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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김민영 / 참여연대 국장
[나는프로] 김민영 / 참여연대 국장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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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를 지탱하는 힘은 상근 활동가에게서 나온다.
시민운동 초기에 그들은 팩스 정리부터 시위 조직까지 궂은 일을 맡아 하면서 외부 전문가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역할이 세분화, 전문화하면서 더 많은 능력과 직업적인 안정성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이 교수, 변호사 등의 명망가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실무 활동가들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참여연대 김민영(34) 국장은 장대환 총리 지명자 청문회 건으로 밤 늦게까지 자료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여연대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장 지명자에 대해 관망하던 8월16일에 공개 질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질의서에는 부동산 투기의혹, 39억원의 대출금 특혜 여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등 9개 분야 27가지 항목이 담겨 있었다.



노동운동하다 시민단체에 합류


김 국장은 참여연대 시민감시국 소속으로 정치 및 사법개혁 분야를 맡고 있다.
그는 장대환 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말고도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 돈세탁방지법 등 5가지 반부패입법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검증자료도 준비해야 하고, 선거자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한 선거공영제 도입 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올해 대선에서는 2000년 총선 때와 같은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힘들다”며 “개별 후보의 정책에 대한 지지 혹은 비판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1994년 사회개혁을 바라는 진보진영이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시민단체다.
당시 각계의 전문가와 사회단체 활동가, 학생운동가 등이 여기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86학번인 김민영 국장은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95년 참여연대에 합류했다.


“초창기 활동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죠. 12명의 활동가들이 밤샘 작업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사무실은 용산역 홍등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쥐들과 함께 살아야 했죠.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안국동 사무실은 천국이죠.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이제 참여연대는 국내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 200명이 참여연대 활동에 동참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도 300명에 이른다.
상근 활동가도 12명에서 55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절반이 참여연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인지도와 영향력도 커졌다.
김민영 국장은 “처음에는 신문들이 우리 활동을 단지 한줄의 기사로 소개해주기만 해도 좋아했지만, 이제는 언론의 주목이 오히려 부담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성명이나 논평을 낼 때 느끼는 부담감도 커졌다.
그는 “성명서 하나를 발표하더라도 논리가 정당한지, 논지는 타당한지를 충분히 검토한다”고 말했다.
“3중의 스크린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사무처에서는 담당 활동가와 차장, 국장이 검토하고, 활동기구에 소속된 전문가, 임원들도 내용을 점검합니다.
” 김 국장은 “그래도 실수나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살이 떨릴 정도”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는 업무 부담이 높은 직업이다.
김민영 국장은 “노동시간은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밤 9~10시쯤 퇴근한다”며 “부담은 크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다.
시민운동 초창기보다는 활동가들의 봉급수준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열악한 수준이다.
8년차 활동가인 김 국장의 월급은 125만원이다.
95년에 40만원 정도 받았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부 매체 기고, 토론회 참석 등으로 이따금 부수입도 생기지만, 워낙 맡는 업무량이 많아 부업에 쪼갤 시간이 별로 없다.
김민영 국장은 “결혼 전에는 그럭저럭 적은 임금으로도 버틸 수 있었지만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은 이후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경제적 문제 가장 큰 어려움


그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수준의 봉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재정구조 안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의 월 수입은 8천만원이 조금 넘고, 그중 80%는 1만2천여명의 회원이 납부하는 회비다.
시민단체의 재정은 회비와 후원금, 수익사업 등으로 구성되는데, 참여연대는 국내 시민단체 중 회비 비중으로 본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단체다.


참여연대는 ‘다수 소액 후원’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게서 1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김민영 국장은 “회원 확대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단체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연대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 회원사업팀을 통한 회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참여연대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라디오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에 270만원의 비용을 들인 라디오 광고가 당장 회원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 반발 때문에 1년 만에 광고를 접었다.
“라디오 광고를 통해 단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길게 보고 홍보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그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죠.” 김민영 국장은 최근 시민단체에서도 체계적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시민단체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좋은 사업을 통해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경우 소액주주 운동을 하면서 수천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근 활동가들이 각기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김 국장은 “시민운동 초기에는 활동가들이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활동가들 스스로가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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