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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설성수 / 한국기술가치평가협회 회장
[사람들] 설성수 / 한국기술가치평가협회 회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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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지식사회로 옮겨가면서 유형자산에 의존하던 전통 제조업체와는 다른, 지식기반형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식기반형 기업의 가치 및 지식활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평가를 제대로 해야 보상을 적절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안 되면 지식활동을 촉진할 수가 없어요.”

한국기술가치평가협회 설성수(48) 회장은 지난 몇년간 일었던 벤처 붐을 예로 들며 ‘기술기업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자들이 벤처기업에 뛰어들면서 자본을 가진 쪽에 휘둘리더니, 나중에는 이름있는 몇몇 과학기술자들이 기업을 공개하면서 기업가치를 수십, 수백배로 뻥튀기하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했어요.” 벤처기업과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투자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났고, 이는 결국 벤처 열풍이 사라지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기술기업 가치평가’란 개별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와 달리, 특정 기술이나 기술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가 지닌 모든 유·무형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벤처 열풍이 불면서 지식자산을 발굴하고 그것을 제대로 이전하는 것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술을 사업화하고 이전하려면 기술가치 평가가 전제돼야 하고, 평가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한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하이테크 비즈니스를 가르치고 있는 설 회장은 2000년 7월에 10여명의 국내 가치평가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한국기술가치평가협회를 설립했다.
그해 12월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술·기업가치 평가기준 2000>을 발표하고, 부설 가치평가센터를 중심으로 가치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치는 하나이지만 가치평가는 주관적이어서 다양하게 표현되기 마련이다.
설 회장은 처음으로 책 한권 분량의 체계적 평가기준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가치’에는 27가지의 정의가 있지만 평가에 사용되는 첫번째 정의는 ‘시장가치’이며, 시장가치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최고빈도의 원칙’을 제시한다.


설 회장은 가치평가의 원칙으로 사용 가능한 모든 입장과 방법을 동원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모든 기관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평가하는 관행을 아쉬워한다.
“사회제도를 바꾸는 데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죠.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 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공공평가기관, 신용평가기관, 벤처캐피털 등 관련업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기술기업가치평가사 교육을 시행중이며, 시험을 거쳐 ‘가치평가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제가치평가사협회(IACVA) 산하단체로 가입하고, 10월부터 국제공인가치평가컨설턴트(CVC) 자격 취득과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 목표는 하나입니다.
지식사회를 준비할 인력 1만명을 양성할 테니 필요한 곳에서 쓰라는 겁니다.
” 이르면 내년쯤 협회의 평가기준이 정부의 공인을 받을 듯하다.
“어떤 이는 정부의 지원을 따내기 위해 로비도 좀 하라고 합니다만, 지식사회의 본질이 다양성과 창조성 아닌가요. 이제 정부 주도형은 안 먹힙니다.
힘들더라도 민간이 독자적으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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