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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2강3중 위스키 대전 ‘출렁출렁’
[서베이] 2강3중 위스키 대전 ‘출렁출렁’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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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두산의 재진입으로 지각변동의 조짐을 보인 국내 위스키 시장이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점점 마케팅 대전 양상으로 내닫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세를 나타내며 앞으로 위스키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17년산 이상 ‘슈퍼프리미엄급’(SP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뜨겁다.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오랫동안 독주하던 위스키 사업에서 물러났던 (주)두산은 9월 SP급 ‘피어스클럽18’을 내놓고 4년 만에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 며칠 전에는 하이트맥주 계열사인 하이스코트도 ‘랜슬럿’ 12년산과 17년산을 출시하며 고급 위스키 시장에 본격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두산의 피어스클럽18은 18년산이면서도 출고가격을 윈저17과 똑같은 2만9천원대로 책정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난히 진입장벽이 단단한 위스키 업계의 특성상 선점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가격을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두산 정원경 부사장은 “올해는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며, 내년에 SP급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스코트는 기존 대표상품인 ‘딤플’을 앞세워 업계 3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말로 딤플의 판매권이 종료되어 디아지오코리아로 넘어감에 따라 신제품 랜슬럿을 선보였다.
황도환 사장은 “12년산을 주력상품으로 프리미엄급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며, 11월에 21년, 30년산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제품 포트폴리오를 업계 1위인 진로발렌타인스와 똑같이 구성해 정면대결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주력품인 랜슬럿 12년산의 출고가격은 임페리얼, 윈저와 동일하게 책정했으며, 17년산 가격은 최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 발렌타인17의 70%선이다.



돌발변수 없는 한 향후 10년간 성장 지속


두 업체는 모두 소주와 맥주 분야에서 전국적 유통망을 구축해놓았고 위스키 사업 경험도 풍부해 진로발렌타인스, 디아지오코리아, 롯데칠성,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상장회사가 하나도 없고 원액 수입가격을 영업비밀에 부치는 업계의 특성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장규모를 대략 1조원에서 1조6천억원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는 맥주, 소주 등 여타 주종에 비하면 독보적이다.
올해 8월까지 위스키 판매량은 9ℓ들이(500㎖ 18병) 약232만 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증가했다.
특히 슈퍼프리미엄급 시장의 비중은 13% 정도지만, 같은 기간의 성장률은 무려 49.1%로 가히 폭발적이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두드러지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양상은 한마디로 ‘고급화’다.
위스키 시장은 1999년에 30% 가까운 성장률을 나타냈고 2000년에도 40%에 육박하는 성장을 계속함으로써,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위스키 시장은 가격탄력성에 비해 소득탄력성이 훨씬 크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회복세로 소비심리가 힘을 얻었으며, 한일 월드컵, 연말 대통령선거 특수 등이 겹치면서 올해에는 400만 상자 이상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 백운목 차장은 “위스키 등 주류시장은 선진국 진입단계인 GDP 1만~2만달러일 때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갑작스러운 경기침체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향후 10년 정도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시장 수요가 뒷받침하는데다 업계에서도 제품 고급화를 통해 계속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폄으로써 고급화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급 위스키로 인식되던 12년산이 이미 대중적 술로 자리잡았고, 프리미엄급 소비자가 SP급으로 급격히 상향 이동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한 관계자는 “위스키 소비는 우리의 접대문화와 밀접해서, 좀더 비싸고 좋은 술을 쫓아가는 습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유흥업소의 인테리어 비용과 종업원의 성형비용이 급증하는 등 업태 자체가 고급화하고 있어, 업소에서도 고가정책으로 비용을 회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양상은 두산과 하이스코트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수성과 뺏기 다툼이다.
현재 진로발렌타인스와 디아지오코리아 등 두 외국계 회사가 각각 34%대와 25%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7월부터 하이스코트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4년 만에 출정한 두산, 피어스클럽으로 승부수


영국계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7은 2000년 출시 이후 SP급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 8월까지 시장점유율이 65%에 이르는 효자상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와 조니워커에 이어 내년부터 딤플의 판권을 가져오면서 업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광고비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지오코리아 홍준의 과장은 “10월26일부터 내년 3월까지 전국 주류업소 종사자 192개팀이 참가하는 축구대회를 처음 개최하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등 문화공연물을 통한 컬처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표면적으로는 디아지오코리아나 신제품의 공세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진로발렌타인스 유호성 과장은 “맥주시장에서 OB가 진로를 합병한 뒤에도 하이트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졌듯이, 디아지오가 내년부터 딤플을 가져가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딤플은 이미 사양제품인데다, 디아지오가 윈저, 조니워커, 딤플 중 특정 품목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말연시 대목 앞두고 마케팅 접전


진로발렌타인스는 피어스클럽18에 대해서도 “두산이 왜 규모가 큰 프리미엄급 시장을 포기하고 디럭스급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며, “피어스클럽18이 프리미엄급에 비해 출고가는 7천~8천원 정도 높은 반면, 업소에서는 10만원까지 더 비쌀 것으로 보여 가격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진로발렌타인스의 맞대응도 만만찮다.
11월에는 발렌타인 마스터스 700㎖l를 출시할 예정이며, 고급화 추세에 맞춰 면세점에서만 판매되는 발렌타인21을 도자기 형태로 담아 시중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영국 얼라이드도멕사와 연계한 프로모션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위스키 시장은 외국계 업체 ‘2강’과 토종 업체 ‘3중’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슈퍼프리미엄급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과열된 나머지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하이스코트는 96년 맥주대전 당시 국세청의 권고로 없어졌던 전면광고를 주요 일간지 2개면에 걸쳐 싣는 등, 마케팅 비용으로 약 400억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도 광고판촉비를 지난해보다 20~30% 이상 늘리며, 강남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거나 상품권, 해외여행권 등 고가 상품을 걸고 판매를 유도하는 판촉전을 다반사로 벌이고 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한 위스키 업체가 제조한 발렌타인 17년산 16만상자 중 한국 시장에 판매된 것이 6만상자나 될 정도로 거대해진 국내 위스키 시장의 소비행태가 바람직한가라는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체 위스키 판매량의 85%가량이 유흥업소에서 소비되며, 그중 6분의1 정도가 위스키공화국의 수도 강남지역에서 팔릴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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