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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골퍼를 가장한 캐디?
[골프와건강] 골퍼를 가장한 캐디?
  • 장태일(세란병원 신경외과)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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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라면 누구나 첫 라운드 때의 설렘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연습장에서 가다듬은 실력을 그물망이 아닌 푸르른 창공에 펼쳐 보이고픈 욕망. 라운딩 전날 밤새 뒤척이며 그린을 공략하기 위한 나름의 비책을 세우기도 한다.
마치 초급 바둑책 한권을 떼고 나서 바둑중계를 보며 해설자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기 그지 없다.
내심 언더파, 아니 홀인원이라도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구력이 붙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불순한(?)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올 따름이다.
아마도 그것이 스포츠만의 매력일 것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첫 라운드 때의 설렘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연습장에서 가다듬은 실력을 그물망이 아닌 푸르른 창공에 펼쳐 보이고픈 욕망. 라운딩 전날 밤새 뒤척이며 그린을 공략하기 위한 나름의 비책을 세우기도 한다.
마치 초급 바둑책 한권을 떼고 나서 바둑중계를 보며 해설자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기 그지 없다.
내심 언더파, 아니 홀인원이라도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구력이 붙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불순한(?)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올 따름이다.
아마도 그것이 스포츠만의 매력일 것이다.
재작년쯤이었다.
동창모임에만 몇번씩 얼굴을 비치던 친구녀석이 별안간 전화를 걸어왔다.
인사치레를 끝낸 후에 대뜸 하는 말이 “머리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순간, 저번 모임 때 얼큰한 기분으로 장황하게 골프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생각났다.
골프란 정년이 없는 운동이라고 마구 침을 튀기며 갓 입문하려는 친구들에게 첫 라운딩을 약속했던 것이다.
드디어 그 친구와 첫 라운드를 하게 된 날, 하우스에서 이것저것 선배골퍼로서 조언을 해주었다.
코스에 대한 설명, 각종 샷의 방법, 에티켓과 규칙 등등. 그는 마치 소풍 온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어떤 운동을 하든지 악바리 기질이 다분했다.
주력(走力)은 컨디션이나 테크닉을 보완할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라는 주의였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초조할 만도 한데 그의 눈은 불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폼을 다듬고는 힘차게 티오프! 마치 드라마의 슬로모션처럼 스윙이 제법 매끈한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임팩트’까지는 좋았던 동작이 ‘폴로스루’를 하면서 흔들리는 듯 싶더니 급기야 ‘피니쉬’에서 멈추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말았다.
거의 한바퀴를 회전한 채 그린 위에 주저앉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뭔가 둔중한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경직되었다.
일반적으로 요통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스윙을 한번 하려면 골반과 허리근육을 심하게 뒤틀어야 하기 때문에 척추에 무리가 안 간다면 거짓말이다.
만약 골프를 치면서 허리가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면 그는 스윙 궤적이 타이거 우즈만큼 이상적이거나, 아니면 골퍼를 가장한 캐디(?)일 것이다.
특히 스윙폼이 불완전한 초보들이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스윙을 하면 경직된 근육이 비틀어지기 때문에 그 여파는 더욱 심각하다.
심하면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무리한 마찰로 터져버리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런데도 골프 마니아 환자들은 척추 수술이 끝나자마자 의사에게 “언제쯤 다시 골프를 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필자 역시 골프에 대한 애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축이어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의 수술은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몸이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무리한 운동을 재개하면 척추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을 받고 한달 만에 골프를 치다가 다시 응급실로 실려온 경우가 있었다.
그 환자는 수술이 성공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회복도 남들보다 훨씬 빠른 편이었다.
수술 후에 충분히 안정만 취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수술 후 첫 라운딩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자, 다 나은 줄로 착각하고 그 다음날 풀스윙을 하다가 까무라친 것이다.
그 환자의 척추를 검사해보니 남아 있던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었다.
골프가 아무리 몸에 무리를 준다 해도 골프만의 매력에 비할 바는 못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서는 골프를 칠 때 반드시 워밍업을 충분히 해야 함은 물론이고, 스윙할 때 무리한 힘을 줘서도 안 된다.
최근에는 필드에서 이동할 때 걸어다니지 않고 골프카를 타고 라운딩하는 골프장이 많아졌다.
이는 골프의 장점 한가지를 없앤 것이나 진배없다.
허리에 무리를 줄 뿐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다음에 칠 샷을 구상할 알토란 같은 시간조차 앗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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