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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유선전화 추락, 비책을 찾아라
[비즈니스] 유선전화 추락, 비책을 찾아라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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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전화 사업자들이 이동전화에 뺏겼던 고객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선전화 사업자들은 그동안 각종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이동전화 이용자들을 유혹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줄어드는 통화량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던 사업자들이 이번에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들이 내놓은 무기는 정액요금제. 일정액만 내면 통화시간이나 횟수에 상관없이 무제한 통화를 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다.


KT는 주택용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정 요금만 내면 시내외 전화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정액요금제를 9월10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시내 또는 시외전화 월평균 통화료에 1천원에서 5천원까지 추가요금을 내기만 하면 요금부담 없이 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정액요금제를 이용하려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KT가 정액요금제를 들고나오자 제도 도입을 망설이고 있던 다른 유선전화 사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KT가 선택적 정액제를 채택한 반면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완전정액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 운영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9월 중으로는 시행할 계획이다.
시내전화만 이용하는 고객은 월 9천원,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와 시내전화를 모두 이용하는 고객은 KT의 기본료 수준인 5200원으로 잠정 책정했다.
초고속인터넷과 패키지 상품도 고려하고 있다.


시외전화의 경우는 이동전화와 요금 차이가 적다는 점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을 뺏겼다.
시외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도 일단 정액요금제 도입에 동참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중이다.
시행안은 9월 중순쯤 발표할 예정인데 요금은 KT보다 낮게 설정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또 다른 시회전화 사업자 데이콤은 정액요금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유보한 적이 있다.
데이콤은 KT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액요금제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KT와 비슷한 시기에 시행할 것이라는 것만 확정했을 뿐 구체적 요금체계나 시행방안은 아직 미정이다.


이와 같은 정액요금제 도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가격경쟁이 시작됐다는 성급한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유선전화 사업자끼리 서로 상대의 고객을 끌어가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이동전화에 대한 방어 측면이 강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갖가지 부가 서비스 큰 효과 못내


유선전화 가입자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통화량은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화한 1990년대 말 이후 매년 15% 이상 감소하고 있다.
99년 530억8800만분이던 시내전화 통화량이 2000년에는 460억1800만분으로 18.8%나 감소했고, 올해에는 99년의 64% 수준인 341억8400만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유선전화 사업자들은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갖가지 부가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했다.
KT는 지난 4월 유선전화기로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리빙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7월1일부터는 일반전화 1대를 신규로 신청하는 가입자나 이미 일반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가 추가전화를 희망할 경우 일반전화 1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러스폰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부가 서비스만으로 대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액요금제에는 유선전화 사업자들의 이런 절박함이 담겨 있다.


정액요금제 도입은 유선전화 사업자들의 유휴설비가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유휴설비는 40%선까지 육박해 있다.
KT의 경우 한때 회선이용률이 70~80%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50%대까지 떨어졌다.
음성통화 감소뿐만 아니라 전화선을 통해 014XY로 인터넷에 접속했던 이용자들이 대부분 초고속인터넷으로 전환한 것도 유휴설비가 늘어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번 정액요금제가 성공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이동전화 사용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과연 유선전화로 돌아올 것인지 의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문제다.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통화량이 폭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휴설비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통화량이 늘었을 경우 제때 설비증설에 나서지 못한다면 이용자들의 불만은 쌓일 것이다.
설비증설을 한다면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KT 심범섭 요금전략팀장은 “예상 가입자를 30~40%선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통화량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일 트래픽을 측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T가 이번 가입신청을 3개월로 한정한 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심 팀장은 “이번 가입기간 이후에 신규가입을 또 받을지에 대해선 매출액, 트래픽 등을 종합분석한 후 다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전화 사업자들의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되는 정액요금제. 이 제도가 이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사업자들의 수익성도 올려주는 윈윈게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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