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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기 버팀목 ‘소비’가 흔들린다
[초점] 경기 버팀목 ‘소비’가 흔들린다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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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는 내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내년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 9월 초 씨티은행이 투자설명회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이런 예상이 나올만 했다.
국내 경기는 미국 등 해외 경제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보여왔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에 3분기 연속 위축된 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에 1.9%로 둔화됐을 뿐 플러스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5.0%로 높아졌다가 2분기에는 1.1%로 뚝 떨어졌다.
한국 경제는 1분기에 5.8%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엔 이보다 높은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경제지표도 전반적으로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은 “8월 중 산업생산은 수출호조와 특소세 환원을 앞둔 자동차 업계의 생산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수출증가율은 9월까지 석달 연속 두자리를 이은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추석연휴가 낀 9월 1-22일 중 수출은 연휴가 끼어있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다.



한은 4분기 총액대출한도 2조원 줄여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의 든든한 바닥이 될 것으로 믿었던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
투자는 아직도 잠잠한 상태다.
해외에서는 우호적인 여건을 찾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해외 변수가 앞으로 국내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동지역 전쟁 발발 우려로 인해 유가가 들먹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에 드리운 경기부진의 구름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이라크 사태가 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우리 경제는 원유 수입비용으로 12억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KOTRA는 분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런 손실이 GDP의 1.6%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미국 경제는 증시와 나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민간 경제조사회사인 컨퍼런스보드의 8월 중 경기선행지수는 0.2% 하락해, 석달째 미끌어졌다.
8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줄었다.
산업생산이 감소하기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재고조정이 끝난 것으로 보고 생산을 다시 늘렸지만 최종수요가 이끄는 힘은 약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9월25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에 제시한 2.8%로 그대로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4%에서 3.7%로 낮췄다.
IMF는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6.3%로 올려잡았다.
내년 전망치는 5.5%에서 5.9%로 수정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 경제가 순항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해외변수 못지 않게 국내 소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홍 위원은 “그동안 소비가 활발했던 데는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아 지출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그는 “금융정책 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경기선행지수 등 예측지표 지속적 약세


한국은행이 총액대출한도를 줄이고,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강화하면서 대출에 의존한 소비는 눈에 띄게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9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4분기 중 적용되는 총액대출한도를 9조6천억원으로, 3분기보다 2조원 줄이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30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것을 포함한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발표했다.


소비 관련 지표는 이미 움츠러들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월 110.6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7월 107.8, 8월에는 106.2로 낮아졌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앞으로 6개월 뒤의 경기나 생활형편에 대한 기대를 조사한 것으로, 좋아진다는 전망이 많으면 100보다 높아진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아직 100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이 점차 줄고 있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그동안 경기를 받쳐온 소비가 1분기를 정점으로 꺾이고 있다”며 “소비는 가계대출 억제정책과 부동산값 조정으로 당분간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와 함께 경기를 부양한 건설부문 역시 점차 활기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신기덕 경제연구부장은 “건설투자는 더 늘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설비투자는 8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신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투자 증가세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는 8월 146.5에 머물러, 석달 내리 하락했다.
삼성증권의 신 연구위원은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국내 경기는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하강한 뒤 점차 상승세를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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