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비즈니스] 경비행기 운송업 ‘이륙’하나
[비즈니스] 경비행기 운송업 ‘이륙’하나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는 채산성이 있어요. 도 차원에서 볼 때 타당성도 있구요. 제주도는 배편 아니면 항공편뿐인데, 경비행기를 활용하면 충분히 채산을 맞출 수 있습니다.
” 올해 4월 제주도가 민관 합동으로 지역항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한 항공운송 관련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제주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선 항공운송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벌여, 올해 2월에 ‘채산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에 따라 2004년 1월 지역항공사 출범을 계획하고, 이를 위해 항공사 설립추진본부를 8월께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설립 사무실을 마련해 일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도가 내놓은 지역항공사 건립계획에는 올해 말 창립총회를 열어 지역항공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중 민자유치와 사업자 선정, 항공기 도입 등의 과정을 거쳐 2004년 1월 항공기 운항을 시작한다는 구상이 들어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50인승 이하로 규정된 부정기 항공 사업을 등록하는 동시에 정기 항공운송 사업 면허 신청도 제출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먼저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부터 시작하려는 이유는 2001년 1월부터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정기 항공운송 사업은 한 지점과 다른 지점 사이에 노선을 정하고 정기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하는 사업인데, 이는 건교부의 ‘면허’가 필요하다.
정기 항공운송 사업 이외의 항공운송 사업은 모두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에 포함되는데, 이중 여객기의 경우는 50인승 이하의 항공기라야 한다.
여기에는 헬리콥터와 경비행기가 포함된다.



청주공항 등 여러곳 사업 백지화


사실 그동안 제주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이나 사업 주체들이 경비행기를 활용해 여객수송을 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4월 청주공항에서는 경비행기 운행계획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한국공항공단 청주지사는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청주에서 부산, 강릉, 광주, 목포 등 주요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경비행기 운행을 추진했고, 경비행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운행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특히 청주는 국토의 중심에 있어, 경비행기 주기지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뒷받침됐다.


하지만 그후 청주공항의 경비행기 운행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없이 유야무야 돼버렸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었다”며 “현재는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공항 당국과는 달리 업체로서는 경비행기 운송 사업이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이 사업에 참여할 만한 업체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과 항공기 사용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는 7월 현재 17개 업체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수가 화물전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객용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헬리콥터가 대부분인데, 이들도 비즈니스용 여객운송보다는 방송촬영용이나 산불방지, 농약분사 등 공공 목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현재 부정기 항공운송업을 하는 업체들 중에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이들이 경비행기를 구입해 운영하려면 헬리콥터와는 다르게 활주로를 포함한 일종의 비행기 ‘정기창’이 마련돼야 한다.


6대의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의 경우 이미 4~5년 전에 경비행기 운송 사업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사업을 접은 상태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현재 헬리콥터 운송 사업은 계속 진행중인데, 특별히 헬리콥터를 늘려야 할 만큼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경비행기 운송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대표적 부정기 항공 사업체인 통일항공이나 홍익항공의 경우에도 경비행기 사업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경비행기 사업이 헬기 사업이나 정기항공운송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기 항공운송 사업의 경우 국내선은 운행거리가 짧아 제트비행기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뿐이다.
한국항공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은 수요가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운행비용에 비해 이용요금이 싼 편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또 “비즈니스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주말관광 수요가 많기 때문에 평일엔 수요가 적어 결과적으로 적자구조”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정기 항공운송 사업자들은 이 사업에 뛰어들 만하지 않을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특별히 경비행기 수송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그동안 경비행기 관련 여객사업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한국항공진흥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경비행기를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데, 현실성은 희박할 것 같다”고 말한다.
소형 항공기 운행 사업은 기존의 정기 항공운송 사업자가 같은 법인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여객기 중심의 사업장에서 소형 여객기를 관리,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고정비용이 많이 들며, 특히 요금체계를 차별화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미지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기존의 정기항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 항공사들은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과 연계 등 가능성은 있어


경비행기 운송사업에 대해 대체적으로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인 가운데, 다년간 부정기 항공운송 사업을 추진해온 한 항공사가 경비행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5~6년간 스포츠용 경비행기 사업을 해온 광주지역의 한양항공도 현재 한 지방의 비행장 터를 임대해 내년부터는 경비행기 운송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본격 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비행기 사업을 추진중인 한 항공사는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상당히 진척되어 있으며, 당국이나 공항 관계자, 정기 항공운송 사업자들과 계약과정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진흥협회 관계자 역시 “부정기 항공 사업이 주춤하는 데는 항공 사업이 정부의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는 미묘한 사안이라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항과의 관계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부정기 항공 사업의 경우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기존 공항을 임대해서 쓰는 형식이기 때문에 사용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공항도 민간공항과 군공항으로 나뉘어 있어 군공항의 경우에는 군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용 경비행기를 다년간 운영해온 한양항공 주병승 사장은 “틈새시장을 잘 뚫으면 의외로 수요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친다.
주 사장은 “헬리콥터는 좁은 공간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용비가 경비행기보다 4~5배는 더 든다”며 “경비행기는 정기창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여서 그렇지, ‘베이스’만 확보하면 오히려 유지고정비는 적게 든다”고 말한다.


주 사장은 “예전에 한 업체에서 민간공항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확보해놓았지만 현재는 ‘놀고 있는’ 고창지역의 활주로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이를 회원제로 운영해 비행교육은 물론 경비행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VIP 고객을 상대로 골프장과 연계해 경비행기를 운행하는 상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부추겼다.
반면에 그는 “2년 전 헬기를 이용한 여객수송이 본격화할 즈음, 헬기가 부유층들의 전용수단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헬기 운송 사업이 활성화하지 못했다”며 “경비행기의 경우도 비슷한 전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눈초리도 감추지 못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