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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메모]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편집장 메모]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 편집장 이주명
  • 승인 2002.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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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 상황은, 불과 몇달 전까지도 ‘대한민국 증시 독립’을 외쳤던 이들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봄 미국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데도 국내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자, 민첩한 증시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가 증시독립이니, 차별화니, 디커플링이니 하는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이 괜찮기 때문에 미국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우리 주가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름 이후, 특히 최근에는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증시 독립론은 애초부터 허구였거나 시기상조의 주장이었습니다.
하루 수조달러의 자금이 통신망을 통해 리얼타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이 글로벌 경제의 시대에 한국 증시가 세계경제의 중심 축인 미국과 독립적으로, 또는 차별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미국의 투자자들이 신뢰성을 상실한 증시에서 돈을 빼내고 있는 것이, 최근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와 주가 속락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아마도 맞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한국은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나라들 가운데 선두그룹에 속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선진국 시장이 일제히 죽을 쑤면 한국 시장이 일시적으로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을 받게 되지만, 이같은 반사효과는 사실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순환구조가 국내에서 완결되지 않고,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내 증시를 들락거리는 외국자본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해외여건 변화와 절연된 우리만의 주가 움직임을 상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유럽, 일본 할 것 없이 선진국들은 다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금리를 올릴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지리하게 몇달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미래를 전망한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럴 때 개인이든 가계든 기업이든, 가장 안전한 길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다 접고, 현실적인 얘기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호 커버에는 T.G.I.F.니 베니건스니 하는 브랜드들이 움직이는 외식산업에 관한 기사를 올립니다.
외식산업은 단순히 생활문화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 그리고 소비행태의 추세도 시사해주는 산업부문인 것 같습니다.
아울러 각 대선후보 진영의 경제정책을 비교해볼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초점으로 이 사안을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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