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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자부, 2차전지 발전방안 마련
[디지털] 산자부, 2차전지 발전방안 마련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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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란 말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휴대용 기기는 주된 전원공급원으로 2차전지를 쓰고 있다.
휴대전화나 PDA, 노트북PC의 ‘배터리’가 모두 2차전지다.
이렇게 보면 2차전지는 더이상 생뚱한 물건이 아니다.
휴대전화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2차전지가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지는 1차전지와 2차전지로 나뉜다.
1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전지를 말한다.
우리가 라디오나 시계, 계산기 등에 쓰는 알카라인 전지가 대표적이다.
반면 2차전지는 여러번 반복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전지다.
500번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데다 1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성능은 좋으면서 부피는 작고 가볍기 때문에 각종 휴대용 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3100만명을 넘어서고 노트북PC나 PDA,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국내 2차전지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일본업체들 세계 시장 주름잡아


산업자원부는 8월21일 관련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2차전지 산업 발전전략회의’를 열고 지난해 4%에 지나지 않았던 2차전지 시장점유율을 2010년까지 40%로 끌어올리는 등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산자부는 2차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지 제조업체뿐 아니라 부품·소재 및 장비업체 육성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차세대 전략기술 개발을 업계와 학계 공동으로 추진하고 전문인력 양성에도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2차전지산업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표준화 작업과 관세 감면제도 추진 등 체계적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자부가 이처럼 2차전지 산업 발전에 팔을 걷고 나서는 이유는 2차전지가 향후 정보기술(IT)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와 눈의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2차전지는 제품에 계속 생명을 불어넣는 심장과 같은 존재로 없어서는 안 될 3대 핵심부품이다.
2차전지 산업은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지식기반형 장치산업이다.
보통 전지 하나의 연구개발에 4~5년의 기간과 100억원 이상의 돈이 투입되며, 자동화 공정을 갖추기 위해선 업체별로 5천억원 안팎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업계의 노력 못지않게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사용되고 있는 2차전지는 리튬이온 2차전지다.
그동안 휴대용 기기의 전원으로 사용돼온 니켈카드뮴전지보다 전압은 3배 높으면서 같은 성능하에서 니켈카드뮴전지보다 2~3배 가볍고 작기 때문에 휴대용 기기의 주 전원공급 장치로 애용되고 있다.
세계 전지시장 규모를 볼 때 2차전지는 아직까지 수량면에선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금액면에선 이미 85%를 넘어섰다.
휴대용 기기의 보급이 더욱 확산될 2004년께면 소형 2차전지 시장규모가 전기자동차나 로봇 등에 쓰이는 대형 2차전지 시장을 넘어설 것이며, 2006년이 되면 전체 전지시장의 절반을 2차전지가 차지할 것으로 산자부는 내다보고 있다.
('표1' 참조)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런 시장규모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아직까지 2차전지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 2차전지 분야에선 8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의 절반은 소니와 산요가 주름잡고 있으며 상위 10대 2차전지 생산업체의 대부분도 일본 업체다.
반면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인 삼성SDI나 LG화학, SKC 등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생산설비 면에서도 일본이 월 8천만셀의 리튬이온 2차전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2위인 우리나라는 월 1200만셀에 불과하며 중국이 500만셀, 미국이나 대만 등 나머지 몇몇 국가들을 합쳐 500만셀 정도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성장가능성 면에선 국내 업체들도 ‘한번 겨뤄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차전지 자동화 공정을 갖추고 있는 곳은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리튬이온 2차전지부문에서 세계 4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BYD조차 값싼 노동력에 바탕을 둔 수동공정에 의지하고 있다.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일본도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 입장에선 취약점으로 꼽히는 소재와 부품, 설비 등 인프라 기반을 확충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차세대 전지 상품화에 투자를 지속한다면, 일본을 제치고 2차전지 시장의 선두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의 투자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월 500만셀 수준인 지금의 생산량을 내년 초까지 월 1천만셀 규모로 늘릴 것을 목표로 생산라인 확충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세계 1위의 2차전지 생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2005년까지 2차전지부문에만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1천억원을 투자, 월 350만셀 규모의 생산량을 700만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SKC는 리튬이온 2차전지에 이어 차세대 2차전지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리튬폴리머전지에 주력해, 미국과 대만쪽 업체들과 수출계약을 추진중이다.



중국·동남아 저가 공세 큰 부담


하지만 이런 국내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장벽은 일본이다.
세계 1위의 리튬이온 2차전지 생산업체인 산요는 중국과 헝가리, 멕시코와 미국을 생산거점으로 각각 월 300만셀 이상의 리튬이온 2차전지를 생산해내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리튬폴리머전지의 선두기업인 소니 또한 중국과 멕시코 등지를 거점으로 차세대 2차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90년대 초반부터 계속돼온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저가 공세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생산설비나 기술이 부족한 대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싼 값에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중국의 파상공세가 국내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IT 시장도 업계의 한숨을 늘어나게 만든다.
소형 2차전지 시장의 활성화는 휴대용 기기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돌아간다.
최근 들어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 등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PDA나 노트북PC의 성장세도 낙관적이기 때문에, 2차전지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휴대용 기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가 여전히 외국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업체나 노트북PC 제조업체가 안정적인 제품 공급과 신뢰성을 이유로 국산 2차전지의 사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국내 휴대전화·노트북PC 생산업체조차도 국산 2차전지 채택비율이 절반에 못미치는 형편이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연구인력과 연구시설을 들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2차전지 관련 연구인력은 대학이 60명, 연구소가 50명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소속 연구원이 380명 정도인 것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숫자인데다 그나마도 산발적인 연구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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