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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사 아웃소싱업계 ‘레벨 업’
[커리어] 인사 아웃소싱업계 ‘레벨 업’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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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전업체 휴맥스의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임성원씨. 그는 휴맥스 직원이 아니라, 다른 기업인 현덕경영연구소의 소장이다.
휴맥스와 인사업무 전반에 대한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은 임 소장은 2000년부터 아예 휴맥스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보고 있다.


컨설턴트가 한 기업과 장기계약을 맺는 것도, 그 계약의 내용이 한 기업의 인사업무 전체를 아예 아웃소싱하는 것이란 점도 흔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순업무가 아닌 인사와 같은 기업의 핵심기능을 외부에 맡기는 것을 ‘위험’한 일로 보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보통 컨설턴트들이 3~4개월 만에 기업진단을 하는데, 이는 굉장히 짧은 기간”이라며 “조직이 변하려면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예 용역 의뢰기업에 장기적으로 상주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휴맥스의 인사시스템 전반을 회사 체질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구체적으로는 개별 직원들의 연봉 책정까지 맡았다.
아울러 회사의 발전방향과 직원들의 생각이 따로 가지 않도록 적극적인 사내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수행했다.


휴맥스처럼 파격적 아웃소싱 사례가 많진 않지만, 인사관리 아웃소싱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단순 급여관리 차원을 뛰어넘어 인사의 전략적인 부분에 대한 컨설팅이나 관련 업무의 아웃소싱쪽으로 기업들이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견기업 급여관리 의뢰 늘어


인사관련 업무의 아웃소싱은 원래 비용절감 차원에서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인사관리 등 지원업무는 아웃소싱해 효율성을 꾀했던 것이다.
로쿰스, 한국아웃소싱, 매경휴스닥, 휴먼코아 등 아웃소싱 업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 것은 급여관리다.
급여대장 관리와 명세서 발급, 4대 사회보험 업무, 퇴직금 계산, 연말정산 등을 전문 아웃소싱 업체들이 대신 처리해준다.
급여업무를 대행 처리해줄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대행팀이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자체 프로그램이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의뢰가 많은 편이다.
국내 법률이나 제도를 낯설어 하는 외국계 기업도 주요 고객이다.
급여 및 4대보험 전문 아웃소싱 업체인 로쿰스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급여관련 프로그램만 제공하다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웃소싱 일을 시작했다”며 “한달에 10건 이상 의뢰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련 사이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채용대행에 대한 의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종결정권만 기업에 주고 모집공고에서부터 서류전형, 면접대상자 추천, 합격자 발표, 불합격자에 대한 위로서신 배달까지 모두 대신해준다.
이같은 채용업무 아웃소싱은 채용에 드는 과다한 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인사청탁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스카우트의 이은창 팀장은 “채용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지 못한 중견기업과 함께 대기업들도 채용대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사내에서도 인사부서 외에는 비밀로 해온 채용업무를 외부업체에 대행을 맡기게 된 것은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채용대행 업무를 시작한 스카우트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 한국주택공사, 대교 등의 일을 맡아왔다.
2000년부터 채용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인크루트도 그동안 290개 업체의 신규채용 업무를 도왔다.
인크루트는 신한은행, 산업은행, 하나은행, 조흥은행 등 금융권 고객이 많은 편이며, 방송사 중 SBS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대행 관련 매출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5%나 늘었다.



인사 아웃소싱 수준이 높아진다


최근 인사관리를 아웃소싱하는 수준이 한단계 높아지고 있다.
종합인사관리 아웃소싱 전문기업의 등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종합인사관리 아웃소싱 회사는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컨설팅에서부터 실제 인사시스템 운용까지 맡아준다.
하이에치알(HIHR)은 온·오프라인을 동원해 근태 관리, 급여 관리, 평가, 복리후생, 인사정보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온라인으로 인사관리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사원들의 인사정보 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인사고과 업무도 기업쪽에서 기초적인 평가자료들을 넘겨주면, 하이에치알이 이를 미리 정해놓은 틀에 따라 분석하고 점수화해 결과를 내놓는다.
복리후생 분야에서는 개별 직원들의 욕구에 맞게 ‘카페테리아’식 제도를 설계해, 각자 복지카드 한 장으로 금융지원, 건강검진, 레저, 문화 서비스 등을 누적 포인트의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기업의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확한 기업진단을 먼저 실시한 뒤 새로운 인사제도를 설계하는 순서를 취함으로써 ‘맞춤형 인사’를 실현한다.


LCD 제조업체인 이라이콤의 경우 최근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하이에치알에 인사업무의 일부를 아웃소싱했다.
회사가 종업원 수 500여명 규모로 급성장한 데 비해 급여체계 등은 과거 100~200명 수준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어 부랴부랴 컨설팅부터 의뢰했다.
기존 인사노무쪽 인력 세명으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역부족인 측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내부보안’이 중요해진 것도 큰 이유였다.
회사 내부 직원들 사이에 서로의 연봉 수준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라이콤은 사장과 인사노무 담당 임원, 그리고 하이에치알에서만 직원들의 연봉수준을 안다.
이라이콤은 앞으로 연봉제 관리 외에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컨설팅도 의뢰할 계획이다.
관리팀 유이선 차장은 “단순 급여 관리 차원이라면 회계법인에 맡겨도 되지만, 새로운 인사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 검토작업을 진행하던 중이어서 전문업체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사관리 아웃소싱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은 인적자원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공선표 연구원은 “이전에는 인사부서의 업무가 단순작업이 많았지만 정보화 사회에 들어와서는 전략적 인사기법이 필요하게 됐다”며 “그동안 전문가 양성에 소홀했던 기업으로서는 외부 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사관리 아웃소싱도 비용절감 차원보다는 전문성 강화쪽으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 연구원은 또 “직원을 관리하고 통제하던 인사 개념이 통용되던 시대에서 사람 하나 뽑는 것도 전략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아웃소싱에 나서기를 꺼리는 업체들도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실제로는 인사업무를 아웃소싱했으면서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에치알의 김형아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외부에 컨설팅을 맡기지만 실제 내부 운용은 여전히 자신들의 고유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을 이끌어나갈 전문 스탭이 부족한 중견기업의 경우 이렇게 하면 자칫 머리와 손발이 따로 움직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 자체적으로 아웃소싱 기업 설립 바람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는 아예 자체적으로 인사관리나 총무업무 부문을 따로 떼어내 분사시키기도 한다.
1998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아웃소싱 기업 스탭스는 2001년 8월부터는 인사관리 분야의 아웃소싱 업무만을 담당하는 ‘e-스탭’을 별도로 설립했다.
이는 기업의 급여, 복리후생, 총무 업무를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기업이다.
e-스탭의 업무는 삼성전자 직원들에 대한 인사관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스탭의 장남일 경영지원팀장은 “다년간 쌓아온 경험을 살려 다른 대기업의 인사업무까지 맡고 있다”며 “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소규모 기업에서부터 5만5천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까지 고객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외에 금호그룹의 인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2만7천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금호는 올해 계열사의 총무부서를 완전히 없애고 아웃소싱을 단행했다.
e-스탭의 직원들이 금호 계열사들의 급여, 4대보험, 복리후생, 총무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는 것. 그룹 차원에서 이처럼 전면적인 인사관리 아웃소싱을 실시한 것은 금호가 처음이다.
e-스탭 직원들은 금호로 직접 가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업무대행 및 인력파견 전문업체 ‘휴먼풀’은 LG전자로부터 갈라져나왔다.
이 역시 20년 이상 LG전자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다.
총무업무 및 시설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아웃소싱을 받고 있다.
신세계는 비정규직에 대한 인사관리를 전담하는 업체를 만들었다.
신세계의 인사관리 아웃소싱 기업 ‘바른사람’은 99년 6월 설립돼, 고객사에 전문 매니저를 상주시키면서 인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 신세계푸드시스템, 스타벅스코리아 등 신세계 계열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바른사람의 마케팅 담당자는 “앞으로도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이나 물류쪽으로 대행업무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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