로 원하는 요구까지 제공해야 하는 적극적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HSBC 주종규 이사는 “고객관리가 주요 업무인 영업부문의 경우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하는 것은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공통 요소”라며 “실제 금융업무에 대한 경력이 없는 사람들도 기본적 교육만 병행해주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HSBC의 이런 파격적 채용방식은 은행권의 인사파괴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200여명 규모의 지점장급 인사에서 과감한 발탁인사를 실시해, 여성 31명과 대리급 직원 60명을 새로 지점장으로 앉히고 고참 지점장들은 일선 영업현장으로 보냈다.
국민은행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하위직급 직원들은 업무의욕이 높아진 반면 관리자층의 경우는 언제라도 강등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한다”며 “어쨌든 실적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졌다는 것이 변화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신입 행원 전원을 4~5년차에 MBA 과정에 보낸 뒤 검증과정을 거쳐 재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이례적 채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낳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인사파괴 시도는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은행도 지난 7월 능력 위주의 인사개혁을 내걸고 차장급 6명을 부서장으로 발탁하는 등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권태고(45) 리스크관리부장의 경우 차장으로 승진한 지 1년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본부 부서장에 발탁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능력이 검증된 은행내 인재를 대거 기용해 사기진작과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존 은행권의 인사시스템을 지배했던 나이, 학력, 경력, 성별 등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연공서열식 체계가 탄탄했던 은행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사파괴 바람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의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다른 업종보다 연공서열식 질서로 인한 폐해가 심했던 만큼 변화의 속도도 빠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은행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의 인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김동원 교수(경영학)는 “은행들의 연공서열식 인사체계와 순환보직 제도는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며 “스웨덴이나 독일처럼 각 분야별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권의 사례는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조직조차 능력과 실적을 최우선에 둔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지점장 위주의 발탁인사를 기획, 재무 파트 등 본사의 핵심조직쪽으로도 넓혀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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