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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양빈 /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
[사람들] 양빈 /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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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속 홍콩’을 꿈꾼다

북한이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양빈(39) 어우야그룹 회장을 임명하면서 ’북한 속의 홍콩’ 건설 작업이 시작됐다.


“신의주 경제특구는 북한의 다른 곳과 별개의 자본주의 체제로 운영됩니다.
모든 외국인이 비자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관세는 없고 소득세는 14%를 부과합니다.
화폐는 미국 달러화를 쓰고, 영어와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도 공용어로 사용할 것입니다.


양 행정장관은 신의주경제특구의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북한 정부와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그는 9월23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특구는 홍콩처럼 일국양제로 운영되며, 북한 당국은 특구의 내정에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구의 입법회의는 홍콩 입법원의 절반 규모인 15명 정도로,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은 중국·홍콩·유럽인 등 외국인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 신의주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사람 34만명 가운데 20만명 정도를 2년 안에 외부로 이주시킬 계획입니다.
” 이는 북한 숙련공이나 중국인 사업가, 기술자들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사정에 밝은데다 유럽연합(EU) 시민권이 있고, 그동안 북한의 농업 분야를 지원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인맥을 중시하고, 특히 정치적 후원자를 끌어들이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 12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45만평 규모의 농지를 제공받았고, 채소와 화훼를 재배하는 합영회사를 설립했다.


한편에서는 중국 정·관계와 깊숙한 유착관계에 있던 그가 사고가 발생하자 북한을 도피처로 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7월 “양 회장은 어우야그룹이 토지 불법사용과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북한으로 도피했다”고 보도했다.


양 행정장관은 중국 해군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하다가 1987년 네덜란드로 이민가 89년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 의류와 무역업으로 성공해 93년 중국에 돌아왔다.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기술을 중국에 이전할 경우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네덜란드 회사 2개를 인수해 교두보로 삼은 뒤 화훼재배와 중개무역업을 중심으로 하는 어우야그룹을 키웠다.
그는 중국 2대 자산가이면서도 사시사철 똑같은 차림새에 구두는 해질 때까지 신을 정도로 검약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린 시절 고아가 돼 자수성가한 사람답게 정신력이 강하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그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북한에 뛰어든 사업가적 기질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해온 북한은 그의 이런 배짱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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