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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인터뷰] 정병호 / 코오롱정보통신 이사
[인사담당자 인터뷰] 정병호 / 코오롱정보통신 이사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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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정보통신은 정보기술(IT) 업계의 빅5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신인사제도를 마련하느랴 한창이다.
핵심은 임원과 직원 사이, 혹은 팀내 직원들 사이의 ‘의사소통’ 활성화에 있다.
직원들의 기(氣)를 살려줘야 업무능률도 오른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하지만 그 ‘기본’을 작업공간에서 구현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과제다.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직원과 최고경영자(CEO)가 충분한 대화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CEO와의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정기간담회를 매주 한차례씩 열고 있다.
점심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행되는 이 간담회에서 사원들은 CEO에게 직접 업무와 관련한 의견에서부터 조직 내부의 문제, 기업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단 인사고과를 매기는 팀장급은 참석할 수 없다.
솔직한 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인사제도를 이끌고 있는 선봉장은 정병호(47) 홍보인사담당 이사다.
외국계 기업에서 주로 인사업무를 담당해온 그를 회사에서 두달여 전에 전격 영입했다.
정 이사가 맡고 있는 업무는 HR(인적자원), PR(대외홍보), IR(기업홍보) 등 3R로 집약된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기업홍보와 인사업무를 함께 묶어 사장 직속으로 둔,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직원들에게 기업문화를 알리는 것과 대외적으로 기업을 알리는 일은 하나로 묶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하는 노력은 CEO와의 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일 노부모가 지방에 있어 발령을 내줬으면 하는 직원이 있다면 곧바로 임원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개인적 문제가 있으면 회사에 나와서도 시무룩할 수밖에 없거든요. 고민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결국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요.” 이밖에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땐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스피크 업’함에 건의사항을 넣도록 하고 있다.
내놓고 말하기 힘든 직원들의 고충까지 처리하려는 데서 회사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이 대목에서 정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직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연봉이 얼마인지를 먼저 보게 되지만 직장을 그만둘 때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돈 문제가 아닌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화근이 되지요. 직원들한테 선물을 많이 주는 것보다는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회사가 최고의 직장이라고 봅니다.
” 그는 외국계기업과 국내기업의 가장 큰 차이도 회사가 어느 만큼 일할 의욕을 불어넣어주느냐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회사에 고질적으로 배어 있던 나쁜 습관들을 하나씩 없애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출근하자마자 휴게실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담배연기부터 잡았다.
오전 8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1시간을 ‘집중근무 시간대’로 편성하고 사내금연을 전면적으로 실시해 오전시간대의 업무효율성을 높였다.
집중근무 시간 중에는 팀별로 하루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등 유용한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 이사의 설명이다.
덕분에 사내 골초들도 많이 줄었다.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

또 회사는 직원들에게 창의력과 끈기를 제일의 덕목으로 요구한다.
“IT쪽은 주어진 일만 해서는 버티기 힘듭니다.
대신 계단식 복리후생제도 등으로 사기를 불어넣을 제도를 준비중입니다.
실적달성에 따라 직원들에게 돌아갈 복리후생 항목이 하나씩 추가되는 것이죠.” 업무능률의 하향조정을 불러왔던 기존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를 하나씩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쫓아가는 인사제도보다는 한발짝 앞서나가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회사의 경쟁력도 커집니다.
” 마지막으로 정 이사는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꼭 1년이 지난 뒤 새롭게 시도한 제도들을 냉정하게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의 직원 기살리기 운동이 어느 만큼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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