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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유경찬 / 작가
[사람들] 유경찬 / 작가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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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퇴사한 뒤 당분간 책을 쓰고 번역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죠. 번역할 대상은 20세기 현대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4종을 직접 골랐습니다.
책을 선정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서점을 돌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유경찬(55)씨는 올해 초 '히로히토'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다.
'히로히토'는 피상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히로히토 천황이 일본 군국주의를 주도했음을 밝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아더가 이를 왜 외면했는지를 다뤘다.
'베트남'은 1945년부터 1975년까지 프랑스와 미국 등 외세에 맞선 베트남의 전쟁을 현장 취재를 통해 재구성한 책이다.
나머지 두 종은 중동 석유전쟁과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를 주제로 한 책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그는 해태제과를 거쳐 한불종합금융에서 기획이사와 투자금융본부장 등을 지냈고, 프랑스 소시에테제너럴은행의 싱가포르 본부에서도 일했다.
금융회사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에는 '금융은 신음한다'를 썼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이 책을 “풍부한 현장경험과 탄탄한 논리를 모두 갖추고 있어, 갈브레이드의 '금융환상의 약사'에 비견할 만하다”고 높이 평가하고 ‘화폐금융론 연습’ 강의의 교재로 활용했다.


그는 집에서 하루 10시간씩 책을 쓰고 번역하는 데 몰두한다.
'히로히토'와 '베트남'은 600쪽 안팎의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각 권을 번역하는 데 넉달 정도 걸렸다.
그러나 그는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수입이 적고 일정하지도 않다.
그는 대신 “지출을 줄였다”며 “책을 쓰고 번역하는 것은 돈보다는 보람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쓰거나 번역한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의 교훈을 남기고 전해, 다시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참고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30여년간 도매금융 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종합금융사들이 대부분 퇴출되는 등 우리 금융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나중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행 등에 근무하는 지인들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지만 비판적 접근을 꺼려해 혼자 쓰게 됐다.


'금융은 신음한다'에서 지적한 금융부문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나 개선됐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톤이 높아진다.
“많이 변모했다고 하지만, 지연 등에 따른 인사와 과당경쟁 등은 여전합니다.
선진금융으로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 그는 금융회사와 영업점 수가 너무 많아, 과거 종금과 리스 시장에서처럼 과당경쟁을 벌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한계상황에 있는 금융회사는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덤핑을 하며 부실을 키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시장규모에 비해 참가자가 많으면 기량을 제대로 펼 수도 없고, 좋은 경기를 볼 수 없죠.”

시장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무엇보다 정책담당자가 자리를 걸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이 정치적 논리로 퇴출을 면했습니다.
워크아웃은 규모만 따질 게 아니라 기업별로 회생 가능성이 있느냐를 냉정하게 저울질해야 합니다.
또 워크아웃은 기존 채무를 동결하고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것인데, 동아건설에는 신규 금융지원을 세 번씩이나 했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출자했던 증권회사를 퇴출시킨 뒤 2년 만에 재무구조가 더 좋지 않은 대우증권에 출자했습니다.
이는 정책당국의 임기응변식 대응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 원칙에 어긋난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집행을 사례별로 분석한 그의 두번째 저서 '공적자금의 빛과 그림자'(가제)는 연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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