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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0. 바늘구멍 뚫고 면접 뛰어넘기
관련기사10. 바늘구멍 뚫고 면접 뛰어넘기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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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기업들의 구미에 맞는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히 학점관리 잘하고 자격증을 취득해놓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창의성, 진취적 도전정신, 국제적 감각 등은 필수요소다.
또 취업을 위해서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 분석한 다음 치밀한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Economy21'은 기업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직접 그 ‘해법’을 들어봤다.



눈길을 끄는 구직자는?

어느 기업이나 공통적으로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추세다.
신원의 황우승 팀장은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P&G 송동언 이사는 한술 더 떠 “자기 자신의 능력 발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성을 갖추는 것 역시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혁 차장은 세가지 유형을 꼽는다.
어떤 일에서 ‘마니아’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뭔가에 미쳐본 적이 있는 사람, 모두가 반대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하나둘 설득시키고 끝내는 그 사업을 성공시킨 사람, 자신이 속한 스포츠 동아리를 국내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사람 등은 입사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성백민 차장 역시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핵심 역량을 하나 이상 개발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대한항공 김남선 인재개발실장은 국제적 감각의 소유자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KTF 김영근 상무는 고객지향성 및 혁신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회사의 특성에 따라 요구하는 인재상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설경석 인사부장은 깊이와 넓이를 겸비한 T자형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가지 업무에 능통한 전문가의 영역을 갖고 있으면서도, 향후 그것을 바탕으로 주변을 넓혀가는 유연함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학력보단 경력 주목

기업이 신입보다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기업쪽에서 추천의뢰가 들어온 10명 중 7명 정도는 해당 기업에서 경력자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채용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서류전형이 채용에 절대적 영향을 주었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면접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서류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면접부터 실시하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대졸사원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면접점수(71%)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은 전공분야(50%), 적성검사(16%), 학교성적(16%), 출신학교(14%), 필기성적(9%)의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드림라인 이영국 인사팀장은 “출신학교보다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편”이라며 “면접에선 매사에 여유있는 자신감과 논리적 답변, 해당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또 송동언 이사는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 혁신성, 위기관리 능력, 협력적 태도, 개인 역량 등의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이런 요소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채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는 3단계의 엄격한 심층면접을 거쳐 우수인재를 골라낸다면서, 자신만의 개성없이 정형화된 답변만 늘어놓는 것은 탐탁지 않다고 한다.
대우인터내셔널 박성현 이사는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자신을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제일제당 조영기 과장은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성공적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면접은 결정적 변수

필기시험이 사라지고 면접이 채용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서 면접단계가 복잡해지고 질문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KTF 김영근 상무는 면접에서 지망 동기를 물어보면서 지원자의 업무의욕과 적극성을 살펴보고, 표현력에서는 대인관계를, 말투에서는 부정적 사고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고 한다.
안철수연구소 성백민 차장은 “내가 지금 당장 당신의 지도교수(혹은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문장으로 설명해달라고 할 경우, 그가 당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동양종금 이홍섭 인사팀장은 “누군가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이 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인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본인만의 특성이 있다면?” 등의 질문을 즐겨 한다.
미래에셋증권 설경석 부장은 최근에 본 책이나 영화, 공연에 대한 감상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다.
한국P&G 송동언 이사는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이나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문제해결 경험 등을 묻는다.


샘표식품은 요리면접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지원자가 1시간30분 동안 창작요리를 만들고, 면접자가 그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식품회사다운 면접방식으로 보인다.



기억에 남는 지원자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요청했더니 아주 유창한 영어실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간단한 시사상식을 추가로 질문하자 금세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자기소개는 미리 외워둔 답변일 뿐이었던 것이다.
” 대한항공 김남선 인재개발실장이 탈락시킨 입사지원자의 사례다.
회사지원 동기를 물었을 때 막연히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도 그에겐 금물이다.


유한킴벌리 조성호 과장은 “해외영업직은 실제 업무를 대부분 사무실에서 e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 하는데도 입사하자마자 007가방을 들고 외국으로 가서 바이어와 계약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한다.
본인의 적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회사 브랜드나 급여수준만을 보고 막연히 지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진솔하면서도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지원자는 합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양종금 이홍섭 부장은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점도 낮은 편이었지만 우리 회사에 수차례 걸쳐 도전하고 떨어질 때마다 자격증을 보완하면서 준비해왔던 지원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지원자도 합격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


대우인터내셔널 박성현 이사가 소개한 지원자는 다른 지원자들의 면접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희망하는 부서의 팀장을 찾아가 별도의 개별면접을 요청했다.
박 이사는 “그처럼 회사가 직원을 일방적으로 평가한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지원자 역시 회사를 평가하고 선택한다는 능동적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무추진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원자도 있다.
LG전자 박종우 대리는 “홍보실 근무 지원자가 나름대로 회사의 홍보전략을 분석한 뒤 실제 홍보업무 기획서를 제출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한다.


너무 솔직해서 채용된 사례도 있다.
면접 도중 예정보다 진행시간이 길어지자 데이트 약속이 있으니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면접을 진행해달라고 제안했던 한 여학생은 결국 한국P&G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돼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



벤치마킹하는 사례는?

채용 전문가인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스스로가 모범적으로 꼽는 인재채용 방식은 어떤 것일까? 더 좋은 인재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면접방식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
회사 고유의 채용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다른 기업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신원 황우승 부장은 “지원자의 다이어리를 면접 때 갖고 오도록 해서, 그가 설정하는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알아보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관리를 잘하는 것도 인재의 한 조건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대한항공 김남선 실장은 제일제당의 채용 방식을 예로 들면서 “면접 전문인력의 양성, 다양한 면접방식 등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채용에 있어 예측가능성을 끌어올렸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채용시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요구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P&G의 송동언 이사는 “떨어진 지원자에게 매우 정중하게, 회사의 사정 때문에 채용하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편지를 대표이사 육필 사인으로 보내는 회사가 있다”며 “탈락자에게도 그렇게 하는데 사내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설경석 부장은 “시스코의 인재채용 방식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직원 추천에 의한 채용이나 집중면접 등은 도입하고 싶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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