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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김반석 / LG석유화학 사장
관련기사2. 김반석 / LG석유화학 사장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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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석(53) 사장은 LG화학에서만 20년 근무하다가 지난해 LG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LG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의 근간이 되는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기초유분은 LG화학과 LG생활건강 등으로 공급돼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나프타 분해시설은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김반석 사장은 폴리에틸렌 공장장, 폴리스틸렌과 ABS 사업부장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처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은 7개 업체가 연간 55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합니다.
세계 메이저 기업에 비해 작은 규모죠. 이 규모를 계속 끌고가서는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겁니다.
” 그는 “생존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기업인수합병(M&A)에 대한 유화업계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석유화학 경기가 하락국면에 들어서는 2005년까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척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은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LG석유화학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원가 경쟁력은 생산능력과 에너지비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능력 측면에서 우리 회사 NCC 공장은 에틸렌 기준 76만톤으로, 단일 공장으로서 국내 최대이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생산규모에 속한다.
기업의 전체 생산능력도 중요하지만, 단일공장 생산량이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다.
에너지비용도 6시그마 등 혁신활동을 통해 획기적으로 감축했다.
에틸렌 1kg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이 지난해 말 현재 4620kcal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중동 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힘들지만 미국 업체들보다는 우리가 원가 경쟁력이 있다.
실제 미국 업체의 에틸렌 1톤당 평균 생산단가는 330달러이고, 우리는 318달러다.



최근 LG석유화학은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술은 어떤 의미가 있나?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열분해 기술은 현재 열분해기술보다 에틸렌 생산량을 20% 정도 늘릴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다.
우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해 현재 상품 생산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공정 최적화 과정을 거쳐 2004년쯤 상업화가 가능해지면 연간 약 200억원의 이익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최근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대규모 NCC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공장이 완성되면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것 아닌가?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에틸렌 공급이 수요에 비해 650만톤이 부족하다.
2005년까지 수요가 연평균 10% 정도 성장해 공급 부족량이 9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다우, 셸, BASF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과 6곳에서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쪽의 자본 부족과 법정비 미비 등으로 BASF 60만톤과 셸 80만톤 등 2개의 프로젝트만이 2005년까지 건설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2005년까지는 공급 증가분이 수요 증가분을 따라 올 수 없다고 본다.



중동에서 저가 원료를 이용한 에틸렌 공장이 많이 건설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우리나라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 비해 중동은 에탄가스를 이용한다.
기본적으로 에틸렌 원료로는 에탄가스가 나프타보다 경제적이다.
특히 중동에서는 에탄가스 원료비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중동 업체의 시설 확대는 매우 위협적이다.
이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설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이란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2005년까지 약 500만톤 규모의 에틸렌 공장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전략으로 기초유분 생산의 경우 신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에서 언급한 촉매 열분해 기술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합성수지부문은 연구역량을 고부가가치 특화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화제품의 매출 비중을 2001년 21%에서 2005년에는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화제품 개발 성과가 있다면?

특화제품은 범용제품에 비해 톤당 80~100달러 정도 더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생산하는 특화제품으로는 온돌용 파이프, CPE, 섬유심지용 수지, 접착성 수지 등이 있다.
또한 2004년까지 2천억원을 투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BPA(Bisphenol-A)를 생산할 계획이다.
참고로 BPA는 현재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벤젠과 프로필렌을 원료로 하며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금속과 같이 단단하고 산과 열에 잘 견디는 소재로 기존 플라스틱보다 수요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사업은 당사의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사업 전망이 매우 밝다고 본다.



현대석유화학 매각을 계기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씀했는데 앞으로 LG석유화학은 인수·합병에 참여할 계획이 있는지?

한국은 에틸렌 생산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많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7개 회사를 3개 정도로 통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본은 벌써 수년 전부터 M&A를 통해 단위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석유화학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LG석유화학도 사업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한국 석유화학은 원료인 나프타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나프타 가격 변동에 따라 경영상태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우리는 매년 약 240만톤의 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중 58%는 LG정유에서 구입하고 나머지 42%만 해외시장에서 수입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나프타 가격변동에 따른 경영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해외시장 구입분 가운데 50%를 장기 계약으로, 50%를 스팟 계약으로 체결해 가격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기존의 해외 스팟 시장을 통한 구매에서 생산자인 중동지역 정유업체와의 직거래로 구매방식을 변경했으며,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호남석유화학과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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