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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5. 경력자엔 ‘활짝’ 신규 구직자엔 ‘살짝’
관련기사5. 경력자엔 ‘활짝’ 신규 구직자엔 ‘살짝’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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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경력자 선호현상은 갈수록 강화될 것입니다.
경력자 대 신규 구직자의 채용비율이 6 대 4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야말로 경력 사회가 도래하면서 신규 구직자들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지겠지요.”

경희대 취업정보실 이종구 주임교수의 하반기 취업 전망이다.
실제 주요 기업들이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 졸업자를 채용하는 것보다는,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청년층 실업률 상승도 기업들의 이런 채용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살 청년층의 실업률은 지난 6월에 6.2%로, 전체 실업률 2.7%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졸업 이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이나 된다.


경력자 대 신규 구직자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인크루트 www.incruit.co.kr가 242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하반기 채용조사’ 결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이 9월 이후에 채용할 예정인 전체 신입사원 규모는 1만4408명인데, 그 가운데 59.4%인 8556명은 경력자 몫으로 배정돼 있고 신규 구직자 몫은 5812명으로 40.3%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 공채보다 수시채용 선호


경력자 선호현상으로 채용방식도 수시채용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채용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부 정기채용도 과거처럼 그룹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별 필요인력을 취합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뽑는 계열사별 채용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가 조사한 기업들 가운데 채용계획을 확정한 188사 중 75사(39.9%)는 수시채용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78사(41.5%)는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기로 했고, 공채만을 실시하는 기업은 35사(18.6%)에 지나지 않는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과거 대규모 공채시험 위주의 채용은 출신학교, 학점 등에서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채용이 가능한 ‘그물형’이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특정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골라서 채용하는 ‘낚시형’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60만명 안팎의 대졸 인력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처럼 실무경험을 갖춘 준비된 인재만을 가려 뽑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취업난’을, 기업은 ‘구인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규 구직자라고 해서 낙담할 것은 아니다.
하반기에 그나마 신규 구직자의 채용을 늘리려는 업종들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제조업, 제약 등에서는 신규 구직자 채용예정 인원이 경력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사원모집에서 전체 채용인원에만 주목하지 말고 경력과 신입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업종별로 채용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어느 한 기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접근가능한 분야가 잡힐 때 일단 응시해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올 가을 기업들의 전체적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채용계획을 확정한 188개 기업들 전체의 하반기 채용규모는 2만28명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1만5650명에 비해 28%가량 늘었고, 올해 상반기 채용규모 1만9682명에 비해서도 1.8% 정도 많아졌다.
대기업쪽에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갖고 있고,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유통·식음료, 자동차 등에서 전망이 밝다.
특히 유통과 외식, 식음류 업체들은 점포 확대로 인력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판매나 영업 분야의 높은 이직률을 고려해 수시채용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애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반기에 채용규모를 늘려잡을 것이라던 ‘장밋및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에 워낙 취업 문이 좁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경기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구체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채 유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인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9.5%가 하반기 인력 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올 가을 취업이나 이직을 하려는 이들은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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