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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메모] 추석 단상
[편집장 메모] 추석 단상
  • 편집장 이주명
  • 승인 200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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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즈음이면, 쏜살같이 달아나는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일찍이 시인 김영랑은 추석을 앞둔 이즈음의 서정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오매, 단풍 들것네.’/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 들것네.’” 도시의 생업 전선에서 일상을 성실히 꾸려온 사람들은 누구나, 추석이 내일모레로 닥쳐서야 단풍도 눈에 들어오고 찬 겨울바람 맞을 걱정도 하게 됩니다.
올해도 예년처럼 추석연휴엔 기나긴 귀성차량 행렬이 고속도로를 메울 것이고, 언론들은 왕복 인구를 중복 계산하는, 오래된 버릇을 올해도 버리지 못하고 ‘3천만명’의 민족 대이동을 보도할 것입니다.
올해는 마른 장마가 계속되다가 뒤늦게 닥친 태풍이 많은 피해를 남겼고, 그 복구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추석이 다가와 일부 지역 출신들은 우울한 귀향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북한 적십자사가 이르면 내년 봄까지 금강산지역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오랜만에 남북한간 화해 무드가 고조된 가운데 추석을 맞게 되어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고향에 모이는 가족들은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화제로 올려, 도시에서 주워들은 정보들을 서로 나누며 후보별 인물평도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많았던 이번 대선 민심의 향방이 추석을 고비로 어느 쪽이든 가닥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주간매체 기자들에게는 추석이 일년 중 설과 함께 두번밖에 없는 1주일간의 휴식기간을 줍니다.
추석 때는 기자들이 기사를 쓰더라도 인쇄, 배달, 판매 등 주간매체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일하는 분들이 일제히 쉬기 때문에 주간지 발행을 한주 건너뛸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이번 추석 특별호는 평소보다 조금이나마 두툼하게 만들고, 몇가지 특집기사도 준비함으로써 독자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수도권(경기도) 개발 논의를 커버스토리에 담아 전해올리니, 한번 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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