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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표산업, 대표기업③ 가전 / LG전자, 삼성전자
[기획] 대표산업, 대표기업③ 가전 / LG전자, 삼성전자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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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맛보는 호황인가. 올해 들어 국내 가전시장이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업계의 선두주자인 LG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창립 이래 최고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LG전자의 4개 사업본부 중 가전분야 2개만을 떼어서 보면, 매출액이 7조4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7천억원을 기록해 32%나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2개 가전부문에서 7조1천억원의 매출액에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에 비해 각각 12%와 25%의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TV 매출을 보면 수출이 31% 늘어난 4885억원, 내수판매는 49% 늘어난 3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적을 앞에 놓고 국내 가전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가전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5%’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정보통신 등 한창 성장추세에 있는 다른 산업분야의 평균성장률이 10~20%였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다.
이러한 저성장의 이유는 국내 아날로그 가전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도달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VCR 등 주요 가전기기는 이미 우리나라 1가구당 1대 이상씩 보급돼 있으며, 특히 컬러TV의 경우 가구당 보급률이 몇년 전 1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절반가량의 가정에서는 TV를 2대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가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은 주요 수출지역에서 그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가전시장이자, 세계 1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이다.
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대부분의 백색가전의 경우 중국이 세계의 생산물량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화면 평면TV 등 고부가 제품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가전시장의 추세를 밑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흐름이 ‘가전의 디지털화’이며, 부차적으로는 ‘가전의 대형화’다.
그동안 사양산업이라는 눈총을 받아온 백색가전의 경우 ‘대형화를 통한 기능의 다양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자동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요즘 각광받는 모델들에서 보듯이, 업체들은 더 크게 만들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전략을 앞세워 백색가전의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10kg급 드럼세탁기를 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며, LG전자도 300ℓ급 김치냉장고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진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지만, 최근 국민소득 증가로 변화한 우리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반영된 흐름으로도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문후식 연구위원은 “LG의 휘센 벽걸이에어컨처럼 소형가전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아파트 평수가 점점 커지고 거기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전도 그에 따라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보듯이, 내수 구매력이 오히려 경기를 끌고 가면서 소비패턴이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전 수요가 이른바 일본식 ‘경박단소’형에서 벗어나 ‘중후장대’형으로 접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패턴을 반영해 지난 7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백색가전 통합 브랜드인 ‘하우젠’을 선보였다.
문후식 위원은 “하우젠은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LG전자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한 브랜드 고가 이미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 7월부터 디지털 지상파 시험방송을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는 아날로그TV를 더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그 시기가 2006년으로 훨씬 이르다.
이에 따라 아날로그 가전기기가 디지털화하면서 디지털TV, DVDP, MP3P, 디지털 캠코더·카메라 등의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가전기기의 제품 동향을 보면 디지털TV는 대화면화, HDD 장착, 인터랙티브 기능 등을 통해 유·무선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홈네트워크’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PDP, LCD, 프로젝션 등이 채용되고, DVD는 VTR와 결합된 콤보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최근 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DVDP와 디지털캠코더의 판매량이 VCR와 아날로그 캠코더의 판매량을 처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지털TV가 디지털 가전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한일월드컵 기간 중에 우리 국민들이 너도나도 40~50인치나 되는 고화질의 대화면 디지털TV를 찾는 통에, 가전매장에서는 재고가 모자라 팔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른 기억이 있다.
6월 한달 동안 우리 업체가 국내외에서 판매한 프로젝션TV, PDP형, CRT형, LCD형 등 각종 디지털TV는 7만516대로 상반기 전체 TV 판매대수의 22%였으며, 5월과 비교하더라도 16.3%나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프로젝션TV는 한달새 30%가 더 팔렸다.
수출물량을 제외한다면 국내시장에서의 증가율은 훨씬 높을 것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는 31만8390대로 이미 지난해 1년치 판매대수인 28만여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유중현 전자기기산업팀장은 “하반기에도 디지털TV의 실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리 업체들은 ‘올해가 디지털TV의 원년’이라며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억3900만달러였던 디지털TV 수출액이 2005년에는 10배가 넘는 35억달러로, 2009년에는 다시 10배에 가까운 32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언급한 가전 양사의 상반기 실적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가전을 담당하는 LG전자의 디스플레이&미디어부문과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보다 무려 272%와 146%씩이나 늘어나는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들어가는 국내 가전시장에 단비를 내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TV 붐은 월드컵 특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면 변화된 시장의 수요에서 비롯한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일까. 이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하나 있다.
PDP를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삼성SDI의 최근 실적자료를 보면, 2001년 3600대였던 PDP 판매량이 올해 상반기에는 1만3300대로 비약적 증가세를 보였다.
그중 월드컵 기간인 6월에 3800대가 판매된 반면, 7월 한달 PDP 판매량이 약 5700대를 기록함으로써 6월에 비해서도 50%의 증가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위원은 “최근의 디지털TV 수요증가에서 월드컵 특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만큼 높지 않으며, 국내에 본격적 디지털 시장수요가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디지털TV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관건은 역시 가격경쟁력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PDP TV의 가격조정이 전체 디지털TV의 가격하락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세계 PDP형 TV 시장의 규모는 60만~70만대이며, 내년에는 150만대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PDP형의 가격은 인치당 150달러 정도로 프로젝션TV에 비해 2.5~3배나 비싼 탓에 가정의 수요는 미미한 수준이다.


문후식 연구위원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인치당 100달러, 40인치 기준 5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가는 시점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업체당 월 7천대 수준인 PDP형 생산량이 1만대를 넘어서면 단위당 생산비용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기존 수요가 적은 탓에 30% 정도로 너무 높이 책정된 유통마진이 하락하면, 이르면 올해 말께 PDP형이 프로젝션TV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프로젝션, CRT, LCD-TV 등도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이 디지털TV를 찾게 될 것이다.


생산 프로세스 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미·일의 주요 가전업체들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활한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디지털TV의 3대 요소인 핵심부품, TV세트, 소프트웨어부문에서 모두 기술력을 갖고 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TV를 양산해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디지털기기 개발의 핵심인 비메모리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다.






구희진 연구위원은 “우리 업체는 PDP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계열사를 통해 자체 공급할 수 있으며 품질도 하나같이 세계 정상급이다.
반도체 기술과 함께 핵심 칩부품과 2차전지 등 범용부품의 조달 및 개발도 쉬운 구조”라며 “이는 미·일의 어느 업체도 갖지 못한 우리만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구희진 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 업체가 2005년에는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하며, 5년 후에는 25%까지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게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각각 6%와 5%씩을 판매하며 6위와 7위를 기록했으며, 시장점유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에는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을까.

LG전자는 올해 초 그룹의 지주회사 위치를 신설된 LGEI에 넘겨준 뒤 한결 기동력이 강화된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TV에 주력하기 위해 구미공장의 생산라인을 바꾸는 등 보수적 기풍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동양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LG전자는 내수기반이 탄탄하고 백색가전의 수익률도 높지만, 해외에서는 브랜드 파워를 더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LG, 제니스, 골드스타 등으로 나뉜 해외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 시장을 포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모든 가전제품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위해 필수적인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
그러나 설비투자규모가 반도체, 정보통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가전분야의 브랜드이미지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희진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세계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점유율이 18%에서 29%로, LG전자의 에어컨 점유율이 11%에서 18%로 증가하는 등 내수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업체에 비해 우리 업체들의 브랜드파워가 세계시장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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