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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경제국으로 대우해달라”
[중국] “시장경제국으로 대우해달라”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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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국제통상법상 러시아와 동등하게 완전한 ‘시장경제국 지위’(MES)를 부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중국은 1998년 EU로부터 ‘시장경제 이행국 지위’를 부여받은 바 있으나, 두달 전 러시아가 EU와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자국에게도 똑같이 대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EU는 중국 당국이 개인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의 수출품목에 대해 반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품의 생산비용, 정상가격 등을 당해 생산업체의 비용이나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기초로 산정받을 수가 없다.
대신에 제3국 시장경제국들에서 거래되는 같은 종류 상품의 판매가격, 생산비용을 기준으로 덤핑 여부를 간접적으로 판정받게 됨으로써, 중국 수출업체가 처한 실제상황과는 다르게 불리한 판정을 받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다.


주룽지 중국 총리는 9월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EU 정상들에게 중국을 완전한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중국의 한 관리는 “옛 공산권 라이벌이었던 러시아가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받은 반면, 중국이 그렇지 못한 것은 불공평하고 기이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아시아연구유럽협회의 빌헬름 반 데어 기스트 회장은 “중국의 경제상황이 러시아와 크게 다르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주장을 거들었다.


사실 시장경제국 지위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게 부여하는 것이 관례여서, WTO 가입국인 중국에 부여하지 않은 상황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두달 전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한 실제 이유는 미국이 주도해온 대테러 전쟁에 러시아가 충실히 협조한 데 대한 답례 성격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요구에 대해 파스칼 라미 EU 통상위원장은 9월24일 “중국이 2001년 11월 WTO에 가입할 때 앞으로 최장 12년까지 시장경제국 지위를 유예하기로 약속했었다”며 “지금 시점에서 EU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는 없다”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도 반대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10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인지 관심을 끈다.


중국이 아직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EU나 미국 등 경쟁국들이 중국이 인위적 가격통제 시스템을 운용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중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철강, 화학제품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이 부여받고 있는 시장경제 이행국 지위에 따르면, 중국의 개별 업체가 정상적 시장경제 상황에서 영업하고 있음을 증명할 경우 그 기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장경제국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면제기준을 보면 가격, 비용 및 투입요소에 대한 기업의 결정이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상황에 기초하여 결정되고, 주요 투입비용이 시장가치를 반영할 것 등 상당히 까다롭다.
중국 관계자는 “실제로 98년 시장이행국 지위를 얻은 이후 EU 당국이 면제기준을 적용한 사례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통상과 관련한 양쪽의 신경전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일어난 무역분쟁 사례를 보면, EU가 올해 초 중국이 수출하는 해산품 3억달러에 대해 위생검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자 중국도 EU가 수출한 화장품에 대해 광우병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며 맞대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9월 하순에 열렸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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